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프랑스 혁명적 좌파 활동가 기고:
프랑스는 대중 파업을 향해 가는가?

이 글은 프랑스 혁명적 좌파 단체 ‘계급 독립성’의 지도적 회원인 자드 부하룬이 본지에 기고한 글이다.

연금 개악 반대 투쟁이 3월 하순 들어 급진전하고 있다. 그 전에만 해도 이 운동은 2월 초부터 노조 지도자들이 소명해 온 일련의 전국적 시위와 하루 파업에 대체로 국한돼 있었다.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부문은 비교적 소수였다. 이는 아래로부터의 조직이 취약한 것을 반영했다. 파업 노동자들과 대체인력 투입 저지 행동 참가자들의 총회가 거의 열리지 않은 것이다. 중등교육 학생들과 대학생들의 조직들은 다소 조심스럽게 운동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운동의 규모는 엄청났다. 행동이 열리는 날마다 수십만, 심지어 수백만 명의 시위대와 파업 참가자들이 수십여 개 도시의 거리를 메웠다. 경찰조차 몇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시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위 참가자의 다수는 노조 지도부의 전략, 즉 국민 다수의 불만을 표출해서 권력자들의 협상과 양보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운동을 활용한다는 전략을 신임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배계급은 이번 연금 개악으로 이중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프랑스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경제적 목적도 물론 있지만, 더 주되게는 우리 운동의 투지를 꺾어 방해물을 제거한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마크롱은 강력한 한 방으로 우리 편의 사기를 떨어뜨려 오랫동안 무기력증에 빠지기를 바란다. 노조 지도자들과의 면담을 거부해 그들에게 망신을 주고, 하원에서 과반이 연금 개악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지자 투표를 건너뛰고 개악을 추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3월 28일 파업 집회에서 행진하는 프랑스 노동자들 최근의 투쟁 격화는 노동계급에게 엄청난 가능성을 열어 줬다 ⓒ출처 CGT

도화선이 된 헌법 제49조 3항

마크롱이 헌법49조 3항[의회 투표를 건너뛰고 입법을 가능케 하는 조항]을 발동한 것이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역사는 의회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마크롱이 의회에서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은 연금 개악을 지지하는 우파 의원들조차 대중 운동의 압력이 두려워 그 개악에 엮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르주아지 전체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여기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때에 마크롱의 입지가 이토록 위태로운 것은 지배계급의 위기가 그만큼 깊다는 징후다.

헌법 49조 3항 발동 선언 직후 프랑스 전역에서는 수많은 자생적 시위가 매일 벌어지면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고, 경찰은 갈수록 폭력적이 되고 수세에 몰리고 있다. 청년들은 교문 봉쇄, 대학 건물 점거, 시위 등으로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파업이 연장됐고 어떤 부문에서는 더욱 수위가 높아졌다. 주요 노총들이 소명한 3월 23일 행동의 날은 투쟁이 시작된 이래 가장 컸을 뿐 아니라 가장 급진적이었고, 파업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폭력적 충돌이 벌어졌다.

프랑스의 정치적 열기와 수많은 사람이 느끼는 분노는 극에 달했다. 현 사태는 대중 파업, 총파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연금 개악을 철회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마크롱까지 퇴진시켜 버릴 수 있다.

대중 파업을 향해?

노조 지도자들은 이번 기회를 살려 요구 수준을 높이려 할까? 답은 뻔하다. 거대한 운동에 직면해 운동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위험에 처한 노조 지도자들은 마크롱에게 협상을 통한 탈출구를 제공하려고 애쓰는 모양새다. 프랑스의 온건 노총인 프랑스민주노동자총연맹(CFDT) 지도자 로랑 베르제는 대중 행동을 잠재우기 위해 연금 개악을 “일시 중지” 하라고 마크롱에게 거듭 촉구했다. 연맹 내에서는 급진화와 ‘극좌파의 영향’을 일절 경계하라며 기층을 단속하고 있다.

다행히도 노조 사무실이 아닌 투쟁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훨씬 희망을 준다. 수십 개 대학과 수백 개 중등교육 학교가 행동에 동참하고 있고 정유소, 항만, 대중교통, 교육, 폐기물 수거 등 여러 부문에서 무기한 파업이 진행 중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대체인력 투입을 막기 위한 대규모 저지선을 형성해 파업 파괴자들과 경찰로부터 일터를 지키고 있는데, 여기에는 종종 학생들과 다른 부문 노동자들도 결합한다. 많은 노동자들(특히 정유소와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이 경찰로부터 필수 업무 유지 명령을 받았다[이를 어기면 6개월 징역형과 1만 유로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 역자]. 이에 맞선 법적 대응은 아무 성과가 없었지만 필수 업무 유지 명령이 자아낸 분노 때문에 파업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주요 도시와 물류 중심지에서 교통을 마비시키는 행동이 수십 건 일어났다.

