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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안 되는가?

지금 유럽 좌파 사이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를 놓고 논쟁이 있다. 어느 것이 국제주의적 대안이 될 것이냐는 것이 쟁점이다. 모나 돌은 그리스가 노동자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디폴트하면서 유로존을 탈퇴하면 나머지 유럽 국가의 긴축 반대 투쟁에 진정한 국제주의적 등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좌파 가운데 일부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며 유럽연합과 노동자 국제주의를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언론의 유로존 위기 보도에서 되풀이되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의 긴축 반대 저항을 비난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유럽의 주요 좌파 정당들은 대체로 이러한 공격을 설득력 있게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좌파 진영은 대부분 ‘게으른 그리스인 대 성실한 독일인’이라는 우파의 패러다임을 비판하지만, 대개 ‘유로존에 반대하는 우파 민족주의 대 좌파의 친EU 국제주의’라는 또 다른 단순 도식을 제시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유럽 좌파들은 유로존 탈퇴가 민족주의에 굴복하는 것이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10월 18~19일에 벌어진 48시간 총파업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 대신 긴축과 내핍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한편이 돼야 한다.

지금 유럽 좌파 사이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하는지 아닌지를 두고 커다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은 유로존에 남는 것이 모종의 내핍 정책을 수용하는 것임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긴축과 내핍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의 편에 서야 한다. 따라서 그리스가 빚 갚기를 거부하고 유로존을 탈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단일 통화

[제2차세계대전 직후]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창설되면서 시작된 유럽 통합은 애초부터 유럽 자본의 필요에 복무하는 것이 목표였다. 각 나라 정부가 유럽 수준에서 경제·정치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각국의 주권을 어느 정도 제한했지만, 통합의 이데올로기적 뿌리를 진지하게 문제 삼을 수 있는 민주적 기회는 단 한번도 없었다.

또, 유럽 통합 과정에서 시장 규제가 철폐돼 유럽 노동자들은 더 많이 착취 당해야 했다. 단일 통화로 유로가 도입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로 도입의 주된 동기는 회원국 사이에서 금융 시장 통합을 더 크게 촉진하는 것이었다. 공동 통화 도입의 이데올로기적 기초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이었다. 투자자가 더는 환율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자본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나라에서 부족한 나라로 돈이 흘러가게 돼, 투자 수익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새로운 게 아니었다. 1990년대에 멕시코와 대부분의 동아시아 나라들은 미국 달러에 자국 통화를 고정시켰다. 멕시코와 동아시아 나라들에서처럼, 이 처방은 유로존에서도 잘 작동하는 듯했다. 이런 방식의 문제는 투자자가 더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발견하면 모든 자본 유입이 갑자기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때때로 금융 위기가 발생한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독일 수출 부문의 대규모 확장이다. 독일 수출은 주로 유럽연합 나라들에 첨단 기술 제품 수출을 늘리며 성장했다. 이것은 독일 노동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한 것일 뿐 아니라 독일 같은 규모의 경제와 경쟁할 능력이 없는 그리스 같은 다른 유럽연합 나라들의 희생을 대가로 한 것이었다. 위기를 낳은 요인은 독일보다 약한 유로존 나라들의 이른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라, 바로 유럽연합의 이데올로기적 토대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제 문제는 그리스가 언제 디폴트할 것이냐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가 채무를 어떻게 디폴트할 것이냐다. 그리스의 채무 디폴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리스 지배 계급은 디폴트 이후 틀림없이 유럽연합·IMF식 내핍을 대신해 ‘그리스식 내핍’을 시행할 것이다. 그리스 민중은 그런 시도에도 저항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디폴트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

그리스는 IMF와 유럽연합의 감독 아래 디폴트할 수도 있지만 이들과 독립적으로 할 수도 있다. 과거 그리스가 IMF와 맺은 부채 경감 협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어떠한 방식이든 IMF의 감독을 받는 디폴트는 문제를 키울 뿐이다. 2010년 7월 그리스는 부채를 21퍼센트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그리스 국가는 은행에 대규모 지급 보증을 해야 했고 결국 빚이 늘었다. 게다가, 그리스 국가 부채는 터무니없는 이자율 탓에 급격히 늘었다. 2010년에만 그리스는 대출 이자로 5백10억 유로를 지불했다.

디폴트

지난 총선 선거 운동 기간에 그리스 사회당 지도자 파판드레우는 로자 룩셈부르크를 인용하며 그리스가 ‘사회주의냐 야만이냐’의 갈림길에 섰다고 선언했다. 파판드레우는 총리가 된 뒤 야만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파판드레우의 말은 야만적인 정책들에 맞설 대안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기도 했다. 긴축과 내핍을 물리칠 수 있는 진정한 힘이 있는 세력은 그리스 노동계급뿐이다.

진정한 디폴트는 어떠해야 하는지 사회주의자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채무를 부정하고 부채 상환을 거절하게 되면 그리스 국가 채권을 다량 보유한 그리스 은행들이 무너질 것이고 곧장 정부한테 긴급 구제 금융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구제받을 것이냐의 문제 즉 은행과 돈 많은 투자자들이 구제받을 것이냐 아니면 노동자와 연금 생활자들이 구제받을 것이냐의 문제는 계급투쟁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우리는 은행들을 그리스 노동자 통제 아래 두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그리스의 유로존 강제 퇴출을 뜻하더라도, 사회주의자가 그것을 애통해야 할 이유는 없다.

만약 좌파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민족주의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긴축과 내핍에 진지하게 맞서는 것을 회피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디폴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는 것은 유럽연합이나 IMF의 긴축 조처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스 노동계급의 전투성은 급진적 대안을 실현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스가 채무를 디폴트한다면 그것은 유럽 전역의 긴축 반대 투쟁들에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가 될 것이다. 그것은 기업주들의 통화 동맹이 아니라, 노동자 투쟁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국제주의의 토대를 놓을 것이다.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의 위기는 ‘다른 유럽’ 즉 유럽 노동자들의 이익에 따라 통치되는 유럽을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벌일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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