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훈련과 북한 미사일 발사:
한반도가 미·중 간 힘 대결의 또 다른 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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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그리고 한·미의 대규모 연합훈련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포 사격 등이 교차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이 꽤 고조되었다.
북한은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는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쏘는 등 향상된 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 정부 스스로 밝혔듯이, 이런 행동에는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하는 성격이 있다. 또한 대북 선제 타격 등 3축 체계 강화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한·미·일은 동해에서 대잠수함 훈련과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함께 진행했다. 이런 일련의 연합훈련은 비단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동해는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훈련을 벌이는 곳이며,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물밑에서 잠수함 추격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곳이 돼 가고 있다.
또한 동해는 러시아가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이며, 중국 군함이 두 달에 한 번꼴로 대한해협을 거쳐 진입하는 요충지다.
이런 곳에서 벌이는 한·미·일 연합훈련과 군사 협력 강화가 누구를 겨냥한 행동인지는 뻔하다. 이 연합훈련이 당연히 북한도 자극했다.
이에 더해 미군은 10월 17일부터 시작된 한국군의 야외 기동훈련인 호국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한·미 군당국은 10월 31일부터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해 군용기 250대가 투입된 대규모 공중연합훈련도 벌일 예정이다.
북한이 남북 접경지 인근에서 전투기들을 전개하고 잇단 포 사격을 벌이는 까닭이다.
이처럼 고조되는 한반도 긴장 문제는 미·중 갈등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불안정 증대와 깊이 연관돼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런 불안정을 더 자극하고 있다.
경쟁
10월 12일 미국 바이든 정부는 새 국가안보전략을 공개하며, 중국을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이를 위한 힘을 지닌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을 핵심 안보 목표로 설정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힘을 약화시키는 한편, 궁극적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공개 선언이었다.
미국의 이런 전략(과 중국의 단호한 대응 천명)이 대만 정책에 반영돼, 지난여름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으로 대만해협에 커다란 긴장이 촉발됐었다.
긴장의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9월 미 상원 외교위에서 대만정책법안이 통과돼 상·하원 표결 절차로 넘어갔는데, 이 법안은 대만을 한국·이스라엘·일본 등 비나토 동맹국 수준으로 대우한다고 돼 있다. 중국 정부는 이 법 제정이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월 16일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대만과의 통일 의지를 밝히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또한 핵 운반 수단의 확장과 탄두 숫자의 증강 등 핵무력을 강화할 것임도 밝혔다.
바이든 정부도 국가안보전략에서 핵무기 현대화 노력을 지속하는 중이라고 했다. 미국외교협회 회장 리처드 하스는 최근 기고문에서 지금이 “핵무기가 확대되고 그 무기가 지정학에서 더 두드러진 구실을 하는 시대로 가는 전환점”일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시대의 도래를 더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군비 증강과 미일동맹 강화를 추진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일본 정부는 5조 엔(한화 51조 원) 수준의 방위예산을 점차 늘려, 2027년에는 갑절인 10조 엔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게 현실화되면 정말 어마어마한 군비 증강이다.
이처럼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경쟁과 군국주의가 강화되면서, 이런 흐름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도 이런 주변 흐름에 걸맞게 대응하려 한다. 9월 1일 조선중앙통신은 일본이 보유하려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의 첫 번째 타격 대상이 중국과 북한이라며, 일본의 장거리 미사일 확보 계획을 비난했다.
제국주의 강대국들 간 경쟁으로 동아시아 불안정이 증대하면서, 한반도에 점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해법 — 우파, 민주당, 좌파
최근 정부·여당에서는 호전적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특히 여당 내에서 미국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등 온갖 우익적 주장이 튀어나오고 있다.
정진석 여당 비대위원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한반도비핵화선언도 파기해야 한다며,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군사적 실익은 별로 없는 데 반해, 리스크는 크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 내에서는, 핵무기 배치가 추진되면 한국 내에서 정치적 갈등과 반미 정서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미국은 확장 억제의 이름으로 전략 폭격기 등 전략 무기를 한반도 주변에 자주 전개하면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이미 지금 그러고 있다.
국내 우파들의 호전적인 발언들은 핵배치가 안 되더라도 미국에게서 더 많은 안보 약속을 받아내려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그조차 동아시아 핵무력 경쟁의 악순환을 자극할 수 있다. 우파는 내심 일본 수준의 핵무장 잠재력만이라도 보유하기를 원한다.
3자 협력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강화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군국주의와 더불어,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는 한반도를 미·중 갈등에 더 깊이 연루시키게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이 중국과 여전히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쉽지 않은 선택들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동해에서 벌어진 잇단 한·미·일 연합훈련은 국내에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한국을 “한·미·일과 북·중·러 군사 동맹체들의 전초기지”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미·일 연합훈련은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고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관여할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당 대표의 이런 옳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이런 견해에는 모순과 위선이 숨어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그들의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한·일 협력 강화는 바로 미국이 지지하는 지향성이다. 10월 17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한 대담 행사에서 한·미·일 연합훈련이 주는 이점의 하나로 “한국과 일본을 더욱 가깝게 하는 것”을 꼽았다.
민주당이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한, 한·미·일 동맹 문제에서도 미덥지 않은 세력이다. 문재인 정부도 한·일 지소미아를 유지시키고 한·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했었다.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의 불안정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등은 정부·여당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주장 등을 비판하며, “남북 군사적 투명성과 상호 위기 예방을 위한 군비 통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미·일 군사 협력에 반대하는 〈민중의소리〉도 북한에 대한 윤석열의 ‘강대강’식 태도를 비판한다. 그러나 “평화적 중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문재인 정부를 따라 “대화와 협상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만 문제에 한국이 연루될 위험에 대한 해법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한미군에 대한 “주권적 통제 방안”을 마련해 유사시 주한미군이 함부로 대만 분쟁에 투입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과 길윤형 한겨레 국제부장 등이 공저한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
다수 급진좌파도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국주의 질서에 맞서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처럼, 다수 좌파는 모두 군국주의와 한미(일) 동맹 강화를 비판하고 나름의 평화적 해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국가 간 갈등이 지속되는 것보다 대화와 협상이 계급투쟁을 포함한 사회운동이 전개되기에 좀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반도 문제 등(그뿐 아니라 모든 분쟁 지역 문제)을 다룬 협상과 합의의 경험을 돌아보면, 국가 간 평화 합의로 일시 긴장이 완화되더라도 이것이 결국 새롭게 긴장이 악화되고 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중·장기적으로 방지해 주지는 못했다.
제국주의 질서와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경쟁이 온존하는 한 현존 질서 안에서 마련되는 어떤 합의나 제도도 평화를 항구적으로 보장해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제국주의 질서 자체를 반대해야 하는 것이다.
제국주의 질서에 일관되게 맞서려면, 그것의 토대인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반대하고 대적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제국주의에 (비판적) 지지 입장을 가지는 것도 제국주의 질서에 대한 일관된 반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우리는 지금 미·중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적 대결과 투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살고 있다. 이 대결이 머지않은 미래에 대만해협뿐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충돌과 심지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진정한 평화를 얻으려면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반대해야 한다. 또, 경쟁하는 열강 중 어느 한쪽도 지지하지 않으면서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