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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 노동자 휴게실 개선 양보를 얻어내다:
나머지 노동자 휴게실과 노동환경도 개선하라

9월 17일 서울대 집회 노동자, 학생, 사회 운동 단체들이 모여 서울대 당국에 휴게실 문제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출처 관악구노동복지센터

서울대 당국이 청소 노동자들에게 휴게실 개선을 약속했다.

8월 9일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폭염 속에 에어컨과 창문도 없는 휴게실에서 사망한 후 노동자·학생의 항의가 만들어 낸 성과이다.

9월 17일 서울대 청소·경비·기계·전기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그간 받아 온 휴게실 개선 요구 서명용지를 학교 당국에 전달하는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에 참가한 노동자·학생 300명은 “인간적인 노동조건 보장하라”, “서울대는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외쳤다.

9월 17일 서울대 집회 행진에 참가한 노동자·학생 300명은 “인간적인 노동조건 보장하라”, “서울대는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외쳤다 ⓒ출처 관악구노동복지센터
9월 17일 서울대 집회 노동자들은 휴게실 문제와 함께 차별 해소와 임금 인상도 요구하고 있다 ⓒ출처 관악구노동복지센터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서울대 총학생회는 노동환경의 전면적 개선과 총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9월 2일부터는 오프라인으로도 확대해 받기 시작했다.

학생 수십 명이 강의실을 누비면서 서명을 받은 결과 서명 인원은 나날이 늘어났다. 청소 노동자들도 연구실과 복도를 돌아다니며 직접 서명을 받았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항의하는 서울대 학생 시위에서도 서명을 받았는데 순식간에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 결과 서명운동에는 서울대 학부생·대학원생 7845명, 교수·강사 153명을 포함해 총 1만 4677명이나 참여했다. 정의당 의원 전원을 포함해 국회의원 11명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서울대 교수인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 문제로 문재인 정부와 서울대 당국이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는 점도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서울대에 대한 국정감사가 10월 7일로 잡히자, 국정감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한 것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발표했지만 강제력 없는 권고만 내려 대학 당국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줬고, 제대로 실태조사도 하지 않았다.(그러므로 청소 노동자의 사망에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있다.)

조국 사태가 한창 뜨거워진 8월 20일에야 노동부는 서울대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일부 심각한 휴게실은 폐쇄하고 개선할 것과 서울대 모든 휴게실에 대해 개선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학교 당국은 학내 청소 노동자 휴게실 146곳을 전수조사 했다. 노동부의 모든 권고사항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 청소 노동자 휴게실을 가이드라인 기준에 맞게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9월 9일 노동부에 제출했다.

계속되는 투쟁

노동자들은 휴게실 개선이 ‘진작에 됐어야 할 일’이라며 마땅히 여기면서도, 학교가 개선 계획을 확실히 이행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또한 이번 개선 약속에 포함되지 않은 기계·전기·생협 소속 노동자들의 휴게실·근무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계·전기 노동자들은 지하에 석면·분진 등 위해 요인이 가득하고 소음도 심각한 휴게실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아예 빠져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도 3평이 채 안 되고 에어컨도 없는 휴게실을 8명이 함께 쓰고 있다. 여름에는 점심 배식 후 식당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허리를 편다.

그래서 9월 17일 집회와 행진에서 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 목소리도 있었다.

기계·전기 노동자들의 "휴게실" 소음과 석면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시헌
쉴 곳이 없는 생협 노동자 휴게실이 좁아서 식당에 돗자리를 깔고 겨우 쉰다 ⓒ제공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노동조합과 학생 단체들은 ‘서울대학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서울대 당국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활동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휴게실 문제뿐 아니라 저임금 해결과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 없는 복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청소·경비·기계·전기 등 용역·파견 노동자 760여 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의 직접고용 신분으로 ‘정규직화’됐지만 이들의 처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나마 올해 초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으로 기계·전기 부문의 저임금 문제가 일부 개선됐지만, 2019년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은 아직까지도 체결되지 않았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시중노임단가 수준의 임금 인상과 명절휴가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만 지급하겠다고 한다.

또 학교 당국은 기계·전기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낮은 임금의 직종으로 시중노임단가를 산정하려 한다.

청소·경비,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9월 10일부터 매주 중식집회를 열고 있다. 다음주에는 사흘간 연속으로 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저임금 문제를 겪고 있는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소속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식당, 카페 노동자들도 투쟁에 나선다.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