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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파산한 부동산 정책

집값 안정 차원에서 추진된 판교 개발이 오히려 주변 지역의 아파트 값을 11조 원, 서울 강남권 집값을 23조 원이나 끌어올리면서 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6월 17일에는 노무현이 직접 나서 판교 분양을 중지시키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 8월 말까지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4백조 원에 달하는 국내 유동자금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2003년 3/4분기부터 2004년 3/4분기까지 1년 동안 집 값 상승률은 10퍼센트가 넘었다. 이 때문에 많은 분석가들이 부동산 거품의 붕괴를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이윤율이 상승하지 않고 있고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추진하자 그 동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부동산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건설경기 활성화 정책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 정부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정책에 의지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행정수도 이전, 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 추진 등 건설경기 부양 정책을 쓰고 있고, 이것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땅값이 32.1퍼센트 올랐는데, 이는 ‘행정수도 이전’을 필두로 한 ‘국가균형발전계획’ 때문에 지방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해 왔다. 지난 2003년에 내놓은 10·29 대책은 개발이익환수제와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통해서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부자들의 반발 때문에 입법절차를 거치면서 완전히 누더기가 돼 버렸다. 또한 시민단체들이 요구했던 분양원가 공개는 입법 과정에서 소형 주택에 대한 원가연동제로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 말에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국세청 기준시가 기준으로 주택 9억 원, 나대지 6억 원, 사업용 토지 40억 원 등으로 너무 높아 적용 대상이 거의 없어 ‘종합구멍세’라 불리는 상황이다. 종부세 적용을 받은 가구는 전국에서 3만 가구, 부산에서는 주택의 경우 8채에 불과하다.

판교 개발에서도 노무현 정부 정책의 모순이 잘 나타난다. 2002년 강남 대체주거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중대형 위주로 개발하려던 것에 소형 주택을 추가해 “무주택자 내집마련 용도”로 바꿨다.

하지만 판교의 대형 평형 분양 예상가가 올라가자 주변 지역의 집값이 판교의 분양가 상승에 맞춰 덩달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10·29 대책 이후의 입법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자금들이 2005년 판교 분양이 다가오자 판교 분양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판교 로또”라는 말까지 유행할 정도로 시중 자금이 모이기 시작했고 덩달아 주변의 분당·용인 등지의 아파트 가격까지 뛰어올랐다.

2008년까지 부동산 보유세를 0.12퍼센트에서 0.24퍼센트로 올리고 1가구 2주택의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겠다는 ‘5·4 정책’도 힘을 쓰지 못했다. 찔끔찔끔 올라가는 세금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얻을 이득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판교 개발이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나자 보수 우익은 이를 기회로 노무현 정부의 투기 억제 정책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형 주택의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공급을 더욱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이를 수용하고 있는데,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 강북 지역의 재개발을 추진하고 판교에서도 대형 평형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판교발 부동산 가격 급등에서 보듯이 공급 확대 정책은 유동자금을 끌어들여 오히려 주변의 집값까지 대폭 상승시킬 것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자 수익과 부동산 보유에 높은 과세를 하고, 분양원가 공개, 분양권 전매 금지, 공공임대 주택 공급 등으로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정책은 당장 부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작년의 종합부동산세처럼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나라의 주요 대기업들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많은 돈을 벌고 있고, 2002년 부동산 가격 상승 이후에 대기업의 부동산 투자가 늘어났다. 2004년 조사에 따르면, 30대 대기업들이 소유한 부동산 시가총액이 2백13조 8천9백19억 원이었다.

집값 안정 정책은 또한 건설경기를 악화시켜 경기 부양을 어렵게 하고 부동산을 담보로 많은 돈을 대출해 준 금융권을 부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래저래 노무현으로선 진퇴유곡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눈물이 나는 것은 무주택 서민과 노동계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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