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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수백 명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다

5월 21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러시아군 철군! 서방의 확전 시도 반대! 한국 정부 개입 반대!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다.(영상 보기)

국제적 반전 연대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의 제안에 호응해 열린 이날 집회에는 11개 단체들이 연명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노동자·청년·학생·이주민 등 수백 명이 참가했다. 3월 6일에 열린 국제 행동의 날보다 폭과 규모가 는 것이다.

이 집회에는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방한해 윤석열과 “러시아 억지를 위한 한미 협력”과 “한미 군사동맹 강화”를 다짐하던 바로 그 시각에 전쟁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는 의미도 있다.

집회와 그 후 대학로에서 종로 1가까지 이어진 행진은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활력 있고 힘찼다. 거리의 시민들도 삼삼오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휴대폰으로 시위 광경을 찍기도 했다.

러시아와 서방 제국주의 모두를 규탄하다

많은 좌파들이 이번 전쟁을 둘러싸고 러시아 규탄에만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이번 집회가 푸틴의 침공뿐 아니라 서방의 확전 행위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조에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았다는 점은 뜻깊었다.

특히 체코에서 온 유학생 안나 씨의 발언은 참가자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나 씨는 옛 소련 제국주의에 의해 고통받은 체코인들의 역사적 경험을 소개했다.

“소련은 체코를 23년 동안 점령했었고 그 상처는 체코인들에게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전쟁이 시작됐을 때 체코에서는 유럽 최대 규모의 반전 집회가 열렸습니다.”

동시에 안나 씨는 나토와 서방의 러시아 제재 역시 비판했다.

“체코가 나토에 가입한 1999년은 유고슬라비아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때였습니다. 당시 나토는 유럽의 한 국가를 맹렬히 폭격했습니다. 나토는 평화를 수호하는 조직을 자처하지만, 나토가 이제껏 한 일이라고는 회원국도 아닌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개입한 것뿐입니다. … [나토의 전쟁 개입은] 나토의 가장 강력한 회원국인 미국에게 득이 됐습니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도 득을 보게 둬서는 안 됩니다.

“무차별적 제재에도 반대해야 합니다. 역사에서 봐 왔듯 제재는 거의 효과가 없었고, 그 피해는 무고한 사람들만 보기 때문입니다.”

발언 중인 체코 유학생 안나 씨 ⓒ이미진

집회 연설자들은 반전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온 프리랜서 노동자 이승은 씨는 부산에서 이번 국제공동행동 참가를 독려하는 활동을 한 경험을 전했다.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이 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립대 난민·이주민연대동아리 ‘Re:friends’를 대표해 발언한 대학생 양선경 씨는 “500만 명 넘는 난민들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해야 했고, 우크라이나 국내에도 700만이 넘는 실향민이 생겼다”고 지적하며, 이런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학내에서 전쟁 반대 홍보전을 벌인 경험을 전했다.

바이든

미국의 반전 활동가 빅터 페르난데스는 전화 연결을 통해 한국 시위에 연대를 표하고,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의 제국주의를 규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횡포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나라[한국과 미국]의 횡포를 함께 규탄합시다. 사람들이 강대국들에 간섭 받지 않고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싸웁시다.”

이원웅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서방 제국주의에 협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우크라이나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것에 일조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제 외교부 장관 박진은 미국과 무기 지원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 우리는 전쟁을 키울 뿐인 이런 움직임에 반대해야 합니다.

“이번 바이든의 아시아 순방은 중국을 압박할 동맹을 다지려는 것입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대만에서 미·중 간 충돌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돼 왔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행보는 한반도를 커다란 위험에 휘말리게 할 것입니다.”

도심을 힘차게 행진하는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참가자들 ⓒ이미진

뜻깊은 연대 메시지들도 이어졌다. 부커상 수상자 후보에 올라 영국에 출국 중인 정보라 작가는 러시아가 벌이는 유혈 참극을 규탄하고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연대 메시지 보기)

영국의 반전 운동 연대체 전쟁저지연합의 셸리 애스퀴스 의장과 린지 저먼 간사도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더 많은 무기, 더 많은 군사 동맹, 전 세계적으로 증대하고 있는 새로운 냉전의 확대입니다. ⋯ 전쟁이 여러분의 나라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미치고 있는지 압니다. 여러분의 운동이 매번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하라”, “러시아군 철수하라”, “서방의 전쟁 확대 반대한다”, “한국 정부의 전쟁 개입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활력 있는 행진을 벌였다.

충돌하는 제국주의 강대국들과 이에 협력하는 한국 정부 모두에 반대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광범한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국제공동행동은 그런 운동을 키워 나갈 초석을 놓는 자리였다.

도심을 힘차게 행진하는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참가자들 ⓒ이미진
“푸틴과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서 손 떼라!”, “윤석열, 아무 것도 하지 마라!” 도심을 힘차게 행진하는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참가자들 ⓒ이미진
도심을 힘차게 행진하는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참가자들 ⓒ이미진
대학로에서 시작된 행진은 종로까지 이어졌다 ⓒ이미진
도심을 힘차게 행진하는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참가자들 ⓒ이미진
도심을 힘차게 행진하는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참가자들 ⓒ이미진
“교사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 ⓒ이미진
도심을 힘차게 행진하는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참가자들 ⓒ이미진
도심을 힘차게 행진하는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참가자들 ⓒ이미진
대학로에서 ‘전쟁을 멈춰라! 국제공동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