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최무영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인터뷰:
“기후 위기 대응도, AI 투자도, 핵발전의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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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핵발전소 2기를 추가로 짓기로 최근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만든 핵발전 확대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한 것이다. 최근 백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만나서 핵융합 개발에 우선 투자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AI 개발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핵발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무영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만나 이재명 정부의 핵발전, AI 개발 정책에 관해 들었다.
1. “원자력 발전”이 아니라 “핵발전”
우리가 보통 원자력 발전이라고 하는데요. ‘원자력’ 발전은 잘못된 표현이고 ‘핵’발전이라는 표현이 맞아요. 핵반응을 이용해서 발전하는 건데 정확히 말하면 핵분열을 이용하는 거죠. 핵분열은 무거운 원자, 구체적으로는 우라늄을 둘로 쪼개면 다른 원자로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나와요. 바륨이라든가 크립톤 요오드, 세슘 등 여러 가지로 나눠지는데 그럴 때 질량의 일부가 조금 줄어들면서 그만큼이 에너지로 옷을 갈아입는 거죠.
그 에너지인 열로 물을 끓여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후반부는 보통 화력발전소랑 똑같죠. 석탄 화력발전소, 가스 화력발전소라고 구분한다면 이것도 핵분열 화력발전소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죠. 따라서 원자력 발전이란 잘못된 표현이고 핵분열 화력발전소, 줄여서 핵발전이라고 하는 게 맞아요.
2. 핵발전이 기후 위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핵발전이 기후 변화의 대안이 되느냐? 사실상 전혀 아니죠.
기후 재난을 막으려면 무엇보다도 온실기체를 없애야 하죠. 세계적으로나, 한국에서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발전 부문이에요. 석탄 발전이 핵심이죠. 가스도 석탄보다는 적지만 온실기체를 굉장히 많이 배출하니까 없애야 해요.
그런데 핵발전도 생각보다 온실기체를 많이 배출해요. 핵발전 자체에서 배출하는 건 아주 적지만 문제는 우라늄을 채굴하고 정련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이 만들어 내지요. 더욱이 온배수(발전소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고온의 물)로 인한 수증기 문제도 심각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재생에너지인 햇빛과 바람에 비하면 온실기체가 훨씬 많이 배출됩니다.
그 밖에 더 중요한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죠. 핵발전은 온실기체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는 핵폐기물을 남깁니다. 설사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같은 사고가 안 나더라도 ‘정상적으로’ 남는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현재 없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에너지가 부족하더라도 핵발전은 대안이 될 수 없는 거죠.
그뿐 아니라 지금 당장 핵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하더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요. 우리나라처럼 밤새 건설하고 안전이나 노동자의 기본권 다 무시하고 해도 아무리 빨라도 보통 13년은 걸린다고 추산해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는 20년 넘게 걸려서 건설하게 됩니다. 당장의 AI 개발에 사용하겠다면서 13년 뒤에야 가동될 발전소를 짓겠다는 것이니 말이 안 되죠.
핵분열 화력발전은 하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로 연료 문제도 있어요. 우라늄은 전 세계 매장량이 제한돼 있어요. 석유 대용으로 쓴다면 몇 십 년밖에 못 가요.
수명이 다 된 핵발전소의 폐쇄도 문제예요. 예컨대 핵발전을 가장 많이 한 프랑스는 지금도 전체 발전량의 50퍼센트 정도를 핵발전이 차지하는데요. 이 핵발전소들이 이제 수명이 다 돼 가거든요. 하나를 폐쇄하는 데만 해도 수 조 원이 들어갈 거예요. 사실 핵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한다고 하면 폐쇄 비용이 정말로 끔찍할 거예요.
