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 거듭한 사회서비스원 – 노동자 처우 안조차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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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 시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선 뒤에는 사회서비스공단을 사회서비스원으로 후퇴시켜 규모를 대폭 축소하더니, 이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보잘것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원 소속 종합재가센터 및 요양시설 운영모델(안)’을 내놨다. 그런데 이 안을 보면, 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할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된다.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이 현재 받는 임금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다.
집에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이용자의 집을 오가는 이동시간을 유급화했지만 6시간 근무에 고작 20분, 7시간 근무에 40분만 인정할 뿐이다.
게다가 재가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절반은 현재와 똑같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이동시간 유급화도 적용되지 않는다.
고용도 불안하다. 요양보호사들은 50대 후반이나 60세 이상도 꽤 많아 정년 연장을 바랐다. 하지만 이번 안에서 정년은 그대로 60세이고 60세 이상은 기간제 계약직으로 다시 신규 채용돼야 한다.
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 등의 처우 개선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복지시설은 대부분 민간 위탁으로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을 사회서비스원 필수 분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자체 중 대구에서만 한 곳이 포함됐다.
지난 4월 초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사회서비스원에 사회복지시설을 포함시키라고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였지만 서울시는 외면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보육시설도 제외하려다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으로 공공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압력이 커지자 겨우 포함시켰다. 그러나 규모가 턱없이 작다. 서울 사회서비스원의 경우 2022년까지 고작 20개 보육시설에 280명의 보육교사를 고용하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여기서 일할 보육교사들은 현재 수준의 임금을 받게된다. 개선이 없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에 포함될 보육시설도 임금 일부를 자체 운영비로 충당해야 해 수익성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노동조건이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정부가 좇는 일본 모델: 배울 게 못 된다
이런 일들이 예견되는 것은 국가 재정이 최소한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이 양질의 일자리와 질 좋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홍보했지만, 정부의 충분한 재정 지원 없이는 가능치 않은 일이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사회서비스원으로 고용될 노동자는 전체 돌봄 노동자들의 1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더구나 여기서 일할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책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서비스 질 향상을 바랄 수 있겠는가?
정부가 사회서비스원을 만들기 위해 벤치마킹한 ‘일본 사회복지사업단’의 현 상황을 보면 재정 투자를 최소화한 사회서비스원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사회복지사업단’은 광역급 지자체가 사회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인데,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교토부 사회복지사업단은 공공 중심에서 민간의 생산 성과 모델로 전환하는 추세이고, 오사카 사회복지사업단은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됐다. 직무급이 도입돼 임금 수준은 하락했다.(‘사회서비스원의 벤치마킹을 위한 일본 사회복지사업단 검토’ 보고서)
현재 서울과 대구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출범했고 경기와 경남도 올해 안에 출범할 예정이다. 복지부의 형편 없는 운영모델(안)은 사회서비스원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의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방식으로는 사회서비스원으로 민간을 견인하기는커녕 민간위탁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공산이 크다.
여러모로 후퇴한 사회서비스원조차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역시 사회서비스원이 기존의 민간 경영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며 민간업체의 이윤을 침해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민간 위탁은 건드리지 않고 신규 시설 중 극히 일부만을 사회서비스원에 포함시키려 한다.
따라서 민간업자들과 우파의 반대에 맞서야 하고, 시장의 이윤 논리를 침해할 의사가 없는 정부와 민주당에도 맞서야 한다.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는 노동자들이 항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