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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화 기술의 발달로 자본주의는 노동자 없이 굴러가게 될까?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노동이 소멸한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다.

대형마트 등에 무인 계산대가 들어서고, 제조 과정에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공장’ 등이 도입되면서, 노동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노동자 없이 굴러가는 자본주의는 불가능하다. 그 이유를 살펴본다.

계산원 노동자 없는 매장? 그렇다면 진열대는 누가 채우는가? 애초에 식품은 누가 생산하는가? 최근 영국에 개장한 아마존 프레시 매장 ⓒ출처 Atomicdragon136

아마존 회장 제프 베이조스가 번화가로 그의 제국을 넓히고 있다.

[신선식품 매장인] 아마존 프레시가 이미 런던 전역에 매장 6곳을 열었고, 곧 영국 전역에 30개의 매장을 열 예정이다. 그런데 다른 마트와는 다르게 아마존 프레시에는 계산원이 한 명도 없다.

앱을 실행하고 매장에 가서 상품을 집어들고 매장 밖으로 나오면 아마존은 자동으로 비용을 청구한다.

이런 반(半)자동화 시스템에는 아마존이 ‘저스트 워크 아웃’[‘그냥 걸어 나오라’]이라고 홍보하는 기술이 사용된다. 이는 고객이 진열대에서 물건을 집어드는 것을 수많은 카메라로 감지하고 추적하는 기술이다.

자본가들은 이것이 전도유망한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건다.

경제지 《포브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이 기술이 확장성을 갖는 데 성공한다면 곳곳에서 무인 식료품 매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의 식료품 매장 업계 진출은 업계 전체가 더 많은 디지털 솔루션을 채택하고, 단지 상품이 아니라 경험에 초점을 맞추게 만들 것이다.”

자동화는 소매업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베이조스 같은 사용자들은 바로 이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마존은 아스다[영국의 마트 체인 업체], 테스코[글로벌 대형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매장들과 경쟁하며 되도록 많은 이윤을 얻으려 한다. 베이조스는 이런 신기술에 투자하고 인건비를 절감해서 경쟁자들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노동자 없는 생산?

자본주의가 존재해 온 기간의 거의 대부분 동안 자본가들은 되도록 가장 적은 노동자를 사용하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생산을 꿈꿨다.

자동차 기업주 헨리 포드가 불평했듯이, 자본가들은 작업에 필요한 “두 손을 고용할 때마다 인간을 얻게 된다.”

우선, 자본가들은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 한다. 많은 액수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계는 쉬는 시간이나 유급 병가가 필요 없다. 또, 당연히 성가신 노조나 파업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러나 아무리 이렇게 최선을 다해도 자본가들은 언제나 자신이 인간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온라인 쇼핑을 보라. 온라인 쇼핑이 소매업 일자리의 종말을 ‘예고’했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은 다른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했다. 현재 온라인 쇼핑 산업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많은 배송 노동자들과 창고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매장에 계산원을 두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장으로 식품을 운송하고, 선반에 상품을 진열할 사람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해도 아마존은 애초에 식품을 생산한 사람들의 노동에 의존한다.

새로운 ‘무인화’ 기술을 프로그래밍하고 유지·보수하는 사람들과 이에 필요한 것을 제조하는 사람들에 대한 의존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자본가들에게는 언제나 인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인간의 노동이야말로 상품에 가치를 부여하고 자본가들이 이윤을 축적할 수 있게 한다.

애당초 인간의 노동이 수행되지 않는다면 원료는 계속 땅 속에 묻혀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아무것도 판매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대체한다는 기계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카를 마르크스는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사회적 평균 노동시간이 그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가격에 반영된다.

가치

흔히 자본가들은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의 양을 줄이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해 경쟁 기업보다 더 싸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자본가들의 관점에서 이는 합리적이다. 언뜻 보면,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가들이 하는 이 모든 행동들은 그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가치를 줄인다. 더 적은 시간으로 상품을 생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새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과거에 그것을 만드는 데 들인 노동에 대한 비용을 치르는 것과 같다. 마르크스는 이 과거의 노동을 “죽은 노동”이라고 불렀다.

