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파리·마르세유·니스·리옹·툴루즈·몽펠리에·샹베리·낭트 등 프랑스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자발적 시위들이 분출했다.

프랑스 헌법위원회(엘리트 정치인들과 국가 고위 인사들이 들어찬 기구)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연금 공격이 적법하게 통과됐다고 선포한 데에 사람들은 격분했다.

시위대는 마크롱 정부가 연금 개악을 관철시킨 비민주적 방식에 분개했다.

의회 표결은 없었다. 대신 마크롱은 정부가 불신임 표결에서 패배하지 않으면 법 통과를 허용하는 헌법 조항을 이용했다.

파리 시위에 참가한 교사 소피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분노를 멈추지는 못합니다. 당국이 이 시위를 금지했지만, 너무 분노스러워 거리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어요. 계속 투쟁해야 합니다.”

헌법위원회는 새 연금법안의 여섯 개 조항을 삭제했는데, 대부분 법안 토론 기간에 의원들이 추가한 미미한 회유 조항들이었다. 헌법위원회는 연금 수령 개시를 2년 늦추는 법안 내용을 문제가 없다고 통과시켰다.

또 헌법위원회는 일부 좌파가 현행 은퇴 연령을 유지하고자 대체 법안 국민투표를 요구한 것도 기각했다.

헌법위원회 판결 후에도 마크롱에게는 법을 공식적으로 시행하기까지 15일의 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시행 연기를 애걸한 노조 지도자들에게 망신을 주려고 마크롱은 [판결 바로 몇 시간 후인] 4월 15일 이른 새벽에 법이 공포되도록 만전을 기했다.

전략

이것이 투쟁 종료를 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조 지도자들의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제 노조 지도자들 간 조정회의는 “모든 노동자, 청년, 연금 수령자들에게 5월 1일 연금 개정 반대와 사회 정의를 위한 특별 대중 동원의 날에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

무척이나 늑장 대응이다. 그래서 네 개의 주요 철도 노조가 4월 20일을 “철도 노동자 분노의 날”로 선포했다. 이 노동조합들은 보도 자료를 통해 “우리는 이 법이 폐기되기 전까지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하고 밝혔다.

몇몇 노조 지도자들은 5월 1일이 마지막 항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미 프랑스민주노동자총연맹(CFDT) 사무총장 로랑 베르제는 법안이 통과되면 자신은 정부와의 대화로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 총파업을 건설하는 것에 기반을 둔 새 전략이라면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

2006년 2월 프랑스 정부는 최초고용법(CPE)으로 알려진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정부는 청년들에게서 권리를 빼앗으면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의원들이 이 법을 지지한 후에도 노동자와 청년들은 파업·시위를 지속했다.

결국 이 법이 통과된 지 두 달 후인 4월에, 당시 총리 도미니크 드빌팽은 최초고용법을 적용할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의회가 한 일을 거리와 작업장 투쟁이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나치와 대결하기

반(反)파시스트 활동가들이 항구 도시 르아브르에서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RN)에 대대적으로 맞서자고 호소하고 있다.

르아브르는 1월 이래 노동자 저항의 중심지다. 그런데 나치 정당 국민연합이 5월 1일에 연회를 벌일 장소로 르아브르를 선택했다.

이는 도발이다. 노동자 운동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대규모 시위로 이에 맞서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연합의 지지도가 올라갔는데, 이는 마크롱에 대한 혐오와 노조 지도자들의 전략 실패에서 득을 본 것이다.

여러 단체들이 “르아브르에 파시스트는 안 돼, 르아브르는 파시스트를 위한 곳이 아니다” 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위를 호소하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이 말한다: “우리를 막지 마라”

1월 이후 열두 번째 전국 행동의 날인 4월 13일에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저항이 더 커질 잠재력을 보여 줬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파리에서 40만 명, 마르세유에서 13만 명, 툴루즈에서 7만 명, 보르도에서 4만 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마크롱의 야만적 공격을 수용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참고 넘어가기”를 거부한다.

파리 시위에서 공무원 노조의 한 지부는 마크롱과 자신의 지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록 밴드 퀸의 “지금 나를 막지 마(Don’t stop me now)”를 스피커로 반복해서 틀었다.

뜻깊게도, 4월 13일 아침 수많은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파리와 몇몇 도시에서 맹렬한 “비공식” 시위를 벌였다.

파리 시위에 참가한 아브릴은 이렇게 말했다. “이 운동이 끝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노조들이 투쟁을 모두 관둬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4월 13일 행동의 날은 파리의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이 다시 파업에 돌입해 이브리 쓰레기 소각장의 일부를 점거했다는 고무적인 소식으로 시작됐다.

철도·의료·교육 노동자들을 비롯한 여러 부문의 파업 노동자들이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부지를 일시적으로 점거했다. LVMH 소유주 베르나르 아르노는 프랑스에서 (아마 전 세계에서도) 가장 부유한 자다.

“여기 돈이 있다.” 연대·단결·민주노조(SUD) 소속 철도노조 활동가들이 LVMH 본사 앞에서 연막탄을 터뜨리고 깃발을 올리며 외친 말이다.

4월 12일, 노동총동맹(CGT) 산하 토탈 노조의 정유 노동자들은 3월 7일부터 이어져 온 무기한 파업을 끝내면서 씁쓸해 하면서도 투지를 드러내는 어조로 파업 중단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금 운동이 난관에 부딪혀 있다면, 그것은 기층 노동자들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기층 노동자들은 몇 주나 파업을 이어 왔다.

“그 때문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적들의 야욕에 걸맞게 힘을 키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월 7일 이후 [하루 파업·시위] 행동의 날을 7번 개최하는 대신에, 이 파업 일정들을 하나로 이어서 경제를 완전히 멈췄어야 했다. 그랬다면 운동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를 비롯한 사람들은 행동의 날을 띄엄띄엄 잡는 투쟁 방식이 결코 좋다고 여기지 않았다.”

정유 노동자들의 성명은 더 많은 저항을 호소하며 끝맺었다.

“마크롱 정권이 오직 경찰과 탄압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모두에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은 자신이 4년이나 되는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없고 추진하려던 다른 개악들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보다도 더 어렵다는 것을 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싸웠고 앞으로도 계속 싸울 모든 이들이 전장으로 돌아갈 때 적용할 교훈을 배우는 것이다.”

하루에 그치지 않는 총파업이 전투적인 거리 시위와 함께했더라면 마크롱은 벌써 박살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