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관세전쟁과 대외정책이 힐끗 보여 주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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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도널드 트럼프는 농담을 한 게 아니었다. 지난 토요일 트럼프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캐나다산과 멕시코산 수입품에 25퍼센트, 중국산 수입품에 10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했다. 유럽연합에도 높은 관세를 매길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충격과 공포’를 자아내는 공세를 펴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 공세의 일환으로 각종 복지 사업 재정을 행정 명령으로 끊고(위법일 가능성이 크다), 이주민과 트랜스젠더를 공격하고 있다.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은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다. 빅테크 총수들이 주도하는 재계가 열렬한 트럼프 지지로 결집한 것은 트럼프가 군침 도는 제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트럼프가 1기 정부 때 도입한 부자 감세를 무기한 연장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 인상으로 얻은 수입으로, 이미 어마어마한 연방 정부 부채가 더 불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한 이유는 무엇일까? 불과 6년 전 트럼프는 그 두 인접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안을 합의했는데 말이다. 두 나라는 미국의 생산망에 깊숙이 얽혀 있다. 필자가 들은 최선의 설명은 트럼프가 서반구[남북 아메리카와 태평양, 대서양 등 — 역자]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겠다고 위협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은 캐나다나 멕시코보다 훨씬 만만찮은 경쟁자다. 중국은 세계 제2 경제 대국이자 기술 분야에서도 갈수록 선두 주자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딥시크가 거둔 성공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십중팔구 트럼프의 관세 인상은 협상을 위한 책략인 면이 클 것이다. 유럽연합에 부과하려는 관세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캐나다 정부와 멕시코 정부가 국경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자 2월 3일 트럼프는 두 나라에 부과한 관세를 유예했다.
어쨌든 트럼프가 일으킨 파장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의 분열과 경쟁을 더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바이든은 러시아·중국에 맞서 주요 서방 강대국들 — 나토(NATO)뿐 아니라 일본, 남한,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 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모두가 트럼프에 대응하려 애쓰면서 혼돈이 펼쳐지고 있다. 영국 노동당 정부의 총리 키어 스타머는 트럼프에 아첨하고 있는데, 그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방도라고 기대하는 서방 제국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비단 스타머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변화를 적극 반기고 있다. 미국의 새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상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후 국제 질서는 이제 그저 한물간 것이 아니라 미국을 공격하는 무기로 이용되고 있다.” 루비오는 전후 국제 질서가 “세계 도처에 복수의 강대국이 있는 다극 세계”로 대체됐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라틴아메리카가 가장 완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이런 오래된 우스개 소리가 있다. “불쌍한 멕시코. 신과는 너무 멀리 있고 미국과는 너무 가까이 있어.” 이것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도 해당하는 얘기다. 라틴아메리카는 미국 정부의 군사 개입과 미국 정부가 지원한 무자비한 군사 독재를 처절하게 경험한 세대가 아직도 살아 있는 지역이다.
콜롬비아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는 미국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군용기로 송환되는 자국민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면서, 양키 제국주의에 대한 오랜 증오를 동원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자 페트로도 관세 인상으로 응수했다. 또, 미국의 온갖 범죄를 열거하고, 살해당한 칠레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나 콜롬비아의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같은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영웅들을 찬양하는 장문의 시적인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영국 BBC는 수치스럽게도 이후 페트로가 굴복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제 콜롬비아 이주민들은 수갑을 차지 않고 민항기로 송환되고 있다.
이것은 대체로 상징적인 드잡이였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1989년 조지 부시 1세의 행적을 따라하려 하면서 파나마 침공을 명령한다면 상황은 매우 첨예해질 수 있다. 중국은 이제 남아메리카의 최대 교역국이고 그곳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냉전 직후 미국의 세계 패권이 도전받지 않던 시절보다 훨씬 운신의 폭이 늘었다. 얼마 전 루비오는 파나마시티를 방문했다. 루비오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에 “영향력과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것을 약화시킬 “변화가 즉각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런 갑질은 그 지역의 나라들을 그저 중국과 더 가깝게 지내게 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라틴아메리카에 충직한 협력자가 한 명 있다. 아르헨티나의 극렬 신자유주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다. 그러나 2월 1일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아르헨티나의 여러 도시에서는 파시즘과 밀레이의 성차별적 정책과 성소수자 혐오적 정책에 맞선 거대한 시위가 일어났다. 모든 곳에서 이러한 저항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