3. 고속증식로와 재처리
어떤 사람들은 고속증식로 같은 걸 만들면 영원히 쓸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제대로 성공한 적도 없고 매우 위험해요. 지금 보통 핵분열 화력발전소는 냉각재로 물을 쓰는데, 고속증식로는 물을 쓸 수가 없거든요. 감속재가 없어서 조절이 어렵고 냉각재로 쓰는 나트륨이 공기 중에 나오면 급격히 불이 붙지요. 실제로 사고가 많이 났어요.
고속증식로를 실험적으로 만든 곳이 몇 군데 있는데요. 프랑스에서 ‘슈퍼피닉스’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서 가동하다가 여러 해 전에 폐쇄했어요. 들어간 돈에 비해 발전량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에요. 일본에서도 했는데 ‘몬주’라고 문수보살이라는 뜻이에요. 이것도 계속 사고가 나서 완공을 못하고 결국은 폐쇄 절차로 들어갔다고 알고 있어요. 들어간 돈이 수십 조 원, 재처리까지 포함하면 백조 원이 들어갔다고 해요. 독일에서도 하나 만들었는데 완공 후 한번도 가동하지 않고 폐쇄했어요. 돈은 엄청나게 들어갔지만요. 그래서 거기는 지금 놀이터로 쓰고 있어요. 인공 암벽과 놀이 시설로 만들어 놨어요.
고속증식로를 하면 핵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것도 맞지 않는 얘기예요. 고속증식로에서는 재처리한 핵폐기물을 다시 연료로 쓸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다 타고 나서 버려야 되는 폐연료봉에 타고 남은 우라늄이 조금씩 있거든요. 그걸 다시 모아서 쓴다는 거예요. 또 플루토늄 등 초우라늄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을 빼서 연료로 쓰자는 거예요.
다시 쓸 수는 있긴 해요. 목스(MOX)라고 플루토늄과 타고 남은 우라늄을 혼합해서 쓰는 건데 후쿠시마에서 그걸 좀 썼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천연 우라늄을 채굴해서 쓰는 것에 비해서 비용이 훨씬 더 들어요. 그러니까 현재는 발전용으로 목스 연료를 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예요. 그리고 재처리 과정에서 핵폐기물이 도리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어요.
그러면 그걸 왜 하느냐? 목적은 뻔한 거죠. 핵폭탄을 만들기 아주 쉬워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으면 곧바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일본이 프랑스에 맡겨서 재처리한 플루토늄 몇 십 톤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소형 플루토늄 핵폭탄은 플루토늄이 10kg만 되더라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일본은 지금 막대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물론 미국이 막고 있으니까 당장은 못 하겠지만.
일본이 재처리 공장을 하나 더 만들고 있는데요. 일본 본섬의 맨 꼭대기 끝 아오모리라는 지역에 로카쇼 재처리 공장을 만들어서 가동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가동되면 거기서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될 거예요. 주로 삼중수소일 텐데요. 사고가 난 후쿠시마보다 훨씬 많은 양이 배출될 겁니다. 물론 후쿠시마에서는 삼중수소 외에도 플루토늄이나 방사성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 같은 끔찍한 방사성 물질들도 해결해야 하지만요.
4. 후쿠시마 핵폐수와 삼중수소
후쿠시마에서 방사성 폐수를 바다로 내보내면서 삼중수소는 마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데요. 삼중수소가 우리 몸에 들어와도 금방 배출되니 문제가 안 된다는 거죠. 삼중수소는 그냥 수소와 화학적 성질은 똑같아요. 그래서 우리 몸 안에서 화합물의 일부가 될 수 있거든요. 흰자질(단백질)이라든가 DNA 같은 것에도 수소가 있는데 여기에 결합하면 이거는 최대 2년까지 몸 안에 남아서 계속 방사선을 내뿜을 수도 있어요.
