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린 두 개의 윤석열 퇴진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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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서울 광화문-시청 일대의 도심이 윤석열 퇴진 시위의 물결로 뒤덮였다.
7월 15일은 두 개의 윤석열 퇴진 집회가 열렸고, 양 집회 전부터 이 집회들의 여러 사전 집회와 행진들이 비 내리는 도심을 채웠다.
48회차를 맞은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는 7월 전국 집중 집회로 개최됐다. 오후 3시 30분 대통령실 인근에서 숭례문 방향 행진으로 시작한 이 집회는 5시부터 비상시국대회(4개 단체 공동주최)와 본 집회 순서로 진행됐다.
오후 4시에는 경복궁역 앞 도로에서 윤석열 퇴진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최근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제안해 결성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이 주최했다. 이 집회는 2주간 릴레이 파업을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주된 참가자였다. 노조들, 전농 등 여러 단체들이 사전 집회와 행진을 했다.
각자 사전 집회를 열고 행진해 모인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본 집회 후 일본대사관 앞으로 행진해 일본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했다. 경찰이 이 행진에 시비를 걸고 행진을 가로막아 항의가 벌어졌다.
윤석열 퇴진 집회가 두 곳에서나 열린 것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짙어지는 상황을 반영한다. 특히 이제 시동을 거는 단계이지만 민주노총 같은 대형 노조 총연맹체가 퇴진 운동을 개시한 것은 의미 있다.
이날 두 집회 모두에서 반평화적인 서방 제국주의 지원 정책, 그 귀결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지지, 노조 탄압, 민주적 권리 탄압 등 강경 우익화, 언론 통제 시도, 대통령 처가 비리 등 윤석열 정부의 다양한 악행들이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됐다.
1년여 만에 윤석열 정권 자체에 대한 반대 운동이 더디지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을 반대하는 이유가 거의 같은 집회가 각각 열린 것은 아쉽지만 말이다.
이번 주 윤석열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의 군사 동맹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해 호전적 발언들을 일삼다가 우크라이나에 전격 방문해 젤렌스키와 회담했다. 젤렌스키가 군사 지원을 요청할 것이 뻔한데 말이다. 일본 총리 기시다를 만나서는 핵 오염수 방류를 지지해 줬다. 그 시각 국내에선 여당이 임금 억제도 모자라 실업급여 삭감을 공론화했다.
윤석열 퇴진 운동을 성장시키는 것은 갈수록 시급한 임무가 되고 있다. 확대되는 윤석열 퇴진 운동이 단결된 행동과 노동자 파업의 결합으로 정치적으로 더 강력한 임팩트를 발휘해야 한다.
낮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윤석열 퇴진 요구 행진들은 가랑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거리의 시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윤석열 정권 퇴진 7.15범국민대회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가 주최한 윤석열 정권 퇴진 범국민대회였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걸고 지난 2주간 시기 집중 릴레이 파업을 진행했고, 이 날 집회는 이 투쟁들을 마감하는 자리였다.
오후 2시부터 가입 단체들의 사전 집회들이 서울 도심 일대에서 시작됐다. 사전 집회들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많았다.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 수천 명이 본 대회가 열릴 경복궁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수천 명도 을지로2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종로와 광화문을 행진해 집회장에 들어왔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경복궁 옆 도로에서 사전 집회를 열었다. 유일하게 한국노총 소속으로 퇴진운동본부에 가입한 한국노총 금속노련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사전 집회를 하고 행진해 집회장으로 들어왔다.
그 중 학비노조 조합원들은 ‘높여라 최저임금, 철폐하라 비정규직’을 외치며 노동자를 못살게 구는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이용숙 부산지부 용소초등학교분회장은 “아이들 급식 안전을 위해서라도 핵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며 주변에 핵 오염수 반대 서명을 받은 경험을 발언하기도 했다.
사전 집회들이 끝나갈 무렵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으나, 다양한 행진 대열들이 집회장으로 들어서면서 오히려 분위기는 고조됐다.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학비노조 조합원들은 새로 들어오는 대열들에 박수를 보냈다. 서로 투쟁 구호로 호응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본지 가판에서도 파업이 더 지속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을 밝히는 조합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물가 인상 속에서도 임금 억제 시도 등으로 불만이 큰 데다가 정권 퇴진 투쟁 선언에 걸맞은 투쟁 계획이 아직 나오진 않고 있어서일 것이다.
집회 첫 발언은 양회동 열사의 유가족들이었다. 양회동 열사는 민주노총과 야당들에게 윤석열 퇴진 투쟁의 건설을 유언으로 남겼다. 양회동 열사의 형인 양회선 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발언했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 꼭 만들어 달라는 그 외침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동생이 자랑스러워했던 건설노조, 민주노총 조합원, 시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과 연대해서 투쟁하고 반드시 이루리라 또 다짐해 봅니다. 동생의 명예 회복과 노동자의 권리가 실현되는 그날을 위해 멈추지 말고 끝까지 나아갑시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분노와 행동으로 승화시키자는 양회동 열사 형의 발언은 대회장을 숙연케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핵 오염수, 노동 탄압 막아 내고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자”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아 명품을 사고 해외 여행 간다고 조롱하더니, 대통령 전용기 타고 명품 쇼핑하러 다니는 꼴을 도저히 참을 수 없지 않습니까?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 민중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 정권입니다. 민주노총을, 노동조합을 탄압하면 지지율이 오른다고 했습니까? 40만 민주노총 총파업에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으니, 이제 퇴진이 답입니다.”
