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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우체국’을 바꾸자:
압도적 파업 찬성이 파업 돌입으로 이어져야 한다

연이은 집배원 죽음에도 인력 충원 약속 시간 끄는 냉혈한 문재인 정부. 단호한 파업으로 더 많은 양보를 쟁취할 수 있다. ⓒ조승진

6월 24일 우체국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노동자 2만 8802명 중 94.4퍼센트가 참가해 93퍼센트(2만 5247명) 찬성으로 파업이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노동자들은 “투표 시작 시간인 아침 7시부터 1시간 동안 줄을 서서 투표에 참여”할 정도로 열의를 나타냈다.

노동자들은 인력 증원, 집배원 토요근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 달에도 여러 명 죽어 나가는 살인적 노동 조건 때문에 노동자들은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날까 봐 밤에 잠드는 게 무섭다”며 불안에 떨어 왔다.

우정본부는 “국민경제 영향” 운운하며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철회하라고 노조를 비난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도 “조직 진단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부분을 직제와 정부 예산에 반영하겠다”며 또 시간만 끌려 한다. 대통령 당선 후 첫 국회 연설에서 집배원을 증원해 과로사를 근절하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지난해 정부와 우정본부는 (불충분하나마) 정규 집배원을 증원하고, 토요근무를 폐지하겠다고 노조와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와 우정본부가 이를 즉각 이행하면 된다.

정부는 “현재 2019년 예산 범위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약속을 어기고 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수천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고 정부 재정 역시 2년 연속 흑자다. 집배원을 살리려는 정부의 의지와 실천 부재가 진짜 문제다!

따라서 6월 18일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특별위원회’ 설치하자고 제안한 것은 부적절했다. 정부가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핑계로 또다시 시간을 벌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턱없이 부족한 양보안

파업을 예고한 날짜가 다가오자 최근 교섭에서 사측이 일부 양보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6월 25일 찬반 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동호 우정노조(한국노총 소속 교섭대표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올해 정규 집배원 증원은 어렵다며] 위탁택배원 증원을 제시했는데, 수용할 수 없는 규모였다” 하고 얘기했다. 일각에서는 위탁택배원 500명 증원 얘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증원으로는 살인적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힘들다. 전국 250여 곳 우체국 당 위탁택배원 2명을 배정할 수 있는데, 매년 20퍼센트가량 늘어나는 택배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적다. 지난해에도 위탁택배원 약 1000명을 늘렸지만, 올해 집배원 9명이 사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택배 물량뿐 아니라 등기도 늘고 있어요. 현재 집배원 1명이 담당하는 구역이 넓습니다. 정규 집배원을 늘려 배달 구역을 줄이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입니다.”(조경훈 집배노조 인천계양우체국지부장)

“대도시와 지방 중 일부 도심 외 구역들은 수지가 안 맞아 위탁택배원들이 안 가려 합니다. 최근 사망한 집배원들의 근무지가 대부분 지방인데, 그만큼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오현암 집배노조 고양일산우체국지부 조합원)

더구나 위탁택배원 증원은 장차 구조조정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 3월 말에 우정본부는 재정 적자 해결책으로 퇴직자 충원을 억제하고 인력을 재배치해서 정규 집배원 감축을 추진하고, 집배원의 소포 업무를 위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금번 추경예산에 정규 집배원 증원 예산을 반영해서 약속대로 올해 1000명을 증원하라고 요구한다. 차선책으로는 우정사업본부가 무기계약직 집배원 1000명을 즉각 증원하고, 정부가 내년 예산에 반영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고 얘기한다.

한편, 중앙노동위윈회 조정 만료를 하루 앞두고 우정노조는 중노위 권고를 수용해 6월 25일로 예정된 최종 조정회의를 7월 1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우정노조 집행부가 7월 6일 파업 출정식 전에 합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파업 투표에서 노동자들이 보여 준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은 이제는 노동조합이 제대로 투쟁해야 한다는 촉구이기도 하다. “더는 양보해서는 안 되고 제대로 보여 줘야 한다는 마음들이 큽니다.”(우정노조 문백남 구로우체국지부장)

기층의 투쟁 의지가 상당한 만큼, 실제로 파업에 돌입해 단호하게 싸운다면 정부로부터 더 나은 양보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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