저는 후쿠시마에서 삼중수소를 대량으로 바다에 버리고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하는 이유가 로카쇼에서 가동될 재처리 시설 때문이 아닌지 의심도 들어요. 바다에 버리는 게 비용이 덜 들지도 않거든요. 지하에 배수 시설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 때문에 어민들에게 피해 보상도 해야 하고 기타 등등 다 계산하면 별로 싸지도 않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로카쇼에서 가동될 재처리 시설 때문이 아닐까 하는 거죠. 그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삼중수소를 배출할 텐데 미리 사람들의 경계심을 무디게 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5. 소형 모듈 원전(SMR)
SMR은 현재 상용화한 데가 없고 최근 미국에 있는 뉴스케일이라는 회사가 유일하게 설계 인증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그동안 핵발전은 점점 더 커졌어요. 클수록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서 사람들 40명이 4명씩 택시 10대를 나눠 타던 것을, 40인승 버스 하나로 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죠.
그런데 SMR이라는 건 그걸 조그맣게 하겠다는 거예요. SMR 하나 만드는 비용이 큰 거 하나 만드는 비용보다 별로 적지도 않아요. 그런데 발전량은 10분의 1이에요. 일단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죠. SMR 하는 사람들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면 싸진다고 해요. 일리가 있죠. 그런데 그러려면 대량 소비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크게 짓지 왜 굳이 비싸게 작은 것 여러 개를 만들겠어요.
안전하지도 않아요. 작으니까 사고도 작을 거라고 주장하는 건데요. 이걸 서울 도심 한복판에 갖다 놓을 수 있을까요? 어차피 사람들 사는 데서 멀리 떨어진 곳에 모아 놔야 할 거 아닌가요? 그렇게 모아 놓았는데 그중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빨리 대피해야지 그 상황에서 나머지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겠어요? 결국 전부 사고가 난 것과 마찬가지가 되겠지요. 후쿠시마도 핵반응로 4개 중 하나에 사고가 나자 그 뒤로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SMR도 결국 경제성 문제로 6개, 혹은 12개를 모아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했는데 이는 큰 핵발전소 하나를 대체하는 것밖에 안 돼요. 그중 하나에서 사고가 나면 결국 대형 핵발전소 사고나 다름없게 될 가능성이 크지요.
발전량당 핵폐기물은 더 많이 나오게 되지요. 연료를 한꺼번에 다 채워 놓고 가동하기 때문에 사실 발전 모듈 전체가 오염되고 나중에 전체를 다 갖다 버려야 해요.
핵발전소를 수출해야 하니까 국내에서도 핵산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한국이 핵발전소를 외국에 수출하려면 한 기 수출할 때마다 1조 5,000억 원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줘야 해요. 수출해서 남는 돈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적자 안 나면 다행이지요. 실제로 처음 수출한 아랍에미리트에서도 지금 계속 적자가 쌓이고 있는 게 확인됐어요. 제대로 정산하면 적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네요.
6. 핵융합이란 무엇인가
핵융합은 핵분열과 반대로 원자핵이 합쳐질 때 생기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거죠. 수소 두개가 합쳐져서 헬륨이 될 수 있거든요. 그때도 질량이 조금 줄어들면서 그만큼 에너지로 나와요.
이게 원리적으로는 단순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우리가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수소 원자핵 두 개를 합쳐서 헬륨을 만들려면 결국 양성자 두 개를 합쳐야 하는데 양성자는 양전기를 띠고 있으니까 가까이 가면 서로 밀어내거든요. 그것을 이기고 둘을 합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거죠. 게다가 밀도도 굉장히 높고 시간도 충분히 오래 유지해서 많이 합쳐질 수 있게 해야 하는 거죠.
전문 용어로 로손(Lawson) 기준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의미 있는 핵융합을 하려면 온도를 1억 도로 올리고 1세제곱미터 안에 연료인 수소 10의 20제곱 개가 있어야 하고, 시간을 1초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기준이 있는데 이런 걸 만족하는 게 실험실에서도 쉽지 않거든요.
