기후 위기도, AI 투자도, 핵발전 명분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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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인터뷰를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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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핵발전소 2기를 추가로 짓기로 올해 초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6월에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해 향후 더 많은 핵발전소를 지을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는 AI 개발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핵발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최무영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어느 쪽도 핵발전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우선 ‘원자력 발전’이 잘못된 용어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라늄 핵분열에서 나온 열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므로, 정확히는 ‘핵분열 화력발전’, 줄여서 ‘핵발전’이라 불러야 한다.
핵발전은 기후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발전 과정에서 온실기체 배출은 적지만 우라늄 채굴과 정련 과정에서 상당량이 배출되고, 재생에너지인 햇빛·바람 발전에 비하면 배출량이 훨씬 많다. 처리 방법이 없는 핵폐기물도 남는다. 건설 기간도 문제다. 한국처럼 안전과 노동권을 무시한 채 지어도 13년은 걸리고, 다른 나라는 20년이 넘는다. 당장의 AI 개발을 위해 13년 뒤 가동될 발전소를 짓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라늄 매장량도 제한돼 있고, 수명이 다한 발전소 폐쇄에는 1기당 수조 원이 든다.
고속증식로나 재처리로 핵연료를 무한히 쓸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프랑스 슈퍼피닉스, 일본 몬주, 독일의 증식로 모두 막대한 비용만 쓰고 폐쇄됐다. 사용후 재처리 연료(MOX)는 천연 우라늄보다 훨씬 비싸고 폐기물을 오히려 늘린다. 그럼에도 재처리를 하는 진정한 이유는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삼중수소 방류를 무해한 것처럼 포장한다. 그 배경에 로카쇼 재처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경계심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이 든다. 삼중수소는 단백질이나 DNA에 결합해 최대 2년까지 몸에 남아 방사선을 낼 수 있다.
소형 모듈 원전(SMR)도 대안이 아니다. 핵발전은 설비 규모가 클수록 경제성이 있는데 SMR은 건설비가 대형 핵발전소와 큰 차이가 없으면서 발전량은 10분의 1이다. 경제성을 위해 여러 기를 모아 놓으면 하나만 사고가 나도 나머지를 제어할 수 없어 대형 핵발전소 사고와 다를 바 없어진다. 수출 명분도 허약하다. 한 기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1조 5,000억 원을 줘야 하고, 아랍에미리트 사업은 실제로 적자가 쌓이고 있다.
과학은 없고 돈만 있다
정부가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핵융합은 실용화가 더욱 요원하다. 1억 도의 온도와 높은 밀도, 충분한 지속 시간이라는 로손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은 실험실에서도 어렵다. 미국은 50년간 막대한 자원을 쓰다 사실상 포기했고, 국제 공동 연구인 이터(ITER)는 완공이 20년 가까이 늦춰져 실험실 규모의 결과도 2050년쯤에나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케이스타’는 가동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핵융합 반응을 48초 유지한 게 최고 기록이다. 에너지 산업 목적의 핵융합 투자는 말이 안 된다. 물론 연구용으로 세계가 함께 하나 정도 해 보는 것이라면 의미가 있다.
AI 정책도 방향이 잘못됐다. 챗GPT 같은 큰 언어 모형(LLM)은 사용자의 80~90퍼센트가 소비용으로 쓰는 탓에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고, 사용자 비위를 맞추느라 사실이 아닌 말도 한다. 환각률을 1퍼센트에서 0.01퍼센트로 낮추려면 훈련을 100만 배, 전력을 1000배 이상 더 써야 하고, LLM이 만든 자료로 다시 학습하면 성능이 급격히 나빠질 것이다. 지적 훈련이 되지 않은 학생들은 비서에게 주인 자리를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자본으로 경쟁하는 중앙집중식 LLM을 따라가기보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특정 기능에 특화된 수직 AI에 주력하고 주권 AI는 적당한 선에서 하는 것이 낫다.
핵발전도 핵융합도 아닌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가장 힘을 쏟아야 할 곳은 재생에너지다. 햇빛 발전 효율은 5~7퍼센트에서 40퍼센트 가까이로 올랐고, 균등화 발전비용(LCOE)*으로 보면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햇빛 발전이 가장 싸고 핵발전이 가장 비싸다.
유일한 예외가 안전과 노동권, 자금 조달, 폐기물 처리 비용을 낮춰 잡는 한국이다. 최근 핵발전소를 많이 지은 중국도 재생에너지 증가량이 핵발전 증가량의 100배에 이른다. 다만 에너지는 기본권이므로 공공성이 필수다. 문재인 정부는 햇빛 발전을 사유화해 산림 훼손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햇빛 발전은 전력을 많이 쓰는 도시의 건물 지붕, 주차장, 도로에 우선 설치해야 한다.
현 정부가 과학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점이 가장 실망스럽다. 과학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부터 고쳐야 한다. 과학의 진정한 목적은 정신적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AI가 과학기술의 한 분야가 아니라 모든 것 위에 놓인 현실도 거꾸로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가을 핵발전 신규 건설이 십몇 년 걸려 의미가 없다고 했다가 완전히 입장을 바꿨다. 원천 기술은 웨스팅하우스가 쥐고 미국 정부가 법으로 유출을 막고 있으니, 한국은 콘크리트 타설밖에 못 한다. 결국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두산과 현대에만 좋은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