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7565억 원 쌓아 놓고 경비 인원 감축하는 홍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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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안전·노동자 처우 악화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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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홍익대학교에서 무인경비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인권연대국·핵심전략국, 공익인권법학회, 성인권위원회, 미대의 외침,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 홍익대지부 '보라' 등 학내 학생 단체들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 노동자연대 서울 서부2지회, 서울청년민중당 대학생위원회,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등 20여 개 단체가 공동주최했다.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포함해 50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 홍익대학교 당국은 경비업체 KT텔레캅과 계약하면서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하고 경비 초소 10여 곳을 줄일 예정이다.
최근 학내 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오작동으로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2기숙사 여자 휴게실에서는 외부인이 발견됐다. 안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학교 당국과 경비업체는 안전 강화와는 반대 방향인 계획들을 추진 중이다.
현재 홍익대 누적 적립금은 7565억 원이다(2018년, 교육부·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립대 중 가장 많은 돈을 쌓아 놓고도 학교 당국은 경비업체를 외주화하고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억제해 왔다. 노동자 해고도 호시탐탐 시도해 왔다. 비용 절감이 이유였다.
올해도 학교와 경비업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을 아끼려고 경비 노동자들의 근무체계를 2교대제에서 3교대제로 전환했다. 경비업체는 정년 퇴직 등으로 생기는 경비 노동자 결원을 충원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은 높아져 왔다.
이에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이하 모닥불)이 올 학기 초에 결성됐다. 모닥불은 3월 26일부터 홍익대 학생들에게 경비 인력 감축으로 생길 학생 안전 문제를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하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기자회견 당일까지 학생 1100여 명이 서명했다.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대분회 박진국 분회장은 이렇게 학교 당국을 비판했다. “올해 정년 퇴직자가 2명이 생깁니다. 게다가 노동자가 몸이 아파서 그만두게 되더라도 인력 충원을 안 한다고 합니다. 내년에도 그런 일이 있을 거고, 내후년에도 그러면 동료들이 현장에 몇 명이나 남아 있을까 우려스럽습니다. 학교는 어떻게 해서든지 무인경비로만 돌리고, 학생들의 안전은 아랑곳 없이 [경비 노동자] 인원을 줄여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학생들은 안전에 대한 학교 당국의 위선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노동자 투쟁에 연대할 것을 결의했다.
“정말로 학교가 학생들의 안전을 배려했다면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하기 전부터 유인경비 기능을 강화하고 경비 인력을 확충했어야 합니다.”(총학생회 박승리 인권연대국장)
“한 미대 학생은 밤에 건물에 남아서 과제할 때 경비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이 된다고 했습니다. 학교와 경비업체가 경비 초소를 축소하는 것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 학생들의 안전과 노동자 생존권을 내팽개치겠다는 것입니다.”(노동자연대 김지은 회원)
“우리의 목표는 노학연대체 설립을 통해 장기지속적인 노동 문제 개선, 나아가 직접고용을 통한 근본 문제 해소를 꾀하는 것입니다.”(총학생회 유진 핵심전략국장)
“부당한 대우를 받고 존재 자체에 위협을 느끼면서 살고 있는 저희는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억압이 얼마나 부당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중앙 성소수자 동아리 ‘홍대인이 반하는 사랑’ 임수빈 대표)
기자회견에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소속 서울대 학생들도 참가했다. 얼마 전 서울대에서 벌어진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했던 학생들이다. 한 학생은 이런 일이 홍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서울대에서도 완전히 같은 일들[인원 감축]이 있었습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정년퇴임으로 발생하는 빈 자리를 메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학교 당국에 서명을 전달했다. 홍익대 당국은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모닥불 소속 학생들은 기자회견 이후에도 경비 초소 축소와 경비 인력 감축 등에 반대하는 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학생들의 활동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