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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민주노총의 ‘윤석열 정권 퇴진 공동기구’ 제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윤석열 퇴진 “범국민적 항쟁”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권 퇴진 공동기구’를 구성하고 7월 15일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시국대회를 개최하자고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빈민해방실천연대 대표자들도 공동 제안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노총이 윤석열 퇴진 운동을 벌이는 것은 환영할 상황 변화다. 이미 5월 10일 민주노총은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의 집요한 노동 탄압에 항의해 양회동 건설노조 조합원이 분신한 직후였다. 5월 31일 서울에서 대규모 윤석열 퇴진 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 “각계각층 단체”들에 윤석열 퇴진 투쟁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5월 31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 ⓒ조승진

‘윤석열 정권 퇴진 공동기구’ 제안서에는 윤석열이 퇴진해야 하는 악행들이 아래와 같이 열거돼 있다.

노조 탄압과 양회동 열사 분신 등 반노동 정책, 부자 감세와 서민 생활고 가중, 친일·친미 행각과 한반도 평화 위협,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묵인, 공안 통치, 집회 결사의 자유 탄압, 양곡관리법 거부, 도시 빈민 활동가들 구속 등등.

윤석열 정부는 “부자 천국 서민 지옥의 한국 사회”(앞에서 언급한 제안서)로 만들려 하지만 이에 대한 반감이 광범하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인기가 없다. 오죽하면 윤석열 자신이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밀고 가겠다”고 말했겠는가.

윤석열은 불만의 확산을 강압으로 차단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더욱 원성과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결정은 반정부 정서의 정도를 가늠할 바로미터다.

한국노총은 온건한 노조이고(더는 ‘어용 노조’가 아닌 지 오래됐다), 민주노총이 불참한 노사정 대화 테이블에 계속 참여해 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한국노총을 길들이려고(한국노총의 현 집행부는 친민주당 성향이다) 강하게 압박했다가 도리어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지배계급은 강압을 통해서만 지배하는 게 아니라 동의를 이끌어 낼 이러저러한 수단들을 찾는데, 이때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은 안 그래도 복합 위기로 인해 양보의 여지가 적어 빈약했던 윤석열 정부의 동의 수단을 더한층 취약하게 만들었다.

이제 정부·여당은 MZ노조(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중심으로 경사노위를 재편하겠다는 식으로 노조 갈라치기를 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 전개를 보면, 반년 전 온건 좌파가 윤석열 ‘악마화’를 문제 삼으며(윤석열을 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퇴진 요구 제출을 반대한 것이 매우 짧은 생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촛불행동

그런데 윤석열 퇴진 운동의 첫 포문을 연 것은 촛불행동(촛불승리전환행동)이었다. 지난 1년 동안 기복을 겪기도 했고 현재는 다소 저점 구간을 통과하고 있긴 하지만, 촛불행동은 1년 넘게 끈질기게 매주 퇴진 집회·시위를 열어 왔다.

윤석열 퇴진 운동이 조직 노동계급 쪽으로 확대된 데에는 촛불행동의 기여가 적잖이 있다. 촛불행동은 화물연대·건설노조 등 노동조합 투쟁을 진심으로 응원했고, 투쟁하는 노조 지도자들을 촛불 집회에 연사로 초청해 연대를 나타냈다. 양회동 열사는 강릉 촛불행동 회원이기도 했다.

그래서 촛불행동과 민주노총이 공동으로 윤석열 퇴진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령이 상이한 정치 세력과 개인들이 얼마든지 윤석열 퇴진이라는 제한적이고 구체적인 쟁점을 두고 공동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리 되면 윤석열 퇴진 운동에 더 많은 사람들을 동참케 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민주노총이 제안한 윤석열 퇴진 운동은 현재 그 방향을 향해 있지는 않은 듯하다. 아마도 민주노총이 윤석열 퇴진 운동과 총선 대응을 연결시키려는 구상을 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사실 촛불행동 내 일부도 그 비슷한 구상을 하고 있다.)

이 구상은 퇴진 투쟁의 성과를 특정 정당의 선거 성적으로 집약시키는 것이다. 〈민플러스〉는 이를 두고 “유일한 총선 준비는 윤석열 퇴진 투쟁”이라고 요약했다.

물론 내년 총선에서 여당을 패퇴시키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각 세력의 선거 대응 계산이 다르다는 이유로 윤석열 퇴진을 위한 광범한 단결 행동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