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집값 잡겠다더니 투기 촉진해 온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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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빠르게 추락해 4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총선 이후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포기하거나 후퇴시켜 지지층의 등을 돌리게 만든 여러 사건들과 쟁점들이 있는데, 그중 중요한 요인 하나가 부동산 정책 실패이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값은 무려 52퍼센트나 올랐다.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3년 만에 15억 원으로 뛴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도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37년이 걸렸는데, 현재 43년으로 늘어났다.(경실련)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져 서민들의 주거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반지하방을 전세로 얻는 데도 억대 보증금이 든다.
“집값을 잡겠다”던 정부 고위 인사들이 집값 인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린 것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자산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만 평균 5억 원이 늘었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의 다주택 처분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계급적 분노
이런 행태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계급적 본질을 보여 준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는 집값 잡을 의지가 있나’ 하는 합당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책들은 솜방망이 정도만 내놨기 때문에 집값이 크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무려 21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부동산 가격이 특히 많이 오른 지역을 선정해 개인들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는 현금 부자들이나 기업들의 투기를 막을 수 없었다. 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규제 대상이 아닌 지역과 가격대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부동산 관련 세금은 소폭 인상에 그쳤고, 전국적으로 200만 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에게 주는 막대한 세금 혜택은 유지됐다.
2017년 8월 2일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SH나 LH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며 제도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부동산 가격 인상을 막는 데는 소극적이었지만, 부동산 투기를 유발할 수 있는 건설 경기 부양책들은 계속 발표했다. 올해 4~5월에도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는 용산 미니신도시 개발,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신사옥 건설 승인, 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발표하며 사실상 투기를 조장했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24조 원에 이르는 사회간접자본(SOC)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했다.
정부도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건설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실시한 경기 부양 정책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택난 해결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떠받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며 사실상 부동산 거품을 키워 온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정부는 본질적으로 친기업적이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빚 내서 집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한국의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만약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다면 거품이 가라앉으며 금융기관들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집값이 올라도 문제, 내려도 문제가 되는 정부의 딜레마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정부는 규제 지역에서 3억 원이 넘는 집을 살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저금리 대출을 받을 길을 더욱 좁힌 것이다. 이는 현금 부자가 아니면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앞으로 부채의 위험성이 커질수록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대출 옥죄기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과 타협하는 정책으로는 집값 못 잡는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최근 문재인은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이라며 대책을 강조했다. 민주당 대표 이해찬은 “부동산 불안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7월 7일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거래 절벽 없이 시장을 안정화시킬 방안’을 찾으려 고심했다는데, 이 상황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거론되는 대책들도 실행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정부와 민주당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16 대책에서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상반기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관련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민주당 인사들은 이번에 12·16 대책보다 더 강한 세금 인상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실제 추진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파와 보수 언론들은 세금 인상에 반대하며 가격을 낮추려면 시장 원리에 따라 공급을 늘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곧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4기 신도시, 그린벨트 해제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는 반대하지만, 역세권 건물의 용적률을 높이는 규제 완화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신규 아파트의 비싼 분양가가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친시장적 공급 확대는 투기를 부를 뿐이다. 비싼 분양가격으로 건설 기업들만 이득을 볼 것이다. 3기 신도시, 용산 미니 신도시 등 정부가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부동산 가격은 들썩였다.
집값을 잡고 노동자·서민의 주택난을 해결하려면 종부세 등 부유세를 대폭 올리는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값싼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해야 한다.
서울시장 박원순은 임기 말까지 공공임대주택 40만 호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서울시의 1인 가구 청년의 3분의 1 이상이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지옥고)를 전전하는 상황을 볼 때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게다가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은 터무니없이 비싸 무늬만 공공주택인 경우도 많다.
진정으로 서민들을 위한 주택 정책은 시장의 이윤 논리가 아니라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우선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의 행보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적 본질을 드러낸 많은 사례 중 하나다. 노동운동은 정부와의 대화가 아니라 정부의 위선을 폭로하고, 투쟁을 강화하며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에게 왼쪽의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