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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에게서 듣는다:
시리자 정부의 몰락과 그리스 총선의 교훈

7월 7일 그리스 총선 결과 좌파 개혁주의 정당인 시리자가 이끄는 정부가 무너졌다. 우파인 신민주당이 4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2015년 1월 시리자는 가혹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서민들의 열망과 투쟁을 등에 업고 집권했다. 한국은 물론 국제적으로 많은 좌파들이 시리자 정부를 주목했다. 시리자를 좌파가 추구해야 할 대안적 모델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시리자 정부가 집권한 지 얼마 안 돼 도리어 긴축 정책을 시행하자 이를 둘러싼 당혹과 혼란도 있었다.

시리자 정부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있었던 만큼 좌파들은 이번 총선 결과에서 평가와 교훈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이자 그리스의 혁명적 신문 〈노동자 연대〉 편집위원 니코스 루도스에게 시리자의 패배가 남긴 교훈, 우파 정부 하에서의 전망과 과제, 그리스의 반파시즘 투쟁에 대해 들어 봤다.

맑시즘2010에서 연설하는 니코스 루도스 ⓒ이윤선

한국의 일부 노동자와 좌파는 시리자가 2015년 집권하기 전부터 시리자에 기대가 컸습니다. 시리자의 이번 총선 패배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유럽과 그리스의 여러 좌파도 시리자에 기대가 컸습니다. 시리자 정부 경험은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2015년 당시에는, 기성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아니고 급진적 정책을 가진 철저한 좌파 정당이 처음으로 집권해서 긴축과 위기에 맞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시리자는 우파에게 권력을 넘겨줬습니다. 시리자 정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신민주당에게 참패한 직후인] 한 달 전에 이번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리자는 의석을 잃었고 득표율은 신민주당보다 8퍼센트 포인트 낮습니다. 정권을 되찾은 우파는 모든 것을 시리자 집권 이전으로 되돌리려고 칼을 갈고 있습니다.

시리자는 기성 체제 내에서 유럽연합과 협력함으로써 운동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것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시리자 정부는 갈수록 유럽연합의 관점과 긴축 정책과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2015년 7월 국민투표는 중대한 기로였습니다. 유럽연합이 내놓은 긴축 요구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였습니다. 투표자의 60퍼센트 이상이 ‘반대’를 찍었습니다. 시리자 정부는 이 결과를 환영한다고 해 놓고는, 긴축 정책에 합의했습니다.

시리자 정부는 유럽연합의 관점을 아예 내면화하더니, 긴축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유럽연합이 요구한 긴축 정책을 시행해 잉여를 더 생산하는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머나먼 미래에 그 잉여를 민중에게 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말입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이 드러났습니다. 얼마나 급진적인 요구를 내걸고 당선하든 의회주의 전략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파시스트 정당인 황금새벽당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가 반토막 나더니 이번 총선에서는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그 배경에는 어떤 요인이 있습니까?

황금새벽당의 참패는 파시즘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의 큰 승리입니다.

황금새벽당은 2010년에 처음으로 아테네 시의회에서 한 석을 얻었습니다. 이는 유럽 전역의 파시스트들에게 귀감이 됐습니다. 2012년 총선에서 황금새벽당 지지율은 7퍼센트로 뛰어올랐습니다. 황금새벽당은 자신이 나치임을 공공연히 표방하는 정당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후 우파 정부 하의 3년 동안 황금새벽당은 선거에서 거둔 성과를 발판으로 국가기구로 침투하고 거리에서 범죄를 일삼았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이주민을 위협하는 운동을 벌이고, 이주민들과 그들이 사는 동네를 타격하는 돌격대를 꾸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만행에도 불구하고 황금새벽당은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는 듯했습니다.

시리자가 집권하기 전 황금새벽당은 모든 역량을 좌파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 쏟아부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 그들은 거리에서 이주민을 살해했습니다. 그해 여름에는 공산당 소속 항만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공격했습니다. 9월에는 반파시즘 힙합 가수인 파블로 피사스를 살해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황금새벽당의 가장 큰 실책이었습니다. 그리스에는 이미 반파시즘 운동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황금새벽당이 매우 작은 조직이었던 1990년대부터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을 해 왔습니다. 우리는 노동조합과 지역 사회에서 이주민들과 함께 운동을 벌였습니다.

파블로 피사스가 살해당한 그날 밤, 이 노력은 전국에서 자발적인 반파시즘 시위가 터져 나오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우파 정부는 황금새벽당과 모든 연계를 끊어야 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묵인해 왔던 황금새벽당의 범죄 행위들로 그들을 기소해야 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공세를 취했습니다. [2015년 4월] 황금새벽당의 지도적 인사들에 대한 큰 재판이 열렸습니다. 어떤 이는 독일 나치 전범을 기소한 뉘른베르크 재판 이래로 가장 큰 반(反)나치 재판이라고 했습니다. 황금새벽당은 여러 사무실의 문을 닫아야 했고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큰 내분으로 당원들이 축출됐고 위기에 빠졌습니다.