먼저 1억 도를 견디는 물질이 없죠. 튼튼한 어떤 탱크가 있으면 그 안에 연료를 아주 많이 집어넣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1억 도를 견디는 탱크라는 게 있을 수 없죠. 다 녹으니까요.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연료를 아주 높은 밀도로 오랫동안 가둘 방법이 별로 없어요.
핵융합 방법
현재 쓰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마당(자기장)을 이용하는 거예요. 양성자들이 전기를 띠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자기마당을 걸어 주고 그 분포를 잘 조절하면 그 안에 가둘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해서 로손 기준을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수소 원자핵들을 가두는 방법이 몇 가지 더 있기는 해요. 가장 명백한 방법은 매우 강한 중력으로 모이게 하는 ‘중력 가둠’이지요. 그런 중력 가둠이 어디서 일어나느냐? 바로 해, 곧 별에서 일어납니다. 지구상에서 이 방법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죠.
또 한 가지 방법은 ‘관성 가둠’이라는 게 있어요. 처음에 엄청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줘서 원자핵들이 붙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인데 이를 쓰는 게 바로 수소폭탄입니다. 수소폭탄은 먼저 그 안에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쓰는 핵분열 폭탄을 터뜨립니다. 그러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밖으로 방출되면서 그 반작용으로 안으로 모이게 됩니다. 로켓 같은 원리죠. 이러한 방법은 폭탄으로나 쓸 수 있지 당연히 에너지원으로는 이용하지 못하죠. 몇 해 전에 핵분열 폭탄 대신에 레이저를 이용해서 관성 가둠, 그리고 핵융합 반응을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글쎄요, 실제 에너지 효율은 1퍼센트에 불과하니 아직 성공의 길은 멀고도 머네요.
핵융합의 실제
핵융합 발전에 성공한다면 장점이 분명히 있어요. 핵분열에 비해서 직접 폐기물이 거의 없거든요. 중성자 문제가 있어서 방사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미국에서 그동안 핵융합을 가장 많이 연구했지요. 사실 무기 개발과도 직결되니까 연구를 많이 했는데 한 50년 동안 막대한 자원을 쓰다가 사실상 포기했어요. 오래 전 제가 학생 시절에 20년 지나면 핵융합이 된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요새도 똑같이 20년 더 있으면 된다고 그러네요. 물론 옛날보다는 조금 접근하긴 했지만, 아마 제 생애에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도 핵융합 연구를 하는 데가 있어요. 약자로 이터(ITER)라고 하는데, 국제 열핵실험반응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의 약자예요. 여러 나라가 돈을 갹출해서 프랑스에서 연구하고 있는데 거기도 완공이 20년 가까이 늦춰지고 있어요. 원래 처음 계획대로라면 이미 다 됐어야 하는데 실제 의미 있는 결과는 2050년쯤이나 돼야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조차 목표가 상업적인 것은 아니고 실험실 규모에서 가능하다는 걸 보이는 수준일 겁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또 하는 게 있어요. 케이스타(KSTAR)라는 건데요. 공식 명칭은 ‘한국초전도토카막고급연구’인데 그 영어 표기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의 약자예요. 케이스타도 만든 지 18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수소 원자핵을 48초 동안 모아 둔 게 기록이라고 하지요. 글쎄요, 실용화와는 무관해 보이네요. 케이스타와 이터에 엄청난 비용을 썼는데 의미 있는 성과가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아무튼 일단 두 가지는 확실하다고 생각되네요. 첫째, 현 상황에서 에너지 산업 목적으로 핵융합에 투자하겠다는 건 전혀 말이 안 돼요. 둘째, 연구용으로는 세계가 모여서 하나 정도 해 보는 것이라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자원이 무한정하다면 좋겠지만 자원이라는 게 유한하니까 사람이든 예산이든 인류와 사회 발전을 위해 우선순위를 잘 생각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핵융합은 우선순위에 높이 올려 놓을 만한 건 아니에요.