자본가들은 기술과 죽은 노동에 더 많은 돈을 쓰면서, 그 대가로 돌아오는 이윤을 결국 조금씩 먹어 들어간다. 마르크스는 이를 이윤율 저하 경향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모든 경제 위기의 근저에 있다.

자본가들이 이렇게 잠식된 이윤을 메우는 한 가지 방법은 산 노동, 즉 실제 노동자에게서 더 많은 가치를 쥐어짜 내는 것이다.

자본가는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의 일부만을 노동자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자신들이 챙긴다.(마르크스는 이를 “잉여가치”라고 했다.) 따라서 자본가에게는 노동자가 되도록 많이 생산하게 하고 되도록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이 득이 된다.

그래서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과 배송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면서 목표치를 달성하라는 압박을 끊임없이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또한 노동자에게 힘을 가져다준다. 노동자들의 노동이 이윤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일을 멈춰서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자신의 무덤을 파는 자들을 낳는다”고 말한 것이다.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거나 운송 노동자들이 운송을 거부하면 어떤 혼란이 일어날 지 상상해 보라.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뒷받침하는 IT 노동자들이 시스템을 업데이트하지 않거나 유지·보수를 하지 않기로 해 상품 판매 대금이 회수되지 않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의 사이의 이런 충돌, 적어도 이런 충돌의 가능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자본가는 노동자들에게 언제나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하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항상 새 기술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역사 내내, 이러한 착취는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의 공공연한 싸움으로 거듭 분출했다.

때때로 자본가들은 기술을 이용해 한 무리의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을지라도, 많은 경우 그러면서 다른 부문에서 자신의 무덤을 팔 사람들을 만들어내 왔을 뿐이다.

고객 정보라는 거대한 새 시장

아마존 프레시가 판매하는 진정한 상품은 우리의 개인 정보 데이터인가?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둘러싸고 사생활과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개인 정보 보호 운동 단체인] 빅브라더 워치의 운영자 실키 칼로는 아마존 프레시가 “디스토피아적인 철저한 감시 속에서 이뤄지는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강도 높은 고객 추적으로 다른 어떤 소매 업체들보다 더 막대한 개인 데이터를 축적할 것입니다.”

“고객들은 마땅히 이런 기록과 통계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정보 수집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게 해 준다.

고객 추적

아마존은 개인정보와 신기술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윤을 얻을 수 있어서 식료품 판매로 이윤을 얻는 데에는 사실 그다지 큰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이것이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가져올 결과는 무엇인가?

아마존은 감시 시스템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배달 노동자들은 카메라와 GPS시스템(위성위치시스템)을 통해 끊임없이 추적·감시당한다. 창고 노동자들도 소프트웨어, 열 화상 카메라, 손목 밴드를 통해 감시당한다.

비슷한 시스템이 아마존 프레시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데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감시

이민자, 난민, 활동가 등 국가와 감시를 두려워할 법한 사람들은 아마존도 멀리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아마존은 스마트 홈 보안업체인 ‘링(Ring)’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업체는 경찰에 얼굴 인식 데이터를 제공해 왔다.

많은 경우 터무니없이 결함투성이고 부정확한 이런 데이터들은 다른 인종보다 특히 흑인들을 괴롭히거나 체포하는 데 이용된다.

국가와 아마존 프레시가 특정인들을 탄압하는 데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시스템이 해킹당해 개인 정보가 알 수 없는 개인들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우리는 아마존 프레시 매장들이 고객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아내려고 고객의 위치와 움직임을 면밀히 추적할 것임을 안다.

그러나 아마존이 정확히 어떤 정보를 수집해서 보관하고 판매할지는 모른다.

그래서 소비자들과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수집되고 판매되는지 알 수도 없고 동의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