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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유로존 지배자들

나는 최근 베리 아이켄그린이 쓴 《황금 족쇄》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1929 ~ 1939년 사이에 금본위 제도가 어떻게 붕괴했는지 묘사하고 있다.

금본위제에서는 환율이 일정한 양의 금에 고정된다. 아이켄그린은 당시 정부들이 금융적·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자국 통화와 금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무던히도 애썼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정부들은 이자율을 올리고 공공지출을 줄였다. 그 결과로 경제 불황이 더 심각해졌다. 결국, 1931년 영국에서부터 시작해 5년 뒤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금본위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너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거의 모든 주요 나라가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자국 통화 가치를 평가 절하해야 했다.

오늘날 유로존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로존은 이질적인 17개 국가들을 단일 통화 체제로 묶었다.

위기가 발생하자 유로존 약소국들은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려고 잔인한 긴축 정책을 도입해야 했다.

지금까지 1930년대 사례를 쫓은 유로존 국가는 없었다. 즉, 아직 아무도 유로존에서 탈퇴하고 자신에게 긴축 정책을 강요하는 지렛대로 사용된 외채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은 것이다.

본래의 자국 통화로 돌아간 나라는 통화 평가절하를 실시해 자국 수출 상품의 가격을 낮춤으로서 경기를 회복시키려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신에 지금 이 나라들에는 강요된 ‘기술 관료’ 정부가 등장해 자국을 유로존에 묶어 두고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모임이 요구한 긴축 정책을 집행하려 시도할 것이다.

현재 이 비공식 모임이 사실상 유로존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총리 메르켈,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 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와 신임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그라기가 이 모임에 속한다.

강요

먼저 이들은 그리스 총리 파판드레우가 사임하도록 강요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리스 보수당인 신민주당이 ‘국민 통합’ 정부에 참가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 전 부총재인 파파데모스를 신임 총리로 하는 정부가 들어섰는데, 여기에는 극우 정당인 라오스도 참가했다.

프랑크푸르트 모임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똑같은 작전을 벌였다. 그들은 베를루스코니가 사임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유로코뮤니스트 출신인 이탈리아 대통령 나폴리타노를 통해 ‘국민 통합’ 정부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유럽연합 전 위원인 마리오 몬티가 신임 총리가 됐다.

이런 개입을 통해 중도좌파뿐 아니라 중도우파 정당도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이런 변화는 프랑크푸르트 모임이 금융시장과 합작해서 강요한 것이었다. 이들은 이탈리아 정부 국채의 이자율을 폭등시켜 베를루스코니가 물러나게 만들었다.

시장 숭배자인 베를루스코니가 시장에 의해 몰락한 것은 진정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러나 의회 정부의 정상적 운영이 근본적으로 비민주적인 힘에 의해 짓밟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새 정부들이 ‘중립적 전문가들’에 의해 운영될 것이란 주장은 황당하다. 이 정부들은 한 계급에 유리한 방식으로 경제 위기를 해결하려는 정책을 집행할 것이다. 그들은 유로존을 유지해 독일과 프랑스가 자본주의의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을 돕는 구실을 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희생될 것이다. 즉, 이 정부들은 진정으로 1퍼센트를 위해 99퍼센트를 억누르는 정부가 될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모임의 공작은 단지 파판드레우와 베를루스코니뿐 아니라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전체 엘리트들이 그리스인들의 미움을 받는 덕분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비슷한 사례로, 1930년대에도 자유민주주의 의회 정부들은 경제 위기를 제대로 해결 못한 것 때문에 비난받았다.

우리는 그 덕분에 누가 이득을 얻었는지 잘 안다. 히틀러, 프랑코와 다른 극우 독재자들이 등장했던 것이다.

역사가 똑같이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가 갈수록 지저분한 정치적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