7. AI, 큰 언어 모형(LLM)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까?
AI는 잘하면 아주 좋은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AI는 주로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큰 언어 모형(LLM)을 말하는데요. 여기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는 건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수직(vertical) AI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요. 수직 AI는 알파고처럼 특정 기능에서 인간보다 나은 능력을 발휘하는 AI를 뜻하는 말이에요.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하니까 제조업과 연결된 수직 AI를 개발하면 좋지 않을까 해요.
LLM에서는 챗GPT가 대표적인데요. 사용자가 엄청나게 많죠. 세계에서 유료 사용자 수로 첫째가 미국, 둘째가 한국이라고 들었어요. 인구 비율로 따지면 한국이 압도적 1위일 듯하네요. 그런데 사용자의 80~90퍼센트는 생산 활동이 아니라 소비, 곧 장난으로 쓴다고 하지요. 이 때문에 전력 소모가 엄청나다고 해요.
게다가 챗GPT는 쓰는 사람의 기분을 잘 맞춰 줘요.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환각’이라고 불리는 황당한 소리도 하는데 사용자가 뭐라고 하면 그 의도에 전부 맞춰 주려고 해요. 사용자를 칭찬하고 추켜세우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좋겠지만 사실이 아닌 얘기도 하는 거죠. 현실이 아니고 진실이 아닌 얘기를 계속 듣다 보면 결국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밖에 없어요.
챗GPT를 만든 오픈에이아이는 LLM을 통해서 이제 AGI를 만들겠다고 해요. 인공일반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말하자면 진짜 사람 같은 걸 만들겠다는 거예요. 지금 나와 있는 LLM도 말로만 보면 사람같이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사용자가 자기도 모르게 매몰되기 쉬운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거기에 정신세계는 전혀 없고, 과연 지능이 있는 것인지, 이해는 하는 것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죠. 지능이나 이해가 무엇인지 정의하기 나름이지만 말이에요. 그렇지만 우리가 조금만 깊이 생각해 봐도 과연 얘가 정말 이해를 한 건지는 중요한 문제예요. 예를 들어서 외로운 사람이 LLM과 대화하면서 정신적 위로를 찾는다고 생각해 봐요. 그게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따져 봐야 하지만 과연 바람직한 것일지도 생각해 봐야 해요. 우리가 스스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인간성, 자존감 같은 것들을 지금의 LLM 같은 기술에 의존하는 게 과연 괜찮을 것일까요? LLM은 결국 기존에 학습한 문서들에서 통계적으로 확률이 높은 단어들을 늘어놓는 것일 뿐이니까요.
요즘에는 LLM에다가 LBM을 붙이겠다고도 해요. LBM은 큰 행동 모형Large Behavior Model을 가리키는데, 그러니까 로봇과 결합해서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만들자는 거죠. 지금도 로봇은 많이 사용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 가지 일만 하거든요. 예를 들어 공장 생산 설비에서 조립하는 로봇처럼 하나만 잘하죠. 그건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죠. 심지어 이제 병원에서도 로봇으로 수술한다고 하잖아요. 지금은 의사가 제어하는 건데 더 발전하면 의사 없이 그냥 혼자 할 수도 있다고 하죠.
사고와 책임
그런데 사실 그건 굉장히 위험한 거죠. 물론 의사도 실수를 많이 해요. 그리고 로봇이 더 실수가 적을 수 있어요.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겨요.
예를 들어 자율주행이 도입되고 있는데, 확률적으로 보면 사람보다 사고 확률이 더 낮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죠? 또 단순히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선택으로 사고가 났다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자율주행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 책임져야 할까요? 아니면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설계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까요? 의료도 마찬가지죠. 만약 로봇이 수술하다가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잖아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그런 문제는 기술과 별개의 문제거든요. 기술 지상주의로는 이런 문제들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없어요.
