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탄핵 논란:
겁 많은 민주당, 조희대 너머 이재명을 겨누는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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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표 김민석은 10월 16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방송에서 대법원장 조희대 탄핵과 관련해 “모든 방법과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소추안을 공개하며 민주당에 공동행동을 제안했고, 진보당은 7일 소추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불과 사흘 만에 또다시 슬그머니 탄핵 카드를 거둬들이고 있다. 19일, 민주당 대변인 조계원은 국정감사에 집중하고 탄핵은 그 이후에 살피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올해 3월에도 탄핵을 추진하려다가 중단한 바 있다.
민주당 원로 박지원은 SBS 라디오에서 “지금 탄핵을 해야 될 이유는 차고 넘쳐요”라고 했지만, 〈경향신문〉은 지지층 결집을 바라는 지도부의 기대가 있더라도 당내 전반은 회의적인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소추 의결은 민주당 단독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이 불러올 우익 대중으로부터의 ‘역풍’이 무서워 민주당 내에서조차 회의론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조희대는 진작에 진보 염원 대중에 의해 아래로부터 끌어내려졌어야 할 자다.
계엄 선포 직후, 조희대는 법원행정처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했고, 그날 대법원 관계자는 “비상계엄에 따라 사법권의 지휘와 감독은 계엄사령관에게 옮겨간다”고 전했다(〈조선일보〉 보도).
대선 직전, 조희대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도 있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고등법원은 검찰이 상고장을 제시한 지 단 이틀 만에 7만 쪽에 이르는 재판 기록을 대법원에 넘겼고, 대법원은 상고이유서가 제출된 지 단 하루 만에 대법원 2부로, 다시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조희대는 일주일 만에 파기환송을 선고했고, 그 판결이 나자마자 5월 2일 고등법원은 5월 15일에 파기환송심을 열겠다고 밝혔다. 5월 2일 윤석열의 총리 한덕수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을 속전속결 재판이었다. 이런 초고속 진행은 유례 없는 일로, 결론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상 대선 개입이자, 당시 쿠데타 미수 여파로 불리한 처지에 있던 국민의힘(국힘)의 재집권을 가능하게 하려는 판결이었다.
엄청난 반발 여론에 이재명 파기환송심을 배당받은 재판부는 재판을 중지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전에 진행 중이던 재판이 헌법에 있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이 지금 국힘 등의 이재명 협박 수단이 돼 있는 것이다.
조희대의 파기환송 때문에 크게 출렁인 반발 여론을 고려하면, 당시 대선을 앞두고 잦아들던 반극우 시위를 재개해 조희대를 끌어내리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주도권을 쥔 민주당은 선거 등 ‘헌법 질서’를 강조하는 것으로 윤석열과의 차이를 부각하며 그 ‘질서’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을 끌어내리는 데 일관되게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결국 조희대는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조희대는 윤석열을 풀어 준 지귀연에게 1심 재판을 끝까지 맡겼고, 쿠데타 이후 조희대가 임명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3인방(이정재, 박정호, 정재욱)도 쿠데타 공범들의 구속영장을 줄줄이 기각했다. 지귀연은 당시 드러난 비위 혐의(룸살롱 접대)로 올해 9월에야 기소됐다.
그리고 올해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정부의 정치 위기가 급속히 깊어지며 여당 내분이 심화하는 등 세력 관계가 국힘에 유리해지자, 조희대가 대법관 임명을 둘러싸고 이재명과 날카롭게 대립하며 재등장했다. 국힘은 ‘재판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세력 관계가 우파 측에 더 유리해지면 조희대는 능히 재판을 재개하려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조희대 탄핵을 추진할까 고민할 때도 헌정 질서 수호 논리를 폈다. 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탄핵이 “헌법상 권력분립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여론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헌법’과 ‘정상화’ 논리는 우파를 막는 무기가 되지 못한다. 조희대는 청와대와 여당의 대법관 임명 재제청 압박을 ‘위헌’이라고 지적하고 장동혁은 조희대 탄핵 논의를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의회의 쿠데타”라고 불렀다.
국가기구 내 쿠데타 동조 세력을 발본색원하기는커녕 상당수를 내버려둔 채 중도우파 일부를 포섭해 극우를 고립시키겠다는 계산은, 마침내 자승자박이 돼 정권의 최대 위협 요인 중 하나가 됐다.
극우는 아래로부터의 대중 동원으로만 저지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반극우 대중을 거리로 불러낼 배짱이 전혀 없음을 거듭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