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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미·중 간 경쟁 격화로 대만해협에 이어 한반도에서도 긴장 고조

한·미·일 연합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이 교차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이 높아졌다.

동해에서 핵추진항공모함까지 동원한 한·미 해상 연합훈련을 전후해,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연이어 시험 발사했다.

특히 10월 1일 한·미·일 3국이 대잠수함 연합훈련을 벌이자, 4일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미국이 대응하기 부담스러운 북·중 국경 근처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일본 열도를 넘겨 태평양에 떨어뜨렸다.

한국과 미국도 미사일 무력 시위로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강릉에서 한국군이 발사한 현무 미사일이 민가 근처에 떨어져 하마터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던 미 핵항모가 뱃머리를 돌려 6일 동해에서 한·미·일이 추가로 벌인 미사일 방어 훈련에 참가했다. 북한은 다시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고, 북한 전투기들이 이례적으로 남쪽으로 접근해 남한 전투기들과 대치했다.

이 모든 일이 9월 26일부터 10월 6일까지 불과 11일 사이에 벌어졌다.

왜 이런 상황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일까?

미·중 갈등

2019년 이후 북·미 대화는 진전이 없다. 그리고 지난해 집권한 바이든 정부에게 북·미 대화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지정학적·경제적 도전에 대응하는 것을 급선무로 여겼고, 이 목적을 위해 관련 지역 국가들과의 동맹 체계를 재조정·강화하는 데에 주력했다. 대북 정책은 이런 전략에 부차적으로 연동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는 북한에게 고강도 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대책 없이) 지속됨을 뜻한다. 당연히 북한 당국은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현해 왔다. 잇단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로 북한은 현 상황에 균열을 내고 싶어하는 듯하다.

특히, 북한의 이런 태도에는 강대국 간 갈등이 증대하며 한반도 주변 정세도 불안정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중 갈등이 국제 자본주의 질서에 중대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위기는 군비 경쟁으로도 표출돼,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을 겨냥해 군비를 늘리려 애쓰는 중이다. 이런 지정학적 위기를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자극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군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내년 방위비 예산은 처음으로 60조 원을 넘었다. 한국도 지난 5년 새 국방예산이 40조 원대에서 55조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지난 여름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으로 재차 촉발된 대만해협 위기는, 가까운 미래에 동아시아에서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실감케 했다.

한반도도 이런 상황이 자아내는 긴장에 얽혀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사드 같은 무기를 한국에 전진 배치해 왔기 때문이다.

9월에 주한미군 사령관 폴 러캐머라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한 ‘비상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유사시 주한미군을 대만해협 분쟁에 관여시킬 계획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도 어떤 형태로든 전쟁에 소환될 수 있다.

미 해군 제7함대는 이번 한·미·일 동해 연합훈련이 “지역의 안정에 도전하는 세력에 맞서 3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번 훈련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대응이라고 했었지만, 실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성격이 다분했던 것이다. 중·러 두 나라는 9월 동해 인근에서 대규모 연합 훈련을 했었다.

23차례

이처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는 주변 정세 불안정이 커지는 맥락 속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런 불안정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것에 대비해 북한도 핵과 미사일 개발·배치에 매달리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올해 들어 10월 초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23차례나 다양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김정은은 전술핵을 비롯한 다종다양한 무기 개발을 지시했다.

앞서 9월에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핵무력정책법)라는 법령을 채택했다. 핵무기 또는 비핵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과 군국주의를 강화해 상황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3축 체계’ 강화를 공언해 왔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계획인데, 여기에는 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해 대북 선제 타격 계획까지 포함돼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정상화’하겠다며 8월 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을 진행했고,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제공과 미국의 전략 무기 적시 배치를 강조해 왔다.

한국군은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도 준비해 왔다. 이 작전은 박근혜 정부가 세웠고, 이후 문재인 정부가 이와 관련한 군사적 능력을 구비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윤석열 정부하에서 한국군은 미군과 함께 ‘참수작전’ 연습을 했다.

북한이 ‘핵무력정책법’에 ‘참수작전’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핵무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명시한 데는 이런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사드

향후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특히 핵실험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긴장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안에서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자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군사합의 파기 운운은 문제를 꼬이게 할 뿐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명분 삼아 미사일 방어를 중심으로 한·미·일 군사 공조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에 협조하는 게 문제다. 윤석열은 북한 중거리 미사일 발사 후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와 통화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약속했다.

또, 10월 7일 윤석열 정부는 미군의 사드 성능 개량 장비를 성주 사드 기지에 반입시켰다. 이때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현지 주민과 평화 활동가들의 저항을 눌러 버렸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한·미·일 연합훈련이 독도 인근에서 벌어진 점을 문제 삼아 윤석열이 “극단적 친일 행위”를 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한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자기 나름으로 반영해 친제국주의적 선택을 한다. 민주당은 친일만 비판하고, 정작 일본과 삼각 공조를 선호하는 미국에 대한 비판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한미동맹 강화에는 찬성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반일 포퓰리즘 언사는 위선적이다.

대만해협을 비롯해 주변 정세가 갈수록 위험해지고 한반도가 영향을 받아 함께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사활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한반도를 감싼 불안정은 제국주의간 경쟁과 미국 등의 대북 압박에서 비롯한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주변에서 경쟁하는 제국주의 강대국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한국 지배자들이 가하는 대북 제재와 압박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