자발적으로 벌어지는 거친 시위들이 늘고 있는데 이런 시위들은 산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해 경찰을 골탕 먹이고 있다. 3월 25일 생트-솔린에서는 시위대 수만 명이 수백 명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몇 시간 동안 전투를 벌였다. 이 시위는 집약적 농업에 물을 전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물 전쟁’의 일부였다. 자체의 역학이 있는 이 생태주의적 행동의 급진성이 현 정세와 정권과의 전면적 대결 상황에 의해 더 강화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같은 날, 여러 도시에서 수만 명이 내무장관 다르마냉이 제출한 법안(인종차별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개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고속도로를 점거 중인 노동자들과 파업 지지자들 노동자들의 자발적 행동은 연금 공격 뿐 아니라 마크롱도 날려버릴 잠재력이 있다 ⓒ출처 CGT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총파업[한 나라 또는 한 지방 또는 한 도시의 노동자 대부분이 파업에 들어가는 것 — 역자]이 일어날 가능성이 분명 있다. 하지만 총파업은 결코 저절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지도부의 선포로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시위와 함께 확산되고 있는 각종 총회, 대체인력 투입 저지선, 지역 수준의 총회들은 투쟁의 진로와 전략을 둘러싼 토론과 논쟁이 벌어지는 장이기도 하다.

핵심 과제는 정치 투쟁과 경제 투쟁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필요한 주장이 있다.

노조 활동가뿐 아니라 정치조직 활동가들도 파업을 경제적 효과로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들의 돈줄을 옥죄어서 그들이 마크롱을 압박해 개악을 철회시키게 하자’는 주장이 흔하다. 이런 주장은 틀렸고, 무엇보다 정치 의식을 약화시킨다. 이처럼 중요한 개악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용자들과 국가는 몇 주는 물론, 심지어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둘째,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과 정유 노동자들의 대체인력 투입 저지선에서 학생, 교사 등이 보인 연대는 놀랍다. 이를 통해 노동계급 내 상이한 부문들을 잇는 새로운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 소위 “전략적” 부문을 지키는 것을 전부로 여기지 않도록 실로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이미 투쟁에 참가하고 있는 부문에 기초해 투쟁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파업은 단지 사용자들의 이윤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파업은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자각하고, 일터와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투쟁의 학교이자 기회다.

파업에 새로 뛰어든 일터들이 매일 생겨나고 있고, 몇몇은 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나서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파업을 키우고 전면화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려면 이런 곳들에 역량을 투여하고, 한 부문의 높은 자신감을 다른 부문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지역 수준의 직종간 연합 총회는 투쟁에 뛰어든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 모두를 결집시키고 있다. 이런 총회는 한 일터에서 다른 일터로 연대와 자신감을 전파하는 동시에, 지역 수준에서 동원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다르마냉의 법안에 반대하는 3월 25일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활동가들의 개입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예시였다. 쟁점의 중요성과 시기를 감안하면 그 전의 시위 규모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시위를 조직해 온 정치조직 활동가들과 노동조합 활동가들 상당수는 연금 개악 반대 투쟁이 벌어지는 동안 인종차별적인 법에 맞선 정치적 행동이 가능할지 확신하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곳에서 두 투쟁을 연결하려는 활동이 벌어졌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체인력 투입 저지선의 파업 노동자들과 이들과 연대하던 학생들은 같은 정치적 논리에 기초한 두 투쟁을 연결지어야 한다는 정치적 주장을 경험 많은 활동가들보다 훨씬 더 잘 받아들였다. 많은 사람들은 연금 개악에 맞서 승리하면 국민연합 등 파시스트들의 위협이 자동으로 격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는 오히려 인종차별 반대 투쟁이 노동계급의 단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마크롱에 맞선 파업의 위력도 키우는 동시에, 정치 위기 속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파시스트들을 격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치적 주장과 전략을 운동에 적용하려면 혁명적 조직을 성장시키고 일터, 노조, 대학 및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정치 전략을 발전시키고, 운동에서 이를 주장할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역사는 단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최근 투쟁의 격화는 노동계급에게 엄청난 가능성을 열어 줬다. 향후 몇 주가 결정적일 것이다. 투쟁에 걸린 판돈이 분명히 연금 개혁 자체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최루탄을 퍼붓는 경찰 경찰 폭력은 정부의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방증이다 ⓒ출처 Photothèque Rouge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