LLM의 발전에는 이론적 한계도 있어요. LLM이 ‘환각’이라고 부르는 실수를 하잖아요. 그런 실수를 줄이려면 훈련을 계속 시켜야 할 텐데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첫째는 지금 만약에 환각율이 1퍼센트라면, 그건 치명적일 수 있어요. 중요한 일에서 이렇게 많이 틀리면 안 되죠. 그래서 환각율을 0.1퍼센트나 0.01퍼센트로 낮추려면 훈련을 얼마나 더 시켜야 할까요? 10배가 아니라 100만 배쯤 더 시켜야 해요. 전력도 1,000배 이상 더 써야 하고요. 실수를 줄이는 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죠.
둘째 문제는 훈련 자료에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자료를 이용하는데, LLM이 계속 사용되면 스스로 자료를 많이 만들어 놓겠죠. 그러면 결국 인간이 만든 자료가 아니라 LLM이 만든 자료를 이용해서 학습하게 될 거고 일종의 근친교배가 돼서 기능이 획기적으로 나빠지리라 우려됩니다.
특히 저는 자라나는 학생들이 제일 걱정이에요. 이미 지적인 훈련 과정을 상당히 거친 나이 든 사람들이 쓰는 건 뭐 괜찮을 수 있다고 봐요. 비서 기능은 철저하게 잘해 주니까 중요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근데 비서라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좀 힘들고 번거로운 일을 돕는 거지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비서가 만들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써야 하는데, 아직 그런 훈련이 안 된, 자라나는 학생들이 이걸 쓴다는 것은 비서가 오히려 주인이 되고 자기가 비서가 되는 식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비유하자면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자기 다리를 안 쓰고 자동차만 타고 다니면 몸이 허약해지고 오래 살지도 못할 거예요. 머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8. 다른 AI는 어떤 게 있을까?
LLM도 크게 보면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한 군데로 모아 놓고 막대한 돈과 자원을 쏟아붓는 중앙집중식 모델로 미국의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가 여기에 해당하지요. 그런데 한국이 그걸 따라간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돈과 자원으로 어떻게 미국과 경쟁하겠어요? 게다가 그것은 영어를 기반으로 한 건데 한국어 훈련 자료는 영어 자료하고 양에서 비교가 안 되죠. 주권(sovereign) AI라고 우리도 독자적으로 하나 만들자는 건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그 우선순위나 거기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자하느냐는 따져 봐야죠. 거기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돼요.
한편 중국에서는 분산형 LLM을 개발하지요. 데이터센터 같은 걸 엄청 크게 만들지 않고 실제 계산은 자기 컴퓨터에서 주로 수행하게 만들어 놓은 거예요. 대표적인 게 지난해 초에 충격을 줬던 딥시크죠. 챗GPT에 비하면 전력이 약 20~30분의 1밖에 안 들었다고 해요. 그걸로 비슷한 성능을 내고 훈련량도 수십 분의 1일 거예요. 훈련에 들어간 비용도 100분의 1 정도라고 하더군요.
AI를 발전시키는 게 상당히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도움을 주는 그런 수직 AI에 주력하는 게 좋으리라 생각해요. 주권 AI도 좋지만 거기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고요.
9.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지금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게 재생에너지라고 봐요. 다행인 것은 옛날에는 재생에너지가 현재의 에너지양을 다 대체할 방법이 안 됐지만 지금은 가능할 것 같아요. 전기를 낭비하는 너무 황당한 짓만 안 하면 말이죠.
