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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기본주택 100만 호 공약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8월 3일 “[대통령] 임기 내 주택을 250만 호 이상 공급하고, 이 중 기본주택으로 100만 호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기본소득에 이어 ‘기본 시리즈’ 둘째 공약으로 제시한 기본주택은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 좋은 위치의 주택에서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공급하는 공공주택을 뜻한다고 한다.

이재명 지사는 이미 2020년에 3기 신도시에 건설되는 주택 중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설정한 35퍼센트에 더해 추가로 50퍼센트(합쳐서 85퍼센트)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하자고 제안한 바도 있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다른 OECD 국가들보다도 한참 낮다. 네덜란드 40퍼센트, 영국 22퍼센트, 스웨덴·독일 등은 20퍼센트가 공공임대주택이지만, 서울은 불과 8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주택 공급으로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율을 전체 주택의 10퍼센트까지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한참 부족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 지사도 지적했듯이 한국의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대부분 40제곱미터 이하로 빈곤층이 길거리에 나앉는 것을 막는 수준이었다.

반면, 기본주택 공약은 109제곱미터(33평)까지 공급해, 어지간한 노동계급 가족이 살 만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턱없이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서울의 공공임대주택은 겨우 8퍼센트밖에 안 된다. 다른 OECD 국가에 견줘 한참 부족하다 ⓒ조승진

이재명 지사는 현재 0.17퍼센트에 불과한 토지 실효보유세를 1퍼센트 선까지 늘리고, 여기서 나온 세금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이 주택을 시장의 수요 공급에 내맡기면서 거듭 부동산 투기와 집값 상승 문제를 발생시켜 온 것을 고려하면, 시장을 규제하는 방안으로서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대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자들이 토지를 독점적으로 소유해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도 지지할 만하다.

다만, 이재명 지사의 계획대로 기본주택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더욱 적극적인 공공임대주택 확충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주택 문제를 완화하는 데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기본주택의 월 임대료가 60만 원이나 된다고 하는데, 보통의 노동계급 가구가 부담하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기도 하다.

재원 마련

한편, 기본주택 공약 발표 이후, 여야 모두에서 보수적인 반발이 나왔다. 공공임대주택 100만 호를 지으려면 최소 300조 원이 필요한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줄이고자 하는 압력이 끊임없이 작동해 왔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노골적이던 시기에 각국 정부는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주거 복지 비용도 대폭 삭감했다.

영국·스웨덴 같은 서구 복지국가들은 기존의 공공주택을 민간에 판매했다. 공공주택의 비중은 계속 감소해 왔다.(그런데도 한국보다 아직 높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충하기 위해서도 지배자들과 부유층에 대결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의 대안은 시장에 타협적이다. 그는 문재인의 이재용 사면에 대해서도 김빠진 사이다처럼 비판 한 마디 안 했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주택 재원을 “공사채 발행, 펀드,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으로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사 이 방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부유층에게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려면 임대료를 더 올려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

부유한 토지·주택 소유자들과 대결하는 것을 회피해서는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확충조차 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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