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이해하기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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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과 언론은 유로존을 휩쓰는 위기를 얘기할 때 전문 용어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유로존 위기에 관한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들을 추려서 답한다.
채권이란 무엇인가?
채권은 일종의 빚 문서다. 예를 들어 1년 뒤에 1천만 원을 갚겠다고 약속하면서 그 기간 동안 이자를 주겠다는 증서와 같은 것이 채권이다. 채권은 금융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보통 채권은 약속한 기간 뒤에 받을 수 있는 돈보다 할인돼 거래된다. 예를 들에 1년 뒤에 1천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은 9백80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 채권을 산 사람은 할인된 가격 때문에 얻는 시세 차익과 이자를 합쳐 이득을 본다.
만기일에 돈을 받을 것이 확실한 안정적인 채권은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 사려고 하겠지만 불안정한 채권의 가격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채권의 수익률은 올라간다. 예를 들에 1년 뒤 1천만 원짜리 채권 가격이 9백80만 원, 9백50만 원으로 떨어질수록 수익은 2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채권 수익률은 올라간다. 최근 이탈리아 채권 수익률이 7퍼센트를 넘으면서 국가 부도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는데, 이처럼 국채 수익률은 국가 경제의 위험도를 반영하는 지표 구실을 한다.
누가 누구를 구제하는가?
유로존 엘리트들은 구제 금융을 ‘구조 계획’이라 부르지만 현실은 꽤나 다르다.
구제 금융으로 받는 돈은 그 나라 사람들에게 가는 게 아니다. 돈은 그 나라 정부의 채권을 소유한 국내외 은행들한테 간다.
또, 구제 금융에는 연금·복지 삭감과 공공부문 인력 감축 등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억제하는 정책들을 도입한다는 단서가 따라 붙는다.
IMF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식의 ‘구제 금융’을 제공해 왔다. 한국의 1997년 IMF 구제 금융을 떠올려 보라. 유로존 나라들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한테서 구제 금융을 받을 수도 있다.
왜 유로존이 위기에 빠졌는가?
2008년 위기 전까지 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산유국의 과잉저축이 미국으로 대거 투자됐다. 이 돈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되면서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고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로 나타났다.
유럽 내부를 본다면, 2008년 위기 전까지 높은 수익률을 찾아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으로 대거 자금이 들어갔고, 그 돈은 기업이나 부동산에 투자됐다. 물론 이 국가들은 유로존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리기 쉬웠다.
2007∼2008년 미국발 위기가 터지자 해외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자금을 회수하면서 이들 국가는 경기 침체, 세수 감소, 금융 기관 손실 등으로 정부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악화된 재정적자 문제는 다시 유럽의 주요 은행들의 부실 채권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빚을 안 갚을 수는 없는가?
그리스는 빚 갚기를 거부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002년에 정부를 연속해서 퇴진시킨 대중 저항이 벌어졌고, 8백10억 달러의 빚을 갚기를 거부했다.
당시 사장들이 공장을 폐쇄하려 했을 때,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하고 계속 운영했다. 그리스 노동자들도 똑같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