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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누더기 법’이 될 사회서비스원법

사회서비스원법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듯하다. 매우 불충분한 민주당의 남인순 법안에서 더 후퇴한 수정안이 통과될 예정이다. 공공의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기는커녕 민간의 사회서비스를 지원하는 성격을 강화했다.

노동자들은 대선 공약 파기라며 이에 분노하고 있다.

대선 때 문재인이 사회서비스의 질과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한 약속은 집권 초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지자체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사회서비스의 일부만을 맡아 위탁 운영하게 했다.

현재 시범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서울, 경기 등 11개 시도 지자체에 설립됐고, 내년까지 6개 지자체가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 부족으로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의 조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런 이유로 서비스의 질도 민간과 큰 차이가 없다.

자체 수익 구조로 운영해야 하는 독립채산제를 도입한 탓에, 타 지역 사회서비스원에 비해 조건이 나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조차 벌써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사측은 근무평정을 도입해 그 결과를 임금과 승진 등에 반영하려 한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고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다. 이는 서비스 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독립채산제

민주당 개혁파인 이재명이 실질적 책임자인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사회서비스원법이 제정돼야만 고용 안정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노동자의 54퍼센트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최근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은 요양 서비스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신규로 뽑는다며 기존의 요양 서비스 노동자들은 해고하려 한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경기도청 앞에서 농성 중이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사회서비스원 법안도 노동자들의 바람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기존 민간업자들의 이윤을 침해하지 않으려고 신규 시설만 사회서비스원에 우선 위탁하게 한다. 서비스 질 향상과 노동자 처우 개선의 핵심 요건인 정부의 충분한 재정 지원 책임이 없고, 공공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계획도 빠져 있다. 정규직 채용으로 고용 안정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없다. 오히려 경영평가, 독립채산제 등으로 사회서비스원이 수익성 논리의 압박을 받기 쉽게 한다.

민간업자들과 우파들은 이윤이 침해당할까 봐 남인순 법안조차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조차 미뤄오다 최근 이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수정안을 내놨다.

첫째, 신규 사회서비스 시설의 사회서비스원 우선 위탁 조항을 없앴다. 신규 시설의 위탁 여부는 지자체의 재량으로 넘겼다. 재량의 범위도 민간이 기피하거나 민간 공급이 부족한 분야의 신규 시설로 한정해 민간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둘째, 민간 소속 노동자들과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의 처우가 동일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추가됐다. 그동안 민간의 입장을 대변해 온 국민의 힘 이종성 의원은 이 조항이 뜻깊은 조처라고 했다. 이 조항은 정부가 예산 지원을 회피하고 지자체들이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를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되기 십상일 것이다.

수정안은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확대하겠다는 애초 사회서비스원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한 것이다. 남인순 법안의 우선위탁 규정이 법안 취지에 부합하고 타당하다는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 의견에도 위배된다. 하지만 남인순 의원은 민간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는 민간업자들과 우파들의 반발에 직면해 이 수정안을 수용했다.

이런 후퇴에 반대해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은 민주당의 원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그 동안 부족한 법안이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고 우파에 맞서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남인순 법안을 비판적으로 지지해 왔다.

이런 입장은 옳지 않(았)다. 매우 미흡하고 문제점 있는 법이 일단 제정되면, 이를 개정하는 일은 더욱 만만찮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의 후퇴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동안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대에 대한 우파들의 반발에 거듭 후퇴해 온 과정을 보면 말이다. 남인순 의원이 법안 후퇴를 수용한 것을 보면 정부나 민주당의 입장을 거스를 의지도 없다.

불황기에 공공사회서비스를 확대하려면 자본가와 우파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맞서야 한다. 노동계급의 정치적 투쟁이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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