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대학 청소·시설·경비 노동자 증언대회:
여전히 ‘투명인간’ 취급 받는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

ⓒ박혜신

9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 청소·시설·경비 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가 열렸다.

정의당 여영국·이정미 의원, 정의당 노동본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회, 그리고 노동자-학생 연대체들(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숙명여대 노동자와 연대하는 만 명의 눈송이:만년설,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돌곶이 포럼)이 주최했다.

올여름에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일하다가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휴게실에서 숨졌다. 이 사건으로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주목받았다. 상반기에는 홍익대 경비 노동자의 비극적 죽음도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만 반짝 주목받고 노동 환경은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이날 증언대회의 취지였다.

이와 같은 죽음을 내 일처럼 느꼈을 노동자들이 증언대회에 수십 명 참가했다. 증언대회에 각 캠퍼스를 대표해 6명이 나섰다.

말로만 생색

화장실 한 칸을 휴게 공간으로 만들어 식사하고 쉬는 청소노동자들의 얘기는 옛날 일이 아니었다.

“휴게실이 지하 공간 한쪽이나 계단 아래 작은 공간 한쪽에 있다 보니 습하고 악취도 심해 숨을 쉬고 살기가 힘듭니다.”(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동국대 오종익 분회장)

“명지전문대 휴게실은 … 지하실 전기선이 설치돼 있다 보니 일상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되고 있으며, 습한 곳이라 비가 오거나 하는 날이면 감전 위험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 미화원이 일하는 건물에 휴게실이 없으니 고장 난 화장실의 변기통을 막아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명지전문대 박효성 분회장)

최근 휴게실 문제가 큰 이슈가 되자 대학 당국들은 정말이지 휴게실을 티끌만큼 개선하거나 대안 없이 열악한 환경을 폐쇄하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

심지어 홍익대 세종캠퍼스에서는 에어컨 설치를 약속했던 학교 당국이 “예산이 없으니 내년에 달아 주겠다”며 “휴게실을 다음과 같이 정하니, 그곳을 이용하라”는 공고를 붙였다. 그 휴게실은 노동자들이 사비로 산 에어컨이 달려 있는 휴게실이었다.

“세종캠퍼스 청소노동자 휴게실 전체에 에어컨 설치하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240만 원 정도인데, 홍익대는 적립금 약 8000억 원을 쌓아 두면서도 노동을 통해 학교를 지탱하는 노동자들에게는 240만 원조차 쓰지 못하겠다 합니다.”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김민석 운영위원장)

중앙대학교는 남녀 휴게실이 분리돼 있지 않아 노동자들이 편히 쉴 수 없다. 광운대학교는 2평 남짓한 휴게실을 7명이 쓰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운정 캠퍼스는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 청소노동자 휴게실 내부에 관리자인 소장의 사무실이 있었는데) 현재는 주차장 옆 휴게실을 노동자 29명이 사용한다. 연세 세브란스병원에선 남성 미화노동자 23명이 7평도 안 되는 휴게실을 사용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대학 당국이 사실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사업장 휴게 시설 설치 및 운영 가이드를 마련하고 실태 점검 권고안을 냈는데 권고 수준입니다. … 원청은 책임을 하청업체에 미루고, 하청업체는 원청과 협의가 잘 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경자 부지부장)

만약 노동부가 철저한 전수조사와 강제 시정명령을 했다면 서울대 청소 노동자는 죽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서울대는 정부 방침이라며 청소 노동자들을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처우 개선 없는 정규직화의 위선적 실체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노학 연대

친문 진영 일각에서는 조국 임명 반대 시위를 두고 “서울대 청소노동자 죽음 때도 아무것도 안 하던 학생들이 왜 난리냐”고 호도했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 7000여 명이 청소노동자 죽음에 학교 당국이 책임지라는 서명을 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시헌 집행부원은 학생들의 연대가 컸다고 지적한다.

“학교 당국은 고인의 사망이 단지 “개인 지병”에 의한 것이라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합니다. … 의분을 참다 못해 학생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현재 서울대에선 노동조건 개선, 임금 인상을 위해 청소·시설경비·기계·생협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학내외로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열악한 휴게실 문제만이 아니라 청소·경비 인력 감축 문제의 심각성도 지적됐다.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김민석 운영위원장은 인력 감축과 노동강도 강화가 학생들의 안전 위협과도 연결된다고 옳게 지적했다.

“작년 가을 새벽 5시에 한 학생이 24시간 열람실의 경비실 바로 앞에서 쓰러져 중태에 빠진 일이 있었습니다. 그 경비실은 인력 감축으로 인해 심야 시간에는 비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학생들의 안전이나 복지와도 연결된다. 차별, 불평등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각 대학에서 노동자들의 현실을 폭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하고, 학내외로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정권 보위에만 촛불을 우려 먹는 문재인에 기대는 게 아니라, 노학연대를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으로 촛불 운동의 염원에 부응하는 길일 것이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