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파업 참여 선언한 비정규직 우정실무원들 :
“국가공무직이라지만, 최저임금만 받고 차별이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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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주최로 “우정노동자 총파업 승리 2019 임금협약 ‘우정실무원’ 차별 및 처우개선 촉구 우편집중국 단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우정사업본부에는 정규직 공무원 외에도 수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6월 24일 진행된 우정 노동자 파업 찬반 투표에 참가했다. 7월 1일 기자회견은 우편집중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우정실무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알리고 파업 결의를 밝히기 위해 열렸다. 우정실무원들은 정규직 집배원 2000명 인력 증원과 토요근무 폐지 요구를 적극 지지하며, 우정사업본부가 비정규직 처우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정실무원들은 우체국 파업에 적극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우정실무원은 우정사업본부에 직접고용돼, 우편집중국에서 우편물과 택배 등을 분류하고 적재하는 일을 한다. 전국의 우편집중국 24곳에 4100여 명이 소속돼 있는데, 무기계약직·기간제·시간제 등 고용 형태도 다양하다.
우정실무원들은 동종 유사업무 종사 정규직 공무원에 견줘 임금은 50퍼센트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2012년 노조를 결성할 때는 3분의 1에 불과했는데 이후 투쟁으로 이 정도의 개선을 이뤘다),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에서 극심한 차별을 겪고 있다.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 조합원은 우정실무원들의 고된 노동 강도와 차별을 생생히 고발했다. “우정실무원은 우편물을 분류하고 트럭에 상·하차 하는 일을 합니다. 오늘처럼 더운 날은 속옷이 다 젖을 정도로 격한 업무에 시달립니다. 고중량 소포를 옮기다가 손목, 어깨, 허리, 무릎 어디 하나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국가는 우리를 국가공무직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최저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근속수당은 1년에 1만 원씩 올라가고 그나마 15년까지만 적용됩니다. 가족수당이 지급되는데 부모는 가족에서 제외됩니다. 정규직과의 차별입니다. 국가공무직이 아니라 가짜공무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는 처우 개선을 위해 5가지를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명절수당 인상, 근속수당 확대 및 인상, 교통비 지급, 가족수당 정규직과의 차별 철폐, 자녀 학자금 신설.
가짜 공무직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사업 적자를 핑계로 어느 것 하나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집배원들이 상반기에만 9명이 죽어 나갔는데도 인력 증원과 토요근무 폐지 약속을 내팽개치더니, 열악한 처지의 비정규직 우정실무원들의 정당한 요구도 쌀쌀맞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우리 요구 어느 하나도 들어주지 못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다지만 최저임금만 받은 노동자들은 이에 책임이 없습니다. 7월 9일 예정된 파업에 동서울우편집중국과 전국의 핵심 집중국을 우선해서 멈출 것입니다. 우편을 멈추고 우리가 원하는 정당한 권리, 정당한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입니다.”(이중원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장)
우정실무원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하다고 해서 부차적인 일을 맡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정실무원들은 “우편 물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우편집중국에서 각 우체국으로 보낼 우편물을 분류하고 나르는 핵심적 업무들을 분담하고 있다. 그래서 우정실무원들은 우편집중국이 멈추면 집배원들에게 우편물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가 상당하다고 힘 주어 말한다.
그중에서도 동서울우편집중국은 전국 최대 규모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전국 우체국 물류의 심장”으로 불린다. 김진숙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 동서울우편집중국지회장은 이렇게 파업 결의를 밝혔다. “우리의 요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요구이며,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당한 요구입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권을 십분 활용하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우편 물류의 상징 동서울집중국의 심장을 멈추는 파업에 적극 동참할 것입니다.”
그간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는 집배원들의 인력 증원과 토요근무 폐지 투쟁에 항상 함께해 왔다. 이호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 사무국장은 “정규직·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힘을 다 모아서 집배원도 살고 비정규직 직원들도 차별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정실무원들의 파업 결의 기자회견은 예고한 파업을 통해 우체국 내 여러 적폐들을 정규직·비정규직이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한다는 기층의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교섭대표노조인 우정노조(한국노총)는 이러한 기층의 공통된 염원을 제대로 수용하고 파업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데 힘을 쏟길 바란다. 공동의 사용자(우정사업본부)에 맞서 함께 파업을 벌인다면 힘은 배가될 것이고 사측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 비정규직 차별에 맞서 투쟁을 결의한 우정실무원 노동자들을 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