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핵발전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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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이준석은 AI 개발에 어마어마한 전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핵발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무장 추구라는 험악한 이미지를 첨단기술과 일자리 증대라는 청년 친화적 이미지로 덧칠하려 하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재생 에너지로 데이터센터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있는 핵발전소도 쓸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소형모듈형핵발전소(SMR) 개발도 필요하다고 했다.
AI 개발,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것은 사실이다. ‘데이터센터의 성지’로 불려 온 아일랜드는 최근 데이터센터 추가 설립 허가를 내지 않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전체 전력 공급의 21퍼센트를 소비할 정도로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AI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더라도 현재 자본가들과 언론의 열광에는 분명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합리적인 사회라면 사회 전체의 필요에 따라 에너지(전력) 공급의 우선순위도 정해질 것이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노동계급 등 서민층에게 비싼 전기요금을 부과하면서 AI를 개발하는 기업주들에게는 싼값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등 서방 지배자들은 AI의 궁극적 목표를 군사력 증강에 두고 있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에 그토록 민감한 이유다. 이를 위해 위험천만한 핵발전을 늘리겠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우선순위가 거꾸로 뒤집어져 있음을 보여 준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골드만삭스가 발행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데이터센터 활용이 세 곱절로 늘어나는 동안 전력 사용량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효율이 그만큼 개선됐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AI 개발사들은 거의 전적으로 성능 경쟁에만 집중하면서 전력을 엄청나게 낭비하고 있다. AI 칩 공급사들은 현재 시장 선두인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성능을 내면서도 전력 효율이 갑절 이상 높은 칩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딥시크는 훨씬 적은 전력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전력 효율을 높이려면 AI 기업들의 전력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문수, 이준석은 물론이고 AI 경쟁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겠다는 이재명 후보도 반도체 칩 산업 규제 완화와 서민층 전기요금 인상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AI 개발을 위해 핵발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