5시에 촛불행동과 비상시국대회를 공동 주최한 전국비상시국회의(추)를 대표해 함세웅 신부도 윤석열 퇴진 운동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집회가 마무리될 때 즈음 반갑게도 비가 그쳤고, 커다란 행진 대열이 경복궁을 출발해 광화문 사거리, 종로1가, 조계사 등을 거쳐 주한 일본대사관을 향했다. 핵 오염수 방류를 직접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경찰이 행진 대열이 일본대사관 앞 도로로 들어서자 갑자기 행진 대열을 차단하고 민주노총 대오가 정리집회 장소로 못 들어가게 포위해 가로막았다. 이 때문에 경찰에 대한 항의와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정리 집회 인원 제한을 핑계로 댔는데, 지난주 촛불행동 측 행진을 가로막은 것과 같은 이유다. 경찰의 집회 간섭이 점점 도를 넘고 있다. 그 탓에 정리집회는 행진 규모보다 훨씬 적은 숫자로 진행됐다.
정리 집회에서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일본 핵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국제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국제 연대가 더 커지기 위해선 한국에서 벌이는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8월 12일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범국민대회에 많이 모이자고 결의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윤석열 퇴진 촛불 전국 집중 집회
범국민대회가 마치고 행진을 시작할 무렵, 윤석열 퇴진 촛불 전국 집중 집회가 시작됐다.
오후 3시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근처에서 사전 집회와 행진으로 시작됐다. 주로 지방 상경 대열을 중심으로 한 참가자들은 일본 핵 오염수 방류와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이 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 등을 규탄하며 행진을 벌였다.
빗속을 뚫고 행진 대열이 본 집회장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고조됐다.
참가자들은 윤석열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핵 오염수 방류 지지를 표명한 것에 분노를 표했다. 동시에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으로 윤석열 정부가 난처한 처지에 빠지고 오염수 문제와 부패 의혹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에 고무된 분위기였다.
본 집회는 촛불행동, 전국비상시국회의(추), 기독교비상시국연석회의(준), 원불교 사회개벽 교무단이 공동 주최한 비상시국대회를 1부 집회로, 촛불행동 48차 집회를 2부 집회로 하는 식으로 열렸다.
대전 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 남재영 목사는 지난해 대우조선 사내하청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비판하며 윤석열의 반노동 정책을 규탄했다.
“대우조선 원청은 사내하청 노조 간부 5명에게 손배소 470억 원을 제기했습니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평생 한 번도 구경해 보지 못할 금액입니다. 돈으로 평생을 고문하겠다는 말입니다.
“이런 일을 막고자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를 발족했고, 저도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윤석열이 노란봉투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정권을 붕괴시켜야 합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기도 한 하원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공동대표도 참가해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에 연대를 표명했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오늘 첫 대회를 열었습니다. … 윤석열 정권은 경제 파탄, 부자 감세, 굴욕 외교, 평화 파괴, 노동 개악, 노조 탄압, 검찰 독재, 평화 파괴 등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 지금은 소금을 살 때가 아니고 거리로 나올 때입니다.
“농민, 노동자, 도시 빈민, 촛불 시민까지 모두 힘을 모아 윤석열 정권 끌어내립시다.”
먼저 윤석열 퇴진 운동을 시작한 쪽에 감사와 경의를 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두 퇴진 운동간 연대의 마음도 더 커졌을 것이다. 연설의 마지막 발언처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가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와 함께 힘을 모으길 바란다.
2부 집회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나왔다. 추미애 전 장관은 민생 파탄, 검찰 독재, 핵 폐수 동맹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를 끝장내자고 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윤석열은 IAEA 보고서 하나 받아 들고 핵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려고 합니다.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에도 우생학이라는 과학을 내세우고 언론 홍보와 법치를 동원했습니다. 윤석열도 똑같습니다. ... 기후 위기, 핵, 불평등. 윤석열 검폭 정권은 이 세 가지를 더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를 끝장냅시다.”
일찍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 변경 의혹을 제기해 온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김건희-윤석열 고속도로 급변경 게이트는 세간에서 ‘고속’도로가 아니라 ‘구속’도로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날뛰고 거짓말하는 걸 보면 진짜 중대한 범죄인 게 딱 걸렸습니다.
“1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윤석열·김건희 정권을 규탄하고 만행을 감시해 온 [퇴진 집회 참가자] 여러분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에 양평군 전직 공무원이 믿고 민생경제연구소에 제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성과는 촛불 시민들 덕분입니다.”
오늘 집회에선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나와 윤석열의 반평화 정책을 규탄했다. 윤석열이 평화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최고의 복지는 평화”라고 한 발언은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은 윤석열이 나토 회의에서 한국산 무기와 핵발전소를 홍보하며 판매 영업사원 노릇이나 하고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석열이 북핵 대응을 이유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며 동해에서의 긴장 고조를 언급했다. 현재 동해는 한미일 군사 훈련, 미국 전략자산 전개,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윤석열식 강경 대응이 아니라 핵 쓸 일이 없도록 평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오늘 48차 퇴진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이 시작될 때부터 오락가락한 빗속에서도 시종일관 열기 띤 자세로 퇴진 구호를 외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다양한 규탄 발언에 집중했다.
“노동자 파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헤드라인을 건 본지 정기호도 반응이 좋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본지 가판대에 와서 민주노총이 윤석열 퇴진 운동에 나선 것을 반기면서도 퇴진 집회를 함께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석열은 노동자 등 서민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에 맞선 저항도 커지고 있음을 7월 15일 집회들은 보여 줬다. 윤석열은 이제 그런 저항들이 모여 상승 효과를 내지 못하게 분열 책략을 부릴 것이다. 저항의 전면화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