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총리의 “극단주의 위협” 연설이 진정으로 보여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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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리시 수낙은 지난 1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가리켜 “극단주의자들”이 영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증거라며 경찰의 더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리시 수낙의 언사 뒤에는 영국 국가가 처한 더 큰 위기가 있다고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전한다.
지난 3월 1일 금요일 저녁 수낙이 총리 관저 앞에서 한 연설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그의 정치적 기량 부족을 드러낸 또 다른 사례일 뿐이라고 무시할지도 모른다. 로치데일 보궐선거에서 조지 갤러웨이가 이긴 것[i]을 두고 굳이 수낙이 나서서 “경종을 울리는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었다며 말이다.
물론, 로치데일은 원래 노동당이 차지하고 있던 선거구였다. 그런데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는 그가 이번 보궐선거를 위해 공들여서 고른 후보와 연을 끊었다. 그 후보가 유대인 혐오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당선한 갤러웨이도 노동당식 개혁주의에 대한 반발로 부상했던 인물이다. 스타머가 이렇게 죽을 쑤는 동안 수낙은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수낙의 개입은 세 가지 이유에서 중요하다. 첫째, 수낙이 영국의 ‘전통적 관용’ 운운한 것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겨냥한 것이다. 물론, 수낙의 연설에는 극우를 규탄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잘 들어보면 보수당 내 무슬림 혐오자들에 대한 공격은 주의깊게 회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수당 의원 리 앤더슨은 [무슬림 혐오적 발언 때문에] 징계를 받았지만, 그를 지지하는 평의원이 보수당 안에 많이 있다. 수엘라 브래버먼도 보수당 평의원들 사이에서 지독하게 인종차별적인 견해를 계속 퍼뜨리고 있다.[ii]
둘째, 스타머가 수낙을 지지하고 나섰다. “총리가 단결을 옹호하며, 최근에 일어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적 행동을 규탄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며 말이다. 스타머의 발언이 흥미로운 것은 보수당 내각과 노동당 예비 내각이 모두 압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무슬림 혐오를 퍼뜨리고 유대인 혐오를 무기화하는 것은 10월 7일 이전에도 영국 정치권의 흔한 행태였다. 그러나 거기에 매달리는 것이 여야 모두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인종 학살 전쟁을 옹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타머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는데, 노동당이 정부와 나란히 “이스라엘과 함께합니다”라고 입장을 내건 것에 지지자 상당수 ― 많은 무슬림(그러나 모든 무슬림은 아니다) ― 가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머는 휴전을 촉구하라는 압력을 피하려고 온갖 책략을 폈고, 이는 몇 주 전 하원에서 난맥상을 낳았다.
반면, 수낙의 문제는 당을 결집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무슬림 혐오적으로 비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블룸버그〉에 실린 한 흥미로운 기사는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보수당이 패배를 면할 수 없을 듯하자 수낙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규율이 무너지고, 수낙은 그들을 폭도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 장관은 전했다.”
지금 내각 성원 중에서 극우의 기수로 입지를 다지려 하는 인물은 기업통상부 장관인 케미 베이드녹이다. 앞에서 인용한 〈블룸버그〉의 기사는 “수낙의 이너 서클” 관계자를 인용하며 “베이드녹이 수엘라 브래버먼의 뒤를 이어 … 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없는 내각 성원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 저명한 보수당 인사는 내각 성원들의 관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수낙 정부는 사실상 운이 다했고, 이제는 모든 관심은 총선 이후 당권을 누가 쥐느냐에 쏠려 있다.’”
셋째로, 수낙은 더 강도 높은 탄압을 준비하고 있다. 그 위협은 단지 경찰에게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더 강경 대응하라고 주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텔레그래프〉는 이렇게 보도했다. “지역사회부 장관 마이클 고브는 이달 중으로 극단주의의 새로운 정의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와 공공 기구들은 영국 가치를 ‘위협하는’ 극단주의 이데올로기를 퍼뜨린다고 여겨지는 단체들의 활동을 공공장소나 대학가에서 금지시키고 자금줄을 옥죌 수 있을 것이다.”
주류 자본주의 정당들의 사회적 지지 기반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총선 이후 업치락뒤치락 하는 노동당과 보수당의 운명이 이를 보여 주는 한 지표다. 2019년에 보수당은 큰 차이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노동당은 1935년 이래 가장 적은 의석을 획득했다. 그랬던 노동당이 이제는 여론조사에서 보수당보다 20퍼센트포인트 앞서 있다.
이처럼 큰 휘발성은 갈수록 많은 이들이 정당에 대한 충성을 잃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난 금요일 영국 국가통계청은 영국인의 12퍼센트만이 정당을 신뢰한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유권자들은 지지 정당을 금세 바꾸거나, 체제의 반대자를 자처하는 후보를 쉽게 지지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다중의 위기에 대처해야 하고 그중 많은 것은 예상치 못한 것들이다. 브렉시트,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그런 사례다. 의회를 건너뛰고 경찰의 억압 능력에 더 의존하는 비상 정부 체제로 기우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그런다고 해서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류 정치권이 워낙 인기를 잃은 탓에 그런 특별 조치에 기대는 것이 정부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따라서 수낙의 몰락은 자유주의 자본주의 국가가 겪고 있는 더 광범한 위기의 증상이다.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류 정당들을 대신할 강력하고 신뢰할 만한 좌파적 대안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i] 2월 29일 치러진 로치데일 보궐선거에서는 영국 노동자당을 이끄는 조지 갤러웨이가 승리했다. 갤러웨이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기성 양당을 심판하자며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를 분명히 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갤러웨이는 난민 규제를 주장하고 소수자 억압 반대를 불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인종차별적 극우와 타협하는 문제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ii] 보수당 내각에서 내무장관을 지내며 가장 극우적인 인물로 꼽혔던 수엘라 브래버먼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공격했다가 역풍을 맞아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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