제가 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햇빛 발전 효율이 기껏해야 5~7퍼센트였는데 지금은 40퍼센트가 돼 가니까 비약적으로 발전한 거죠. 발전 단가도 엄청나게 싸졌어요. 균등화 발전 비용(LCOE)이라는 게 있어요. 발전 시설을 설치할 때부터 수명을 다해서 폐기할 때까지 들어간 전체 돈과 그동안 발전한 양 전체를 비교하는 거예요. 가장 적절한 비교 방법이죠. 그런데 이 수치를 비교하면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압도적으로 햇빛 발전이 제일 싸고, 핵발전이 가장 비싸요. 예외가 딱 한 나라 있는데 바로 대한민국이지요. 안전이나 노동권, 자금 조달, 폐기물 처리 등에서 그릇되게 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겠죠. 현재 세계에서 핵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나라는 거의 없어요. 중국이 유일하게 최근에 많이 건설했는데, 계획보다 많이 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5~10년 동안 중국의 전력 생산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증가량이 핵발전소 증가량의 무려 100배 정도예요. 그러니까 중국도 지금 재생에너지에 압도적으로 많이 투자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는 사실 사람들의 삶에 핵심적으로 중요하잖아요. 기본권에 들어가야 하고, 따라서 철저하게 공공성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햇빛 발전을 민간에 맡겨서 민영화, 정확히는 사유화 사업으로 했어요. 그러면 온갖 문제가 안 생길 수 없어요. 철저하게 이윤이 목표가 되니까요. 그래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많이 낳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산을 사서 나무를 다 잘라 버리고 거기에 대거 설치하고 했다고 하지요. 햇빛 발전은 전력을 많이 쓰는 도시에서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실제로 해외 일부 도시는 그렇게 해서 모든 전력을 자체 충당하기도 해요. 서울 같이 끔찍하게 밀집된 도시는 쉽지 않겠지만 모든 건물의 지붕에 설치할 수 있거든요. 주차장과 도로도 좋은 보기이고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는 최대한 설치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10. 과학이 아니라 돈에만 관심 있는 이재명 정부와 한국 헌법
지금 정부는 기술 개발에는 관심이 있는 것 같으나 과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여요. 정부의 핵심 목표는 결국 돈으로, 좋게 말하면 국민 전체를 어떻게 부자로 만들어 줄지가 관심사인 것 같은데, 뭐 그건 좋죠. 하지만 거기에만 너무 몰입하다 보니까 잘못 나가는 것 같아요. 실용주의를 강조하지만 그 반대로 나가고 있어요.
심지어 과학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나라 헌법에도 그렇게 돼 있어요. 과학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것으로. 이건 정말 잘못된 것이므로 개헌해서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과학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삶의 질이란 단순히 물질적인 것, 돈 이런 것만은 아니거든요. 과학의 핵심은 그게 아니라 정신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거예요. 그게 과학의 진정한 목적이고 목표인데 지금 정부는 돈만 생각하지, 과학은 없는 거예요. 과학과 기술을 같은 걸로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실용주의 관점에서 기술만 강조하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좀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과학과 기술이 있고 그 아래에 AI가 한 분야로 있어야 할 거 아니겠어요. 지금 우리나라는 거꾸로 AI가 모든 것의 위에 있잖아요. 들어 보니 과학기술수석비서관도 AI,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AI,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AI 관련 인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문화도 돈벌이 수단이 된 것 같아요. 산업부 장관인가 하는 사람도 핵 산업에 핵심적으로 관련된 사람이라고 하고.
솔직히 그 점에서는 굉장히 실망스럽죠. 심지어 핵융합에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니 최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전에는 이러한 사안에 관해 좀 제대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는데 지금은 너무 달라져서 상당히 당혹스러워요. 심지어 지난가을에는 대통령도 지금 핵발전을 새로 하려면 십 몇 년이나 걸리니까 의미가 없다고 분명히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으니 영 이상하잖아요.
사실 핵발전은 이른바 원천 기술을 웨스팅하우스가 쥐고 있고 미국 정부는 법으로 그 기술 유출을 막고 있어요. 그러니 여기에 투자해 봤자 우리는 쉽게 말하면 콘크리트 타설밖에 못 한다는 거예요. 이를 실제로 맡아서 하는 데는 두산과 현대일 테니 우리 세금을 막대하게 써서 그들에게만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