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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기자회견:
문재인 정부의 파병 움직임에 경고를 보내다

7월 24일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호르무즈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기자회견 ⓒ고은이

7월 23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자 강경한 대외 정책을 주도해 온 존 볼턴이 한국을 방문했다.

최근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자 “상선을 보호할” 다국적 함대를 꾸리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리고 한국에 곧 파병을 공식 요청할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적극 응할 태세를 보여 왔다.

이번 볼턴의 방한에서 한국군 파병이 논의될 것이 분명한 가운데, 광화문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민중공동행동·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주최로 “호르무즈해협 한국군 파병을 반대한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40여 명이 참가했다.

첫 발언자인 민중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자 민주노총 사무총장인 백석근 씨는 미국을 “전쟁을 일삼고 그 피를 먹고 사는 나라”라고 규탄하며, 한국 정부가 “이라크 파병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되고 한국의 파병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두 번째 발언자인 노동자연대 활동가 김영익은 “파병은 미국의 패권 정책과 부당한 대이란 군사 위협을 지지·지원하는 것”이며 “다국적 함대 파견은 중동 전체의 불안정을 더욱더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파병은 “평화를 기원하는 대중의 염원을 배신하는 것”이며 “파병에 응한다면 강력한 저항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성규 민중당 사무총장은 미국을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찬 깡패 국가가 아닐 수 없다”고 규탄하고, “호르무즈해협의 위기는 미국이 스스로 자초한 것.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파병에 반대했다.

기자회견문 낭독 후 참가자들은 “파병을 반대한다” 구호를 크게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문재인 정부가 파병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여기에 항의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 노동자연대 김영익 활동가, 민중당 홍성규 사무총장 ⓒ고은이
ⓒ고은이

[기자회견문]
호르무즈해협 한국군 파병을 반대한다

어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에 왔다. 볼턴은 미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무력을 과감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 전쟁광이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 안에서 대북한, 대이란 강경책을 주도해 왔다. 그런 볼턴이 지금 한국에 온다니, 그 저의가 너무 뻔하다.

일각에서는 볼턴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이 한·일 갈등 중재에 나선다고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볼턴은 자국의 패권을 위해 미국의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부적절하게 봉합하려 할 뿐이다. 볼턴을 비롯한 미국 권력자들에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고통과 한은 안중에 없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볼턴이 서울에 온 주요한 목적의 하나다.

트럼프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선을 호위하는 다국적 함대를 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앞서 미국 국무부는 워싱턴에서 60여개국 외교관들을 불러 호르무즈해협의 ‘안보공동체 구상’을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을 한국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금 호르무즈해협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유조선 피격과 억류, 무인기 격추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하마터면 양측 간 교전이 일어날 뻔한 일도 벌써 여러 차례 벌어졌다. 그런데도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군대를 추가 배치함으로써 위기를 격화시키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위기는 미국이 자초한 위기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이란과의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다. 미국은 한국이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지 못하게도 했다. 이제 미국은 다국적 함대를 호르무즈해협에 배치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려 한다.

미국의 구상대로 호르무즈해협에 함대가 배치된다면, 그 지역의 위기는 더한층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패권을 위한 미국의 일방적 군사 행동이 이란을 상대로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면, 오만해진 미국이 한반도에서도 같은 일을 반복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는 뚜렷한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심지어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검토하고 있음이 곳곳에 확인되고 있다. 소말리아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보내는 것, 청해부대가 아닌 최신예 호위함을 별도로 보내는 것 등 구체적 파병 방안들이 정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그곳의 불안정을 부추기는 위험한 선택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게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대이란 군사 압박, 한국군 파병 요구, 미국을 규탄한다!
한국 정부는 파병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라!

2019년 7월 24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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