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서울·부산):
”트럼프의 인종청소 구상에 맞서 저항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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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인종청소 구상 반대한다! Hands off Palestine(팔레스타인에서 손 떼라)!” 사회자의 선창을 참가자들이 힘차게 따라 외쳤다.
2월 9일 일요일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71번째 서울 집회·행진이 시작되는 광경이다.
가자 휴전이 발효되기 무섭게 이스라엘은 서안지구를 공격하고 있고, 트럼프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그곳을 “접수·소유”하겠다고 밝히며 인종청소를 강화시키려고 한다. 참가자들의 구호에는 이에 대한 깊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사회자는 “우리에게 강인함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것은 바로 팔레스타인인들”이라며, 첫 발언자인 재한 팔레스타인인 리나드 씨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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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드 씨는 손수 그린 그림을 들고 연단에 섰다. 그 그림에는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함께 “해방되는 날까지 저항은 계속된다”라고 적혀 있었다.
리나드 씨는 트럼프의 “가자지구 접수·소유” 구상은 터무니없는 위협을 한 뒤에 그보다 덜한 공격은 괜찮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수작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결코 그들의 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항복할 것이라는 기대는 망상에 불과합니다. 가자지구는 재건될 것이지만, 그것은 그곳을 파괴한 점령자들이 아닌 팔레스타인인들 자신의 손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우리를 쓸어버릴 수 있다고 믿는 자들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결코 우리를 이길 수 없다! 요르단강부터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이다.’”
감동받은 참가자들의 환호와 휘파람 소리, 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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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트럼프를 겨냥한 일갈로 발언을 시작했다. ”가자지구는 매물로 나온 부동산이 아닙니다. 가자는 팔레스타인의 일부입니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족자결권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맞소!“하고 맞장구쳤다.
김 운영위원은 트럼프가 가자지구에 미군을 파병하겠다는 등 위협적인 언사를 내뱉고 있지만, 트럼프와 미국 제국주의가 그런 과대망상을 그대로 실현할 만큼 강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미군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2003년 이라크에 개입했다가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고 철수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 제국주의의 기록입니다. 그래서 백악관과 미국 국방장관이 서둘러 트럼프의 발언을 주워 담은 것입니다.”
김 운영위원은 이런 트럼프에게 SOS를 치고 있는 윤석열은 물론, 차기 집권을 노리며 트럼프 정부에 비위를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더불어민주당도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 박선원은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도대체 이 자들에게 평화는 무엇이란 말입니까?”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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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꾸준히 참가해 온 키스 씨도 미국인으로서 트럼프 규탄 발언에 나섰다.
”트럼프는 모욕적이게도 가자지구가 중동의 리비에라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지역에 살던 원주민을 불법적으로 쫓아낸 뒤 트럼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흉물스러운 호텔과 리조트로 그 지역을 가득 채우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트럼프의 극악한 계획은 실패할 것입니다. 50만 명이 넘는 가자지구 사람들이 휴전 발효 직후 용감하게도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요구하는 것은 개발도, 무엇도 아닙니다. 오직 테러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멈추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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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발언자는 재한 이집트인 정치 활동가 투르키 씨였다. 투르키 씨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와 접한 이집트, 서안지구와 접한 요르단으로 보내려 하는 트럼프의 구상을 규탄하며, 아랍 민중이 그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인이 이집트 시나이 반도나 요르단에서 ‘대체 조국’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해결돼야 할 짐이 아니며, 땅 없는 민족이 아닙니다.
“이집트와 요르단 등 아랍의 민중들이 트럼프의 음모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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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끝난 뒤, 미국 대사관과 광화문, 인사동을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가는 행진이 시작됐다. 미국 대사관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구호를 외칠 때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우렁찼다.
