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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한사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영국 노동당

영국 노동당은 거대한 팔레스타인 연대 물결을 외면한 채 집권에만 골몰하고 있다. 11월 15일 런던 국회의사당 앞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출처 가이 스몰만

모두의 예상대로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은 리시 수낙의 보수당 정부를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전쟁을 줄곧 지지했다. 이에 반발해 11월 15일 노동당 국회의원 56명이 당론을 거스르고 휴전 촉구 결의안에 찬성 투표했다. 그중에는 예비 내각 구성원 10명도 포함돼 있었고 그들은 예비 내각에서 물러나거나 퇴출됐다.

이 반란표가 낳은 파장으로, 지난 주말 스타머를 비롯한 전쟁 지지 노동당 국회의원들의 사무실 앞에서 잇달아 시위가 일어났다. 예비 내각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는 자신이 “위협받고 있다”고 불평했다. 리브스는 스타머가 LBC 방송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전력과 수도를 끊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삽시간에 전국의 노동당원들 사이에 퍼진 분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스타머의 이스라엘 지지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것은 그런 입장이 시온주의 비판을 유대인 혐오로 모는 거짓 비방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스타머는 그 비방을 이용해 전임 노동당 대표인 제러미 코빈을 원내 노동당에서 몰아내고 좌파의 더 광범한 일부를 당에서 축출했다. 이것의 연장으로서 최근 노동당은 국회의원 앤디 맥도널드의 당원 자격을 터무니없는 이유로 정지시켰다. 노동당은 맥도널드의 다음 발언을 문제 삼았다. “우리는 정의를 이룰 때까지 쉬지 않을 것입니다.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의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모두가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타머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데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노동당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 있다. 현 정부를 소생시키려는 총리 수낙의 노력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내무장관 수엘라 브레버먼을 경질하면서 보수당 내 유럽연합 탈퇴파와 잔류파 모두가 싫어하는 데이비드 캐머런을 외무장관에 임명한 것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스타머는 다음 총리직을 맡을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그의 정부하에서도 영국 자본주의는 안전할 것이라고 지배계급을 안심시키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 코빈과 좌파를 쫓아낸 것도 그 과정의 일환이었다. 같은 노력의 일환로서 레이철 리브스는 지지자들이 “대담하다”고 추켜세운 기후 위기 대응 경제 정책을 폐기해 런던 금융가의 환심을 사려 했다.

가자 전쟁에 대한 스타머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휴전 촉구 결의안이 의회 표결에 부쳐지기 전 리브스는 ‘BBC 라디오4 투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1년 안에 집권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G7의 합의를 깨고 싶지 않다.”

G7은 주요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클럽이다. G7은 대체로 — 전부는 아닌데 프랑스가 항상 예외이기 때문이다 — 미국과 독일을 따라 이스라엘의 전쟁에 무조건적 지지를 제공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만큼이나 확고하게 휴전을 반대했다.

스타머는 자신도 G7의 거물들 사이에 낄 수 있는 인물임을 입증하려 한다. 그러다가 당 내에서 반란이 일어나도 개의치 않으려 한다. 이 또한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여당이 된 노동당은 언제나 영국 제국주의의 이익을 방어했다. 예컨대 1949년에 노동당 정부는 군사 동맹 나토를 구축하는 데서 핵심적 구실을 했다. 또 다른 단적인 사례로, 현재 많은 예비내각 성원들이 영웅으로 떠받드는 토니 블레어는 조지 부시 2세의 “테러와의 전쟁”과, 2000~2005년 제2차 인티파다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진압을 맹렬하게 옹호했다.

그러나 과거에 노동당 총리들은 때때로 미국과 기꺼이 거리를 두기도 했다. 1950년 한국 전쟁 때 핵무기를 동원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을 우려한 당시 영국 총리 클레멘트 애틀리는 그해 12월 워싱턴을 방문해 당시 미국 대통령 트루먼에게 항의의 뜻을 전했다. 1960년대 말 당시 총리 해럴드 윌슨은 베트남 전쟁에 영국군을 파병하라는 당시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의 압력을 물리쳤다.

이러한 운신의 폭은 이제 사라진 듯하다. 스타머는 자신을 서방 제국주의의 충성스런 하인으로 내세우려 한다. [최근 코빈이 이스라엘을 거듭 규탄한 것을 두고] 스타머가 “코빈의 노동당 국회의원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말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코빈이 당 대표 시절 지배 계급에게 그토록 공격받은 이유 하나도 바로 그가 오랜 반제국주의 운동가였기 때문이다.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의 변화는 코빈뿐 아니라 노동당 좌파의 양식 있는 사회주의자들에게 선택을 제기한다. 계속 주변화되고 입막음당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중시하는 대의를 위해 싸울 새로운 공간을 찾을 것인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이 거대한 반제국주의 운동은 노동당이 아닌 사회주의적 대안을 건설할 절호의 기회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다.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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