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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이재명 정부 팔레스타인과 중동 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이재명 정부가 내준 공간에서 대담해진 조희대

10월 6일 국정감사에 나온 대법원장 조희대는 이재명 대통령의 뜻을 따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법사위가 소환한 증인이 아니라 헌법상 국회 전체와 대등한 지위에 있는 사법부 수장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증인 선서도 거부했다.

그렇다고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아니다. 준비해 온 원고를 꺼내 6분가량 자신의 대법관 제청이 정당함을 주장했고, 지난해 국감과 달리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도 조목조목 반론을 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고가의 식사비나 와인 구입 등 조희대의 비리 혐의나 특권 의식을 들춰냈어도 실질적인 위협을 가한 쪽은 오히려 조희대였다. 오히려 조희대 이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지던 특혜들을 지금에서야 문제 삼는 민주당의 군색함이 드러났다.

조희대는 답변 중에 ‘위헌’이라는 말을 네 번이나 썼다. 정부·여당이 헌법을 어기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교묘하게 윤석열의 계엄이 위헌이라는 답변 뒤에 그렇게 말함으로써 양비론을 만들어 내는 효과를 냈다.

게다가 ‘계엄이 위헌’이라는 말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정한다는 뜻 이상은 아니었다. 이제 와서 자신이 “어느 기관보다 먼저 위헌적이라고 얘기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대법원의 계엄 협조 움직임을 보도한 언론 기사들에 정정보도도 요청하지 않고 있다.

계엄 선포 직후 조희대는 법원행정처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그 회의가 열리던 12월 4일 0시 48분, 〈조선일보〉는 대법원 관계자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비상계엄에 따라 사법권의 지휘와 감독은 계엄사령관에게 옮겨간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윤석열이 계엄을 해제한 뒤에 나온 대법원의 공식 입장에도 위헌이라는 말은 없었다. 같은 날 아침 출근길에서 조희대 자신은 계엄의 위법성을 묻는 질문에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을 뿐이다.

사법부가 계엄을 위헌이라고 공개 규정한 것은 그로부터 이레 뒤의 일로 12월 11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법사위에서 “위헌적인 군 통수권 행사”라고 말한 것이다. 1차 탄핵소추안 부결로 대중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당시 여당이던 국힘 의원 일부가 가세해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커진 때였다.

조희대의 판단이 간접적으로나마 처음 전해진 것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난 뒤인 2025년 5월 2일에 이르러서였다. 이번에도 천대엽의 입을 통해서였는데, 조희대가 지휘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다음 날이었다. 해당 판결이 대선 개입이자 방해(결국은 윤석열 세력 돕기)라는 빗발친 반발을 무마하는 맥락이었다. 당시 윤석열은 지귀연과 심우정의 합작으로 풀려나 바깥을 활보하고 있었다.

조희대가 자기 입으로 그 말을 한 것은 계엄 1년이 되는 2025년 12월 3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부 요인을 초청한 오찬 자리였다.

이날에도 조희대는 이재명 정부의 사법제도 개편을 반대하는 맥락에서 윤석열의 계엄도 나란히 위헌적인 것으로 비판했을 뿐이었다.

즉, 조희대는 일반적 극우와 달리 노골적으로 윤석열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사법부 수장이라는 자리를 십분 활용해 이재명과 민주당도 위법하고 위헌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침으로써 극우 일반에 유리한 지형을 만드는 데 일조해 왔다.

이재명 정치 위기를 보며 재판 재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이다 ⓒ출처 국회방송

재판 재개

조희대와 민주당 의원들 모두 결코 입 밖에 꺼내지 않은 진정한 쟁점은 극우 장동혁의 입에서 나왔다. 이 공방의 밑바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재개 문제가 있다.

조희대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대선 전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희대 탄핵을 입에 올리기는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중요한 국가기관을 흔드는 것을 꺼리는 소심함과 우파 및 보수적 국가 기구의 협력도 얻어야 통치가 가능하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모두의 대통령”, “국가 정상화”라는 취임 일성이 이를 뜻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쿠데타를 노골적으로 옹호한 이혜훈 같은 자들조차 중용하려 한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지지층의 이반을 낳아 정부의 정치적 위기를 심화시켰다. 그 때문에 지방선거 전후로 여권 내분도 가속됐다. 물론 유시민 등 반명파가 사회 개혁이나 내란 청산에 더 진지한 것도 아니다. 현 정부에서의 영향력과 지위, 차기 대통령직 등을 걸고 벌이는 권력 투쟁일 뿐이다.

극우는 이재명의 정치 위기와 여권 내분을 십분 활용해 기세를 높이고 있다. 미국 극우의 도움도 받아가며 국힘이 주도하는 극우적 공세는 이재명의 위기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 “노무현 탄핵 직전 같다”(김민석)는 말은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지율 하락 속에 민주당이 추진한 조작기소 특검법은 오히려 극우의 먹잇감이 됐고,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 공소 취소 조항을 빼 달라고 여당에 요청해야 했다. 그런데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욕만 먹고 추진도 못하는 것이다. 여권 내분도 이런 상황에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설사 법안이 통과되고 특검 수사가 시작돼도 이대로 이재명 지지율이 계속 하강하면 조희대 임기 종료(2027년 6월) 전 법원이 이재명 재판을 재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대법관 임명 지연을 이유로 윤석열/김건희 재판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김건희의 상고심은 선고 하루 전에 소부에서 전원합의체로 넘어갔고 아직 선고기일이 정해지지 않았다. 구속기간은 10월 31일에 끝난다. 조희대는 국감에서 김건희 사건의 선고 시기를 묻는 질의에 “재판 사항에 관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연막을 쳤다.

조희대가 이만큼 대담해진 것은 이재명 정부가 오른쪽에 내준 공간 덕분이다.

10월 3일 서울에서는 이재명 하야를 요구하는 극우 연합 집회에 4만 명가량이 모였다.

의미심장하게도 조희대는 지난달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한 “[법사위]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국회에서는 목청을 높이지만, 대중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자신을 존중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였다.

이재명 정부의 위기가 극우의 득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여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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