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는:
대통령 친족 특혜 사건으로 못 가게 꼬리 자르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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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 개설 사업 관련해 불거진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미 결정된 노선을 갑자기 바꿨는데, 변경된 새 노선 안이 김건희 일가의 토지로 연결된다.
변경된 안으로 고속도로를 만들면, 김건희 일가 소유 땅은 서울 송파구에서 20분 만에 갈 수 있게 된다. 또, 김건희 일가 소유 토지 중 꽤 많은 부지가 주택이나 상업지구로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고 한다.
이 변경된 노선은 십수 년의 민원과 2017년 이후 각종 공청회 등 정식 절차를 거쳐 2021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검사를 통과할 때까지 한 번도 검토된 적이 없는 노선이었다.(국가 예산 투입 사업은 예비타당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소유 시설인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므로 사업의 추진 주체는 국토부다.
국토부(장관 원희룡)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수에게 노선 변경 협조를 요청해 사업 계획을 변경했다.
만약 이 변경안이 폭로되지 않았다면, 무려 1조 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건설 사업이 공적인 심사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김건희 일가를 비롯한 소수의 축재에 이용될 뻔했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기존 안과 변경 안 중 어떤 노선이 좋은지가 아니라) 기존 노선안을 국토부의 누가, 왜 변경했느냐는 것이다.
여권은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확산을 차단하려고 온갖 법석을 떨고 있다. 원희룡은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사업 백지화를 발표했다. 민주당의 ‘가짜 뉴스’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면서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가뿐히 ‘괴담’ 취급한다. 그런데 국민의 압도 다수는 알지도 못한 지역 고속도로 문제를 놓고 국토부 장관이 (결백하다면서도) 포기 선언을 한 것은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사건으로 번질까 봐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원희룡의 백지화는 사실상 증거 인멸이자 주민 숙원 사업이 무산된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는 일종의 되치기 책략으로 보인다.
변경된 노선이 양평군 주민에게 더 좋은 안이라는 여권 인사들의 주장은 더욱 가당찮다. 문제는 왜 수년간 공개 논의한 노선을 밀실에서 기습 변경했느냐는 점이다. 더 나은 노선이 있다면 절차를 거쳐 바꾸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 변경안이 더 나은지도 분명치 않다. 애초 사업 취지(군민 숙원)와 변경 노선의 이점이 맞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애초 취지는 양평군 내 두물머리(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를 방문하는 관광 차량이나 양평군을 관통하는(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는) 차량을 고속도로로 빼내어 군내 교통 정체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변경안은 서울 강남과의 교통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변경안대로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해당 지역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용이해지니, 그곳에 땅 투자를 한 사람들은 상당한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여권의 해명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양평군 측의 요청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그렇지 않다는 정황이 속속 나왔다. 그러자 국토부는 용역을 맡긴 설계사무소가 노선 변경으로 결론내렸다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실의 대응도 미심쩍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2월 초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들을 7월 14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이 기자들 대부분을 대통령실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직접 고발했다.
윤석열은 최근 수능 문항의 세부 난이도까지 직접 거론하며 이권 카르텔 척결 운운했다.
그런 윤석열이 자기 가족인 아내와 처가의 권력형 부정 특혜 의혹이 일었는데도 해명 한마디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은 권력형 부패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부유층 정부임을 노골적으로 선언한 윤석열 정부의 노선과 무관할까.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의 요동으로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고통받고 최근에도 전세 피해로 인해 죽는 사람들까지 생기는 때에 윤석열의 처가는 땅 투기를 해 오고 있었다. 이것이 윤석열이 말하는 정의와 공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