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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의 불안정을 키우는 서구 열강
이 판국에 미국 지지한다며 파병하려는 문재인 정부

7월 9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미군 순양함 ⓒ출처 미국 국방부

최근 미국과 영국이 저마다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겠다며 연합 함대를 보낼 계획을 들고나오면서, 호르무즈해협의 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이미 미국은 지난달부터 다국적 연합 함대를 꾸릴 계획을 천명해 왔다. 7월 19일 미국 국무부는 각국 외교관을 대거 초청해 호르무즈해협 상황에 대처할 계획을 소개했다. 연말에는 바레인에서 65개국을 초청해 “항행의 자유를 보호”할 해상 연합을 출범하는 회의를 열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다.(“항행의 자유”는 미국이 해양 패권을 추구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한편 7월 22일 영국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는 미국과는 별도로 유럽연합 주도의 해상 작전을 제안했다. 이탈리아, 덴마크, 프랑스 등이 여기에 호응했다고 한다.

호르무즈해협 위기를 악화시켜 온 자들이 그곳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7월 4일 영국은 지중해의 지브롤터에서 이란 유조선을 억류했다. 이란 유조선이 유럽연합의 시리아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이란과 관계가 크게 나빠졌다. 이란이 영국 유조선을 억류하겠다고 위협하자 영국은 군함을 호르무즈해협으로 보냈다. 그 결과 영국 군함과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란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무장 선박이 대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7월 19일 이란은 영국 유조선을 억류했다. 헌트는 “국제법 위반”, “국가적 해적질” 운운하며 이란을 비난했지만, 영국이 지브롤터에서 이란 유조선을 억류한 것 또한 그런 비난에서 자유로운지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지브롤터 당국은 불과 하루 전에 통과된 규정에 의거해 유조선을 억류했다. 게다가 영해에서 유조선을 억류했는지도 불확실하다.

사실 국제 질서에서는 언제나 국제법보다 힘의 논리가 우선이었다. 강대국에게 강제할 방법이 없는 국제법은 ‘내로남불’식으로 적용돼 강대국의 패권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곤 했다.

게다가 영국이 이란 유조선을 억류한 근거인 시리아 제재는 모든 제재가 그렇듯이 그곳의 독재자보다는 민중을 큰 고통과 도탄에 빠뜨릴 뿐이다.

무엇보다도 호르무즈해협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미국 제국주의의 대(對)이란 정책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재 위기는 지난해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 제재를 재개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란은 핵협정을 준수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얼마 전 사망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장 유키야 아마노는 이란의 비핵화 검증 과정이 IAEA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꼼꼼한” 것이었다고도 했다.

영국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도 최근 이란의 영국 유조선 억류를 두고 이란을 규탄하면서도, 옳게도 “핵협정을 파기한다는 트럼프의 결정이 전면적 충돌 위험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핵협정을 깨고 이란을 압박하는 이유는 결국 이란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점령에 실패한 미국은 이후 중동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이란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

트럼프는 이란에 군사적 위협과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해서 이란이 거둔 성과를 되돌리려 한다. 그 과정에서 전쟁 위험을 키우더라도 말이다.

현재 이란 민중은 그 대가를 가장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자 물가가 일제히 뛰어올랐다. 식료품 가격은 날마다 오르고 있다. 예컨대 쇠고기 값은 불과 세 달 만에 킬로그램당 38만 리알(1만 650원)에서 120만 리알(3만 3640원)로 치솟았다. 필요한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다.

6월부터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새 미군 기지를 세우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달 오만해에서 유조선 두 척이 공격을 당하자 뚜렷한 증거 없이 이란을 범인으로 지목하고는 중동에 미군 1000명을 증파하겠다고 했다. 병력 수백 명을 투입할 이 기지에는 7월 중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준비되고, 8월 중에는 전투기가 들어올 것이다.

여기에 배치된 군사력은 기본적으로 이란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예맨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충돌하고 있는 후티 반군이 기지를 공격한다면 또 다른 불안정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군은 수렁에 빠진 예멘 내전에 손을 대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중동은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개입, 그 지역 강국들의 경쟁과 종파 간 내전 등이 교차해 불똥이 어디서 튀어 오를지 모르는 지극히 불안정한 지역이다. 그런 곳에 강대국들이 연합 함대를 보내는 것은 이런 불똥이 더 큰 재앙으로 번질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강경화 장관, 호르무즈해협 문제에서 미국 지지를 선언하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다국적 연합 함대 구상에 적극 응하려 한다. 7월 23일 한국을 방문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에게 외교부 장관 강경화는 호르무즈해협 상황을 “안정시키 위해 노력하는 미국의 리더십을 ⋯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볼턴이 한국을 떠난 뒤 청와대는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한 군사 행동에 동참하고, 평화를 바라는 대중의 염원을 배신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과 협조하는 것이 북핵 문제와 한·일 갈등 등에서 미국을 끌어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강경화는 볼턴에게 “동맹에 대한 다른 위협과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관여를 미국이 완전히 지지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동아시아에서도 자국의 이해관계에 충실할 뿐이다. 한국에 온 볼턴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미국의 관심사만 꺼내 놓고 갔다. 한·일 갈등에 대해서는 “공동 안보에 좋지 않으니 대화를 통해 잘 풀어라”고만 했다. 일본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핵심 파트너이고, 미국은 한·일 갈등과 안보 비용 분담 등에서 오히려 한국에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파병으로 ‘국익’을 추구하겠다는 생각은 몽상이다.

무엇보다도 이란과 아랍 민중의 피로 이득을 취하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파렴치한 자국 이기주의일 뿐이다.

7월 24일 존 볼턴을 만나 호르무르즈해협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지지한다고 말한 외교부 장관 강경화 ⓒ출처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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