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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지디, 전 녹색당 대표 등 유명인 마약 수사:
법질서 통치 강화 시도에 반대해야

경찰이 유명 배우 이선균 씨에 이어 가수 지디를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떠들썩하게 수사하던 유아인 씨는 최근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경찰은 김예원 전 녹색당 대표를 올해 1월부터 수사해 대마 사용 혐의로 지난 5월 불구속 송치하기도 했다. 김예원 씨는 수사가 시작된 뒤 대표에서 사퇴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보면 이선균 씨는 대마와 향정(향정신성의약품) 혐의로 입건됐다고 하는데, 경찰은 이 씨에게 “돈을 받지 않고” 마약을 제공한 의사 A씨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보면 이선균 씨가 사용한 ‘마약’은 대마와 마약성 의약품(진통제, 진정제, 항우울제 등)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경찰은 지디도 A씨에게서 비슷한 약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유아인 씨가 사용했다는 마약은 프로포폴, 케타민 등 마취제가 대부분이고 졸피뎀 등 수면제로 처방되곤 하는 의약품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모발 검사에서 코카인도 검출됐다고 하는데 재판이 끝나야 좀더 분명해지겠지만, 다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이런 약물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대마초

먼저 대마초를 마약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다. 중독이나 의식에 끼치는 영향 등 그 유해성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부터 대마 사용을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네덜란드의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캐나다는 2018년 대마초 생산과 유통을 모두 허용했다. 우루과이와 미국 내 여러 주에서도 대마초가 합법화됐고 독일 정부도 올해부터 성인의 대마초 소지·사용을 합법화했다.

대마초는 사람들이 충분히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물질이고 합법화돼야 한다.

소위 ‘향정’으로 분류되는 약품들도 대부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사용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모순이다.

유해성 자체가 약물 사용을 금지하고 처벌할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마약 전문가들은 헤로인, 코카인, 필로폰 등 극히 일부의 ‘강한 마약’을 제외하고는 술과 담배보다 더 해로운 약품은 드물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술과 담배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마약 중독이 범죄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2년 연구보고서는 “마약류사범이 다른 범죄도 많이 저지른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한다.(《중독 인생 — 한국에서 마약하는 사람들》, 북콤마)

그나마 정부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는 안전에 문제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이득을 취하려고 위험한 약물을 공급하거나 속여서 처방하는 경우일 것이다. 최근 거론되는 유명인들의 경우 이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반면, 합법적 향정신성의약품 사용과 마약 사용이 늘어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나날의 노동이 가하는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자본주의하에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는 데에서 겪는 소외 때문이다. 마약 ‘중독’의 대부분은 약물의 물질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사용자가 처해 있는 환경이 바뀌지 않는 데에서 비롯한다. 즉, 약물 오남용을 줄이려면 처벌이 아니라 치료와 지원이 필요하다.

“물질 오남용은 공중 보건 문제이지 형사 사법 문제가 아니다.”(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 비록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큰 물질적 풍요를 누릴지라도, 통제할 수 없고 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처지는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가 된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이 마약류를 더 사용한다는 통계는 없다. 그런데도 마약류 수사에서 연예인이 자주 표적이 된다. 정부가 그들을 본보기로 삼아 법질서 통치를 강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선정성을 이용해서 말이다. 한국에서 한 번에 가수와 배우를 가장 많이 구속시킨 1975년 박정희 군사정권의 대마초 파동도 그랬다.

또, 연예인들 때문에 마약 사용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그들을 속죄양 삼고 근본 원인인 체제의 문제를 가리려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 시절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만든 유인촌을 최근 문체부 장관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나, 핵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가수 김윤아 씨를 겁박한 여당 대표 김기현의 언행 등은 윤석열 정부가 연예인들을 찍어누르거나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좌파는 윤석열의 위선적인 ‘마약과의 전쟁’과 유명인에 대한 표적 수사, 처벌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