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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저점을 통과했다는 허풍 뒤의 진실
투기 조장과 거품 확대는 재앙을 부를 것

자전거 도로 확대라는 또 다른 건설 경기 부양을 내놓은 이명박 정부. 거품 확대는 더 큰 재앙을 낳을 수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지난 3월 초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폭락하던 세계 주식 시장이 최근 다소간 회복하자,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한국에서도 코스피지수가 3월의 1천 선에서 1천4백 정도로 40퍼센트가량 상승하고 1천6백 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1천2백 원 대로 떨어져 외환시장이 안정되자, 경기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가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자 중국 경제와 밀접히 연결된 동아시아가 세계경제 악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디커플링론’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디커플링’?

악화하던 경제 위기가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금융시장 개입으로 일시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밑에서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표가 훨씬 많다.

우선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과 서유럽 국가들의 개입으로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는 동유럽에서 금융 위기가 폭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동유럽은 2000년대에 미국·영국과 함께 외국에서 빚을 내 경제를 성장시킨 지역이다. 동유럽은 특히 인근 유럽 국가에서 많은 돈을 빌려 왔는데, 그 금액이 보통 GDP의 몇 곱절이나 된다. 그래서 미국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에는 몇몇 동유럽 국가들이 유로화 채권 발행에 성공하는 등 위기설이 상당히 진정됐는데도, 발트3국의 국가부도 위험이 여전히 높고 불가리아는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동유럽 중 상대적으로 낫다는 폴란드는 최근 IMF에 2백억 달러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동유럽 경제의 불안정 때문에 서유럽 은행들은 대출을 회수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동유럽 경제는 더욱 어려움을 겪으며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7∼2010년 영국을 제외한 유럽 은행들의 부실 예상액은 1조 1천1백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보다 금융 시장의 위기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막대한 차입으로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자해 큰 이익을 얻었던 영국 경제도 위기가 심각하다. 영국은 재정적자가 너무 많아 국채 발행에 실패했는가 하면,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만 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국의 은행들은 외채의 25퍼센트가량(2008년 하반기)이 영국 자금일 정도로 서유럽 은행들로부터 차입이 많다. 서유럽에서 금융 위기가 심화하면 한국에서 자금을 회수할 것이 뻔해 다시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미국의 금융 위기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주요 은행인 씨티은행과 BoA가 이익을 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손실을 줄여서 반영하는 새로운 회계기법 덕분이다. 미국 은행들의 부실 정도를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설혹 괜찮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완전히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집값도 계속 하락해 모기지 대출 부실이 여전하다. 여기에 상업 모기지, 신용카드, 기업 대출로 부실이 확대되고 있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IMF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손실 총액을 2조 7천억 달러로, 전 세계 예상 손실규모를 4조 1천억 달러로 늘려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손실 예상액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것은 위기가 계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크라이슬러와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높은 GM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계속 높아지는 실업률을 더욱 높여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투기적 ‘핫머니’

한편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을 투입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중국 은행들에 압력을 넣어 올해 1사분기에만 신규대출을 무려 4조 5천억 위안 늘렸다. 그래서 소비와 생산이 늘면서 올해 8퍼센트 성장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줄어드는 수출을 중국 정부의 대규모 개입으로 만회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오랫동안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이 경쟁적으로 산업 투자에 뛰어들면서 무계획적으로 투자를 했다. 그래서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 등에 중복 투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의 개입으로 생산이 늘고 있지만, 이런 과잉생산 증가로 재고가 증가하고 덤핑 판매가 늘어나면 중국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한국도 3월 무역수지가 46억 달러 흑자를 달성했지만,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출의 내용을 보면, 선박 수출만 증가했을 뿐 전자, 자동차 등의 수출은 30~40퍼센트나 감소할 정도로 더 악화했다. 게다가 선박 수출은 2~3년 전 수주가 지금 통계에 잡히는 것인데, 우리 나라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는 고작 1건이다.

수입의 내용도 나쁜데, 3월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30퍼센트와 40퍼센트 감소해 신규 투자와 소비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 줬다.

그래서 올해 1~2월 중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IMF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64.1퍼센트에 그쳤고, 공식 실업자 수는 곧 1백만 명을 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가 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반면, 한국의 은행권 부실 채권은 20조 원에 이르러 5년 만에 최대치를 갱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의 주가가 대폭 오르고 환율이 떨어진 것은 지난 두 달간 해외 자금 5조 원이 한국 주식시장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금 중 4분의 3이 바하마, 버뮤다, 버진제도 등 조세회피지나 조세회피지로 간주되는 곳에서 들어왔다. 즉 투기적 ‘핫머니’다.

투기 자금들은 금융 위기가 상대적으로 진정되자 다시 전 세계를 누비며 단기 이익을 노리는 것이다. 이에 덩달아 한국에 쌓여 있는 8백조 원에 이르는 유동 자금도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불안정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주식·부동산 시장의 반짝 상승이 경기 회복을 보여 준다며, 4월 말에 통과된 추경 28조 4천억 원을 집행하면 하반기에 경제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공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1930∼1932년에도 증시는 세 차례에 걸쳐 20퍼센트 이상 상승한 적이 있다.

현재도 위기가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고 이것은 앞으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단기·저질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 거품 확대, 부자 감세와 재정적자 확대는 한국 경제의 운신의 폭을 더욱 줄일 것이다. IMF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재정적자 확대폭이 가장 크다고 경고했다.

지금이라도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대폭 늘리는 세제 개혁과 복지 확대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국 경제를 바꿔야 한다.

재벌·부자를 정권의 사회적 기반으로 해서 자유시장주의에 사로잡힌 이명박 정부가 그럴 의사가 없다면, 노동자들이 앞장서는 투쟁으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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