오늘 집회와 행진에는 처음 참여한 사람들도 적잖았다. 휴전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끝나지 않고 오히려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교보문고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집회를 보고 행진까지 전부 참가한 고등학교 1학년생 이시우 씨는 트럼프가 트랜스젠더나 멕시코인 이주민을 탄압하는 것을 뉴스로 봤다며, 미국 대사관 앞에서 트럼프 규탄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시우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에도 더 신경 써야겠다며 ”앞으로는 맥도날드에 안 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한편, 전날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팔연사의 홍보전을 보고 오늘 집회와 행진에 참가한 모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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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딸인 최이린 씨는 한국·미국 이중국적자로, 미국에서 남동생과 함께 컬럼비아대학교를 다녔고, 지난해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에도 열심히 참여했다고 했다. 요즘에는 뉴욕에서 윤석열 퇴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최이린 씨는 오늘 행진이 “너무 좋았다“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지원할 뿐 아니라 미국 내 이민자들을 혹독하게 대하고 있어요. 트럼프의 재집권에 겁이 나기도 했는데, 오늘 집회에 와서 정말 좋은 기운을 받았어요.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트럼프가 사람들을 겁주고 있지만, 희망을 갖고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계 캐나다인이자 청소년인 김유호 씨는 오늘 행진이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를 향한 규탄의 한마디를 부탁하자, 욕설을 빼면 할 말이 별로 없다며 고심한 끝에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꺼져라, 지구에서!“
인사동을 나와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온 행진은 더욱 뜨거워진 열기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규탄 구호를 외치며 마무리됐다.
팔레스타인 연대 서울 집회와 행진은 다음 주 일요일에도 계속 이어진다.
특히 2월 23일에는 집중 행동의 날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에게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투지를 보여 줄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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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김준효
팔연사의 제27차 부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부산의 도심 서면(알라딘 중고서점 앞)에서 열렸다. 방글라데시·파키스탄·이집트·호주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과 울산 등 다른 도시에서 온 참가자들이 활기차게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시작했다. “가자지구 인종청소 반대한다!”
쌀쌀한 날씨에도 봄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도심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는 거리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는 단연 이목을 끌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발언을 듣다가 집회에 참가한 외국인들과, “이런 집회는 참석해야지” 하며 집회에 합류한 청소년들이 있었고, 집회를 보고 바쁜 일이 있어 안타깝다며 지나치던 어떤 한국인 청년이 다시 돌아와 집회와 행진을 끝까지 참가한 일도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온 쥬벨 씨는 트럼프의 인종청소 구상을 맹렬히 규탄했다.
“저들은 인종 학살 계획에 ‘재건’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가면을 씌우려 듭니다. 그러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꿰뚫어 보고 거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씨, 당신은 이스라엘에 이어 다시 한 번 패배할 것입니다.
“트럼프와 이스라엘은, 유엔 헌장이나 국제 재판소 판결은 물론이고 표현의 자유, 여성의 권리를 비롯한 인권 등 무엇 하나 존중하는 것이 없습니다. 저들을 꺾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뿐입니다. 저항과 대중의 의견입니다. 그나마 휴전이 맺어진 것도 전 세계 대중이 각성하고 거리에서 시위해 압박한 덕이었습니다.
“저들이 팔레스타인 인종 학살을 완전히 멈출 때까지,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부산, 서울, 유럽, 미국, 전 세계 곳곳에서 시위를 계속해야 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파리하 씨도 트럼프를 규탄했다.
“전쟁 범죄자 네타냐후가 미국을 방문했지만,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 명령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74억 달러 규모의 대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또다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은 습격·체포·추방 등 탄압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두고 ‘거주 불가능한 철거 현장’이라고 했습니다. 한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가자지구를 악몽으로 뒤덮은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습니까?
“우리 방글라데시인들은 우리 나라를 ‘마아(어머니)’라고 부릅니다. 트럼프는 가자지구가 자기 마음대로 소유하고 팔아넘길 수 있는 땅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트럼프 씨, 어머니를 팔아넘기는 사람은 어디도 없습니다.
“우리는 거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시온주의자들에 맞서 이 모든 악몽을 끝내기 위해 계속 단결할 것입니다.”
노동자연대 정성휘 활동가도 연대 운동의 지속을 강조했다.
“이번 트럼프의 시도에 맞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저항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미 영국·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조직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거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힘찬 발언들이 끝나고 이어진 도심 행진도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박수와 응원을 보낸 시민들이 많았고, 몇몇 청소년들은 팔연사 활동가들에게 팻말과 깃발을 받을 수 있냐고 물으며, 받아든 깃발과 손팻말을 힘차게 흔들며 행진에 참가했다.
부산 서면 거리를 누비며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2월 23일 서울에서 열릴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에 참가할 것을 다짐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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