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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위기에 빠진 중국:
중국이 세계경제 위기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중국 경제성장률(GDP) 추이

최근 경제 위기에 대한 정부 개입 덕분에 중국 경제의 조기회복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1일 열린 G20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말해 주는 것처럼, 중국이 세계를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구원자 구실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의 공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은 아직도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6.8퍼센트를 기록해 톈안먼 항쟁 여파로 인한 경제 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 해관(海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올 1분기 수출은 20퍼센트 하락했고 수입은 30.7퍼센트 하락했다.

수출입뿐 아니라 국내 생산에서도 경기침체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퍼센트 이하면 긴축성장을 의미하는데,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50퍼센트 이하를 맴돌고 있다. 산업생산은 2008년에 증가율이 급감했고, 올해 1~2월 공업 부가가치 생산은 1997년 이래 최저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경제예측가들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5~7퍼센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국 경제가 5.5퍼센트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신규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8퍼센트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급격한 경기위축에 직면하자 위기감을 느꼈고, 지난해 11월 5일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2007년 중국 GDP가 25조 위안인 점을 고려하면 4조 위안은 GDP의 16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 결과 중국의 거시경제정책은 바오쩡장(保增長, 전면적인 경제성장 추진)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발표된 경기부양책이 2009 ~2010년 2년간의 정책이라는 점, 이전에 발표된 내용을 중복한 점, 재원 마련을 위한 계획이 없다는 점 등이 제기됐지만 급격히 추락하던 중국 경제에 부분적인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남방항공 같은 대형 국유기업의 부실을 세금 감면이나 공적자금 공급으로 메워주고 있다. 그 외에도 수출 보조금 확대, 각종 금융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추진중이며, 농촌 빈곤층에게 1인당 1천2백 위안(24만 원가량)을 보조하는 것을 포함한 사회적 지출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기부양책이 경기의 급속한 침체를 약간 완화할 수 있을지언정 중국 지도부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여기는 8퍼센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 전망이 어두워 보이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기업의 수익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에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세계은행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기업의 이윤율 증가에서 비롯한 것이고, 투자수익률은 16~18퍼센트에 이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산웨이장(Shan Weijian) 같은 학자는 세계은행의 수익성 추계치는 자본소득 같은 요소를 이윤에 포함시켜 이윤을 이중으로 계산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기업의 이윤 마진이 2000년대 들어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유기업들은 받아야 할 어음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국유기업 부실과 국유기업에게 대출해 준 국유상업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도 “중국 GDP 성장에서 한 가지 모순이 있는데, GDP의 50퍼센트 정도가 고정자본투자에 들어가고 연간 고정자본형성이 30퍼센트에 이르는데도 전체 경제가 10퍼센트 이상 성장할 수 없었다는 점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는 1997년 동아시아 경제 위기가 터지기 전에 폴 크루그먼이 총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은 점 때문에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 경고를 연상시킨다.

2003년 이래로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거듭했지만 그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산웨이장이나 스티븐 로치의 지적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이윤율의 하락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03년 이후 지속된 과잉투자로 인한 수익성 하락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 때문에 좀더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둘째는 중국 경제의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이 이번 위기로 심각한 모순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래로 중국은 수출을 위한 제조업 생산이 국내 소비를 위한 생산의 2.4배나 많을 정도로 수출 의존적 경제 구조다.

중국의 수출입 제품의 구성도 저기술 제품 비중은 줄어들고 하이테크 제품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 구조에서 차지하는 지위도 바뀌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표현은 중국이 농업국가에서 제조업 중심의 개도국으로 변모했다는 의미보다는 다국적기업이 지배하는 세계적 생산연관구조에서 중국이 핵심적인 중간고리 구실을 하는 존재로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용어가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다국적기업들은 세계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지로서 중국을 선택해 생산시설을 위한 투자를 확대했다. 1993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외직접투자가 이를 나타내 준다. 또 아시아개발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동아시아 수출품의 61.3퍼센트가 서방 선진국으로 향하는데,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서방(특히 미국) 소비시장에 제조업 제품을 수출하고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대신 그 흑자 자금으로 선진국의 국채나 채권 등 금융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나 남미 그리고 일부 동아시아 국가들로부터는 원자재를 수입하고 그 대신 제조업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로 서방 국가들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자, 중국과 한국 등 서방 국가들에게 주로 수출하던 국가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바처럼, 중국의 수출입 규모가 급격히 하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수출의 급격한 하락을 벌충하기 위해 내수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TV, 에어컨 등 각종 전자제품 생산시설들이 수요에 비해 네 배 이상이나 돼, 과잉축적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2005년 중국 상무부는 6백 개 소비재 중 70퍼센트 이상이 과잉공급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소비재 수요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같은 민간소비 증대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GDP에서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53퍼센트에서 2006년 40퍼센트 이하로 하락했고, 민간소비도 같은 시기에 47퍼센트에서 36퍼센트로 하락했다.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퍼센트 이상이나 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대중 소비사회가 아니다. 더욱이 중국에서 지난 30년 동안 지속된 시장개혁은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켜 부자들은 더 늘어났지만 대중 소비를 향유할 계층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의 민간소비 확대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힘든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경제 위기에 직면해 중국 경제를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에서 내수 중심의 전략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의 우징리엔,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부총재 린이푸 등이 그런 주장을 한다. 하지만 중국 성장전략을 급격히 변경하는 것은 그 성공 여부를 떠나, 산업구조조정의 문제를 넘어 지배계급 내 치열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불안정과 격랑의 중심

현재 중국 경제는 2003년부터 시작된 과잉축적의 모순과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자본 가치의 파괴가 일어나고 선진국 소비 축소로 수출기업들이 무너지며 호황기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경제 위기는 노동 대중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이미 농민공 3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농촌으로 되돌아갔다. 착취에 기초한 축적에 대한 불만이 증대하고 있는 노동대중을 고려해 노동계약법이 2008년부터 시행됐지만 그 효과는 일부에 한정되고 있다. 시장개혁이 추진되면서 증대된 빈부격차와 이번 경제 위기가 결합되면서 중국 사회는 한층 불안정해지고 있다.

중국 지배자 중 일부는 이번 경제 위기를 세계 열강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듯하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전략자원 확보, 외환보유고의 정치적 활용 등이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중국 인민은행장 저우샤오촨이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오바니 아리기(G. Arrighi)처럼 이제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과도하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미국 경제와 그 정치적 영향력이 이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는 점과 향후 중국이 세계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지금 전 세계가 경제 위기의 구원자로서 중국의 구실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 경제 위기의 구원자 구실보다는 추락하는 이윤율, 수출 모델의 위기, 내부적으로 첨예해지는 계급 갈등 때문에 위기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외부적으로도 세계 지배구도에 진입하려는 시도 때문에 불안정과 격랑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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