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집배원 증원·토요근무 폐지 약속 내팽개친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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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가 끝내 우체국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했다. 7월 5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된 우정노조(한국노총 소속 교섭대표노조)와 우정본부 간의 4차 조정회의가 최종 결렬됐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난해 정부와 우정본부가 약속한대로 올해부터 정규 집배원 2000명 증원(올해 1000명 증원)과 집배원 토요일 근무 폐지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이 약속은 연이은 집배원 사망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이 수년 간 투쟁을 벌여 얻어낸 것이었다.
정부와 우정본부가 약속 이행을 거부하는 사이, 올해 상반기에만 9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노동자들은 “언제까지 죽음의 번호표를 받은 채” 살아 갈 순 없다며 압도적으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그런데 정부와 우정본부는 마지막까지 턱 없이 부족한 안을 제시하며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최종 결렬 후 열린 우정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측은 최종 정부안을 설명했다. △도시지역부터 집배원 주5일 근무를 위해 위탁택배원 750명 배정, △농어촌 지역은 사회적 기구를 구성하여 인력 증원, 위탁 수수료 인상, 토요일 배달 중단을 중심으로 주5일 근무 방안을 마련하여 2020년 1월부터 시행, △인력 충원이 시급한 신도시는 직종 전환(238명)을 통해 해결 △우편사업 적자를 보전할 수 있도록 우체국예금 수익분을 한시적으로 우편사업에 지원 등이다.
청와대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 진 최종안은 도시 지역 위탁택배원 배정 규모가 500명에서 750명으로 약간 늘어난 것 말고는 며칠 전 사측이 제시한 안과 같다.
그런데 사측 안에 대해 노동자들은 적지 않게 반발했었다. 신규 정규 집배원 증원과 토요택배 완전 폐지는 빠진 채 위탁택배원 증원으로 집배원의 토요일 근무를 감축하자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시 지역에서 특수고용직인 위탁택배원 750명을 늘리는 것으로는 (택배 배달량이 조금 줄어 들 순 있겠지만) 집배원의 과중 업무를 해결할 수 없다. 집배원 1명이 담당하는 구역이 넓은데다 1인 가구와 등기가 늘어 집배원의 배달 시간은 거의 줄지 않고 있다. 또한, 최근 우정본부는 위탁택배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이려고 초소형 택배를 집배원들에게 떠넘긴 데다, 타 업체의 택배 반품 수거까지 추가돼 노동강도를 강화시켰다. 농어촌 지역은 6개월 후에 증원한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다. 지난해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위탁택배원이 1000명 가까이 늘었음에도 집배원 사망은 멈추지 않고 있고, 토요일 근무도 여전하다.
더구나 우정본부가 우편사업 적자 대책으로 정규 집배원 감축과 집배원 소포 업무의 위탁 전환(일종의 외주화)을 추진하려는 상황에서, 위탁택배원 증원은 장차 구조조정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수많은 공공기관들에서 이와 같은 외주화 방안은 정규직 인력 충원 억제와 노동강도 강화, 그리고 열악한 처우의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모두에게 해로운 결과를 낳았다.
예금사업 이익금의 우편사업 지원도 얼마를 언제까지 하겠다는 건지 불확실하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적자 보전 내용이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꾀죄죄한 정부 최종안을 거부하고 투쟁을 지속해야
며칠 전 이런 안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이 알려졌을 때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반발했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7월 4일에 54명의 우정노조 지부장들은 우정노조 집행부에 사측 안을 거부하고 요구안이 관철될 때가지 파업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우정노조 집행부는 7월 5일 조정 결렬 선언 후 파업을 선포하는 대신, 대의원들에게 정부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지 또는 집행부에 위임할지를 물었다. 일부 대의원들은 ’집행부가 사실상 합의 수순을 밟으려고 대의원들을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라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우정노조 집행부는 7월 6일로 예정된 파업 출정식을 취소하고 정부안 수용 여부를 7월 8일에 결정하기로 했다. 우정노조 집행부는 정부안 수용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사측 안 폐기 지부장 성명’ 발표를 주도한 우정노조 경북지방본부 소속 지부장은 “싸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차 버렸다”며 “참담하다”고 밝혔다.
우편집중국의 비정규직 우정실무원들(4000여 명)도 파업을 통해 집배원 과로사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함께 이뤄 내자고 호소했었다. 정부 최종안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언급조차 안 돼 있는데, 우정노조 집행부가 정부안을 수용한다면 이들의 열망도 외면하는 것이다.
집배노조는 우정노조 조합원들에게도 7월 6일 청와대 앞 집회 참가를 호소하는 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 “정규 인력 2000명 증원, 토요택배 완전 폐지에서 물러나지 맙시다”라며, “최종 결렬까지 난 상황에서 … 조합원의 뜻을 어[기지 말고] … 총파업[을] 성사시키고 요구안[을] 완전 쟁취[하자]”고 호소했다.
집배노조가 우정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며 투쟁을 호소하는 것은 옳고 필요한 일이다. 활동가들은 투쟁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