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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 고 이선균 배우 관련 기자회견:
“경찰과 언론의 인격 살인, 진상규명 위해 연대 넓힐 것”

1월 12일 오후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가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오늘(12일) 오전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동료 문화예술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를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간 경찰과 언론을 공개 비판했다.

기자회견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문화예술 관련 단체 29곳이 모여 결성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가칭)가 주최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영화감독 봉준호‍·‍이원태‍·‍장항준,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씨, 배우 김의성‍·‍최덕문 씨, 장원석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 등 문화예술 각계를 대표하는 18인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선균 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나 “수사 및 언론 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그리고 12월 30일부터 영화계 주도로 성명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를 작성했다.

1월 4일부터 나흘 만에 문화예술인 2000명 이상의 연서명을 모았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여기에 이선균 씨와 영화 〈기생충〉에서 호흡을 맞춘 송강호 배우,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이사장 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김의성‍·‍봉준호‍·‍윤종신‍·‍이원태 씨가 나누어 성명서를 낭독했다.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에서 배우 김의성 씨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조승진

성명서는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이 그를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시키고 “사건 관련성과 증거 능력 유무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녹음 파일”을 공개한 경찰과 언론의 “가혹한 인격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그것 말고는 그의 죽음을 설명할 수 없다. 이선균 배우는 경찰이 실시한 마약 검사들에서 전부 음성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첫 번째 요구는 수사 당국을 향한 것이었다. 두 달간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 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 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

특히, 이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 판정이 난 11월 24일” 이선균 씨와 유흥업소 여실장의 사적인 통화 내용에 관한 KBS 단독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는 진지한 의혹 제기이다. 11월 24일 낮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선균 씨에 대한 2차 정밀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KBS는 메인 뉴스인 ‘뉴스9’에서 경찰만이 가지고 있을 내용, 그것도 혐의와 무관한 사생활을 단독 보도로 내보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마약 검사 음성 판정 결과를 묻어버렸다.

오늘 기자회견에 나선 이선균 배우의 동료들은 애초에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수사 내용 제공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진 것이다.

기자회견자들은 “고인이 19시간의 밤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후인 [사망 직전인] 12월 26일에 보도된 내용”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보도는 JTBC 단독 보도를 가리키는 듯하다. 이 보도는 이선균 씨가 [생전 마지막 조사에서] 빨대를 이용한 마약 복용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명백한 경찰 제공 보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선균 씨는 비공개 소환을 요구하고,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 달라는 요청”을 하며, 마약 복용 사실을 부인하고 있었다.

오늘 기자회견은 경찰과 언론의 “인격 살인” 혐의에 대해 구체적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성명서는 두 번째 요구로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단지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해 선정적인 보도”를 한 KBS 등 언론들에 관련 기사를 조속히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봤듯이, KBS 보도는 보도 목적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했다.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에서 봉준호 영화감독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조승진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규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에서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조승진

끝으로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법령들의 제‍·‍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특히 수사 기관이 자의적 잣대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문제에 대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주최측은 이 성명서를 경찰청, KBS, 국회의장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며,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눈물 젖은 목소리로 “공감하는 분들은 함께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본지는 윤석열 정부와 경찰의 권위주의적인 ‘마약‍·‍범죄와의 전쟁’이 진정으로 그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오히려 애먼 희생양만 만들어 낼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지고 평판을 크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문화예술인들은 더욱 쉽게 정부와 수사기관들의 희생양이 돼 왔다. 이선균 배우의 비극은 그런 패턴이 여전함을 보여 준다.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마주해 “제2, 제3의 희생양을 막자”며 정부와 수사당국, 언론에 항의를 하고 나선 이들에게 힘을 더하자.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에서 봉준호 영화감독과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가 참석하고 있다 ⓒ조승진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에서 봉준호 영화감독이 착잡한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 ⓒ조승진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에서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가 참담한 심정의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 ⓒ조승진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에서 배우 김의성 씨가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 ⓒ조승진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에서 영화 감독이자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인 장항준 씨가 착잡한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 ⓒ조승진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에 많은 언론들이 모여 취재하고 있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