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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 이선균: “억울하다”:
죄 없는 자를 위한 정의의 부재에 우리도 비통하다

추가된 상황을 반영해 12월 29일 개정·증보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 씨가 12월 27일 오전 안타깝고 충격적이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큰 슬픔에 빠졌을 이선균 씨의 가족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이선균 씨는 세계적 흥행작인 영화 〈기생충〉을 비롯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잠〉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던 배우였다. 이선균 씨는 세월호 리본을 달고 대중 앞에 섰고, 세월호를 모티브로 한 영화 〈악질 경찰〉에 출연했다.

이선균 씨의 죽음은 윤석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이 부른 안타까운 사건이다. 마약과의 전쟁의 본질은 마약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경찰력 강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캠페인이다.(관련 기사 ‘윤석열은 경찰력 정당화 위해 ‘마약과의 전쟁’ 벌인다’를 보시오.)

일상까지 파고든 마약이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대중 속에 불러일으켜 도덕적 공황을 조장하는 것이다. 흔히 이런 상태는 정부 강압 수단에 대한 의존과 보수적 정서를 부추긴다. 이는 우익 윤석열 정부의 정치 위기 모면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은 지난해 마약 수사를 강조하느라 이태원 참사 발생을 방임했다.

연예인들이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만큼 이런 목적을 위한 속죄양이 되기 쉽다. 경찰은 톱배우인 이선균 씨의 인지도를 악용하려고 그의 사생활을 유출하는 등 야비한 수사를 벌였다. 이선균 씨가 마약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10월 중순은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로 정부가 매우 군색한 처지였다.

10월 19일 경찰은 이선균 씨를 피의자로 전환하기도 전에 마약 투약 혐의를 내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이선균 씨가 한 유흥업소 여성 실장 A씨의 집에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정보를 흘리자 언론들이 선정적 기사를 쏟아냈다.

결국 10월 23일 이선균 씨는 대마와 ‘향정신성’ 의약품 투약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이후 본격화된 경찰 수사와 함께 이선균 씨의 삶은 나락과 커다란 고통에 빠졌다.

그러나 대마초가 합법화된 여러 나라들의 사례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듯이, 대마초는 사람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물질로, 마약으로 분류해 문제 삼는 것부터가 권위주의적이다.

‘향정신성’으로 분류되는 약품들도 대부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서, 사용 여부만 놓고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통제적이다. 남용했을 때 유해할 수 있지만, 이는 처벌이 아니라 치료와 지원이 필요한 문제다. 더구나 사회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개별적 마약 복용자를 마녀사냥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이선균 씨의 경우처럼 경찰이 의도적으로 언론에 정보를 흘려 마녀사냥 당하게 하는 것이 부당한 인권 유린인 것은 물론이다.

사실 경찰은 이선균 씨의 혐의를 결정적 증거로 입증하지도 못했다. 10월 28일(간이시약검사), 11월 3일(국과수의 모발 정밀 검사), 14일(다리털 정밀 검사), 24일(겨드랑이털 정밀 검사) 모두에서 마약 음성 또는 감정 불가 판정이 나온 것이다.

이선균 씨가 거듭 음성 판정을 받고, 비슷한 시기에 가수 지드래곤에 대한 마약 수사도 무혐의로 결론이 나자 경찰은 궁지에 몰렸다.

그러자 경찰은 이선균 씨의 사생활을 들추고 음해하는 비열한 수법을 썼다. 11월 24일 (윤석열이 언론 장악을 위해 임명한 박민이 사장으로 있는) KBS가 단독 보도를 통해 (경찰이 건넸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선균 씨와 A씨(위에 언급된)의 통화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내연 관계를 암시했다. 이선균 씨의 마약 혐의 입증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이선균 씨는 A씨를 통해 약을 투약한 적이 있지만 그 성분이 마약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이후 A씨 등에게서 공갈‍·‍협박을 당해 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런 진술에도 불구하고 모든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이선균 씨는 경찰이 물증도 없이 A씨의 진술만으로 자신을 수사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계속 호소했다.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자청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선균 씨가 사망하기 3일 전 무려 19시간 동안의 강도 높은 조사로 이선균 씨를 괴롭혔다.

세 번째 소환 조사였던 날을 앞두고 이선균 씨는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했다. 또다시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이선균 씨는 거듭 포토라인에 서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는 경찰 수사공보 규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규칙에 따르면 사건 관계인을 미리 약속된 시간에 맞춰 포토라인에 세우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처럼 유명 연예인을 표적 삼아 언론의 관심을 끄는 과정에서, 경찰은 사법 정의도, 인권도 모두 완전히 무시했다.

이선균 씨는 자신의 인생이 완전한 고립무원 상황이고 완전히 진창에 빠졌다는 절망감을 느꼈을 듯하다.

게다가 개봉을 앞두고 있던 영화의 개봉이 연기됐고, 광고가 끊겼으며 그로 인한 거액의 위약금도 물어야 했다. 무엇보다 배우인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대중 앞에서 느껴야 했을 수치심과 수모감, 미개봉 영화에서 함께 작업했던 동료 배우나 스탭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하면 경찰의 억압적 수사에 분노가 치민다.

윤석열 정부는 이선균 씨가 죽기 전날 이 씨를 비롯해 연예계 마약 수사를 맡았던 인천경찰청 형사과장을 경무관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강압 수사가 전혀 없었다고 변명했다.

한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7일 밤 SNS에 “국가수사권력에 무고한 국민이 또 희생됐다”는 정부 비판과 애도의 글을 올렸다가 곧 삭제했다. 여당에 괜스레 공격의 빌미를 준다는 보수파의 눈치를 봤을 것이다.

자신도 결정적 증거 없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수사 압박 횡포에 고통받아 온 만큼 당당하게 비판하면 좋았을 텐데, 애도의 글마저 눈치를 보다니.

‘마약과의 전쟁’에서 선정적 구실을 하는 매스미디어

정부와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 효과를 내는 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매스미디어(이하 언론)의 구실이다.

지난 두 달간 경찰이 흘리는 정보를 ‘단독’ 특종으로 터뜨리고, 이선균 씨의 마약 투약을 기정사실화하는 제목을 뽑고, 사생활을 파헤쳐 클릭을 유도하는 경쟁에 여념이 없던 언론들이 이선균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갑자기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 문제를 지적하며 ‘유체이탈’ 하고 있다.

진보 언론이라는 〈한겨레〉, 〈경향〉 등은 경찰의 무리한 수사 방식을 비판하고 있지만 마약 수사 자체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는다. 마약 복용자를 치료와 지원의 대상이 아닌 엄벌의 본보기로 삼아, 권위주의적 통치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가장 중요하게 문제 삼지 않는다.

자본주의 언론들은 연예인 스캔들이나 범죄 사건 등을 자극적으로 보도해 판매와 조회수 경쟁을 벌이고 광고를 받아 이윤을 더 얻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 개혁의 수단이 되기는커녕 정부와 수사 기관에 휘둘리는 무기가 되기 십상이다. 그 결과, 이선균 씨와 같은 죄 없는 희생양을 종종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