노동조합이 황금새벽당의 선거 패배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노동조합은 황금새벽당이 단 한 순간도 직장에서 선거 운동을 벌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황금새벽당은 이번 선거 운동 기간 동안 TV에도 출연하지 못했습니다. 법으로 보장되는 것인데도 말이죠. 국영방송 노동자들이 황금새벽당의 출연 시간 때마다 파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주도로 결성된 연대체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KEERPA)은 이 모든 저항을 조율했습니다. 노동조합, 이주민, 학생회 등을 동참시키는 데서 핵심적 구실을 했습니다.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은 황금새벽당에 대한 재판을 겨냥한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시리자 왼쪽의 좌파들이 총선에서 거둔 성적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시리자 왼쪽에 있는 3대 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거둔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공산당은 현상을 유지했습니다. 안타르시아[혁명적 반자본주의 좌파 연합.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의 성적은 나빴습니다. 민중연합의 성적은 더 나빴습니다. 민중연합은 [시리자 정부가 지지자들의 염원을 배신하고 긴축 정책으로 기울자] 시리자에서 갈라져 나온 정당으로, 초창기에는 굉장한 기대를 받았습니다.

이 세 좌파 정당의 공통된 문제점은 종파주의였습니다. 세 당, 특히 공산당은 시리자에게 투표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데 골몰했고 그런 사람들과 선을 그었습니다. 안타르시아 안에서 우리[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는 이런 문제점과 맞서 싸웠지만 안타르시아 내 많은 경향들은 종파주의적 노선을 걸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성장한 좌파 정당이 있습니다. 시리자 정부의 전 재무부 장관인 바루파키스가 이끄는 메라25[MeRA25, 유럽의 현실주의적 불복종 전선이라는 뜻]라는 정당입니다. 메라25는 3.4퍼센트를 득표했습니다.

선거에 관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리자가 신민주당과 비슷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이유만으로 유권자들이 시리자를 버릴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다는 것입니다. 시리자는 그래도 31퍼센트를 득표했습니다. 그중 다수는 우파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 노동계급의 표입니다. 그 노동자들은 시리자가 우파의 귀환을 막는 방벽이 되길 바란 것입니다.

시리자의 의회주의 전략은 실패했지만, 우파 정부와 파시즘에 맞서는 대중 운동은 계속될 수 있다 ⓒ출처 Keerfa

신민주당 정부의 앞날과 정부에 맞선 투쟁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좌파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신민주당은 상당한 적의를 품고 당선했으며 그동안 좌파와 노동조합이 일궈 낸 모든 것들을 되돌리려고 합니다. 선거 운동도 노골적으로 반동적이고 인종차별적이었습니다.

역설이게도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신민주당도 시리자와 같은 말을 합니다. 두 정당 모두 긴축이 성공적이었고 그리스 경제가 잉여를 생산하기 시작해서 전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다만 시리자는 ‘이 잉여를 사회의 가장 가난한 일부에게 줄 수도 있다’고 하고, 신민주당은 ‘아니다, 부자와 자본가의 세금을 깎는 데 쓰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정당 모두 유럽연합이 제시한 긴축 정책을 자그마치 2080년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데에서는 견해가 일치합니다.

신민주당이 시리자의 실패에서 득을 봤지만, 그리스의 운동이 패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시리자는 [2015년 9월 총선과 비교해] 14만여 표를 잃었지만 그 표가 우파로 간 것은 아닙니다. 신민주당이 [20년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시리자 집권 후 등장한, 적어도 세 개의 우파 군소 정당이 몰락한 뒤에 벌어진 일입니다.

신민주당을 맞이하는 그리스 사람들의 기분은 패배감이 아니라 분노일 것입니다. 신민주당 집권에 대한 분노, 집권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리자에 대한 분노가 섞여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민주당 정부에 맞선 저항이 일어날 희망이 있습니다. 연금 개악이나 민영화에 맞선 투쟁이 벌어질 것이고, 신민주당이 더 많이 해고하려고 벼르고 있는 공공부문에서도 투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투쟁은 경제적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파시즘에 반대하는 투쟁은 분명 벌어질 것입니다. 파시스트들을 의회에서 몰아냈으니, 이제 그 세력 자체를 분쇄해 버리기 위한 투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점은 신민주당만이 아니라 시리자도 집권 기간 동안 추구했던, 그리스 지배계급의 전략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작년부터 지중해 동부에서 새로 발견한 천연가스에 대한 통제권을 위해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독재 정권 — 두 정권은 사우디아라비아 정권과 함께 아랍 혁명을 짓밟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한 바 있습니다 — 과 새로운 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리스는 지중해 동부에서 영향력 증대를 도모하고 터키를 견제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경제적 투쟁, 반파시즘 투쟁, 그리스의 아류 제국주의적 행태에 맞서는 투쟁, 이 세 가지 투쟁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찌감치 이 과업에 착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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