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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준비에 나선 화물연대 노동자들:
“안전운임제는 최소한의 생계 안전 장치”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면 적용 확대 등을 요구하며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파업 날짜, 기간 등은 찬반투표 이후 확정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제와 유사한 제도다. 최소한의 “적정” 운송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운임(임금) 하한선을 정하고 위반 시 처벌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4월30일 세종시에서 열린 화물연대 결의대회 ⓒ출처 화물연대본부

화물 노동자들은 턱없이 낮은 운임으로 오랫동안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 낮은 운임은 노동자들을 과로, 과속, 과적 운행으로 내모는 주범이기도 하다.

실제로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 사고의 75퍼센트가 화물차이고, 사망자의 53퍼센트가 화물 노동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보면, 화물차의 고속도로 교통사고 치사율은 전체 치사율보다 약 두 배나 높았다. 안전운임제 시행은 노동자들뿐 아니라 도로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 BCT(시멘트) 등 2개 품목에만 적용된다. 전체 화물 차량 40만여 대 중 2만 6000대(6.5퍼센트)가량에 불과하다. 그조차 지난해부터 내년 말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만 일몰제로 시행되고 있다.

2018년 법(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당시 화주들과 우파들의 안전운임제 도입 반대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수용한 결과다. 안전운임제는 문재인의 대선 공약이었다.

내년 말 제도 시행 종료를 앞두고 (무역협회나 대기업들로 주로 대표되는) 화주들은 안전운임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도 제도 시행 연장에 열의가 없다. 화물연대 한 지역본부장은 “안전운임제는 문재인의 공약이었지만, 정권이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선 전혀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동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겐 안전운임제가 매우 절실한 요구다.

경남 지역에서 컨테이너 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들은 말했다. “안전운임제가 도입되고 나서 그나마 생활이 좀 나아졌습니다. 수입이 20퍼센트가량 오르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쉴 수도 있게 됐는데, 이걸 도로 빼앗겠다는 겁니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올해 초 실시한 조사 결과,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화물차 운전자의 순수익은 제도 시행 전보다 월 24만 원가량 올랐다. 화물차 사고 원인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졸음 운전이 20퍼센트 줄고, 과속·과적이 각각 16퍼센트, 10퍼센트씩 줄어드는 효과도 있었다.

김성진 화물연대 구미 금강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일몰제를 폐지시키려면 올해부터 투쟁해야지, 내년에 닥쳐서 하면 늦습니다. (안전운임제가 부분 시행될 때도) 2019년에 합의하고 지난해에야 시작했는데, 아직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한 걸 보세요. 무역협회나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기업 대표들은 운송료 협상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도 책임이 있습니다. 안 되면 강제로라도 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습니다.”

권영한 화물연대 한국타이어지회장은 “일반 화물 차량, 카고 차량들의 경우 노동자들의 운임, 조건 수준이 더 열악하다”며 “안전운임제를 전 차종, 전 품목으로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간 화물연대 조합원 수는 1000명 이상 증가했다. 워낙 열악한 조건에서 불안감이 커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의 투쟁들이 남긴 성과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화물 노동자들은 투쟁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 세계적 물류 대란 속에 화물연대가 단결해 운송에 차질을 준다면, 정부와 사용자들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