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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약사범 폭증?:
‘마약과의 전쟁’ 뒷받침하기 위한 과장과 위선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며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사용 문제를 연일 부각하고 있다.

“10대 마약공화국”, “10대 마약사범 폭증”, “학교에 스며든 마약” 등 선정적인 언론 보도도 난무한다.

보도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요즘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서 너무 쉽게 마약을 구하고, 호기심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마약을 사용한다. 이런 현상이 걷잡을 수 없게 되기 전에 마약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이 있은 뒤에 이런 목소리가 더 커졌다.

정부의 관계 부처들도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검경은 청소년 대상 마약 제공자를 최고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형량을 높이고 학원가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온라인상 마약 광고를 신속히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복지부는 재활센터 확대, 법무부는 예방교육 확대 등을 내놨다.

현실

청소년 마약 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

대검찰청이 내는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대 마약류 사범은 481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12배로 증가했다(전체는 1.9배로 증가). 다만, 마약류 사범 숫자는 실제 마약 사용자의 20~3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의도나 성과에 따라 그 수가 크게 달라지므로, 증가 폭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마약 가격이 싸진 데다가 과거와 달리 SNS 등을 이용해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도 판매자와 접촉할 수 있어서 청소년들도 마약에 접근하기가 더 용이해진 것은 사실이다.

마약의 위험성과 중독성을 고려했을 때 청소년의 마약 사용 증가는 분명 경계심을 가질 일이다. 정부 차원의 적절한 조처와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 10대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체의 2.6퍼센트 정도였다(481명).

이들이 모두 중독 상태인 것도 아닐 수 있다. 대표적인 청소년 마약 검거 사례를 보면 많은 이들은 ‘부작용 때문에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청소년의 약물 오남용이 최근에 갑자기 불거진 일도 아니다. 마약류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10대 사이에서 본드나 부탄가스 등 환각물질 흡입사범은 10년 전엔 1089명으로, 2021년의 36배나 됐다. 이 수치 역시 수사기관의 수사 방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청소년들의 마약 사용은 다른 집단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하에서 점점 깊어지는 소외와 억압에서 비롯한다.

마약류로 지정된 디에타민은 ‘다이어트 약’(일명 ‘나비약’)으로 알려져 여성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 약을 사용해 검거된 한 남학생은 운동 선수인데 체중 조절 실패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중독성과 독성이 강해 매우 위험한 마약인 펜타닐 패치의 판매·투약으로 검거된 56명의 청소년들은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이 좋아지려고’ 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 중 한 명은 학업 스트레스로 불면증이 생겼는데 이를 투약하면 잠을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억압기관 정당화 위해 ‘마약과의 전쟁’ 요란하게 벌이는 윤석열 정부 ⓒ출처 경기남부경찰청

진정한 의도

정부와 언론은 청소년 마약 사용을 과장하고 위기감을 키워 정부가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을 뒷받침하려고 한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부각해서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이다.

한편, 한동훈 등 정부 관료 일각은 ‘마약과의 전쟁’을 검찰 수사권 회복의 지렛대로 삼으려고도 한다. 마약류 사범 증가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수사권 축소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본지가 지적했듯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은 국가 권력을 강화하고 노동자 등 서민층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관련 기사: 본지 457호, ‘윤석열은 경찰력 정당화 위해 ‘마약과의 전쟁’ 벌인다’)

보수 논객들은 ‘마약과의 전쟁’ 승리를 위해 검경의 예산·인력을 대폭 늘리고, 위장 수사를 인정하고, 인터넷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억압기관의 권한 강화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로울까?

입시 경쟁 강화나 긴축 등, 소외와 억압을 더 한층 강화하는 개악을 쉴 새 없이 밀어붙이는 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은 지독한 위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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