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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서울):
“가자 주민 여러분, 우리는 거리를 떠나지 않겠습니다!”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38차 집회 참가자들이 다음주에도 모일 것을 결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가자지구 주민 여러분, 저는 거리를 떠나지 않겠습니다!”

살라흐엘딘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교수의 힘찬 선언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6월 8일 서울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의 투지를 집약해서 보여 준 광경이었다.

직전까지 내린 비로 집회 장소가 젖어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활력이 넘쳤다.

이틀 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학교와 난민촌을 공격해 피란민 140여 명을 살해했다. 라파흐 피란민 캠프 대학살이 있은 지 열흘도 안 돼서다.

바이든 정부는 또다시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대학살에 대한 공분이 치솟았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도 분노를 불태웠다. 집회 사회자는 이렇게 말했다. “학살자와 공범들은 결코 스스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에게는 그런 양심과 인간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힘과 목소리로 저들을 멈춰야 합니다!”

무대에서 연설한 세 아랍인 모두 한목소리로 저항과 연대를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단호하게 발언했다.

“라파 학살 멈춰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38차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38차 집회에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 살라흐엘딘 한국외대 교수, 이집트인 활동가 칼리드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지난 8개월 동안 각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라파흐 지상군 침공이 시작된 지금, 어느 누구도 이스라엘을 가로막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이웃 국가들과 각국 정부의 배신 행위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움직여 주기를 손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제3차 인티파다를 일으켜 이스라엘의 점령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이어서 나심 씨는 준엄하게 말했다.

“이스라엘이 아니라 우리가 팔레스타인 땅의 진정한 주인입니다.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지난해 10월 7일과 같은 저항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살라흐엘딘 한국외대 교수 역시 “전쟁이 9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시온주의자들은 어떠한 성과도 얻지 못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폭력은 전례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역사상 모든 인종 분리 체제는 종말에 가까워질수록 더더욱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살라흐엘딘 교수는 ‘국제 사회’가 지지한다는 두 국가 방안이 환상이라고 비판했고 큰 박수를 받았다.

“미국과 소위 ‘국제 사회’가 ‘두 국가 방안’을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한다고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문제의 진정한 해법은 무슬림과 유대인, 그리스도인이 평화롭게 사는 단일 팔레스타인 국가를 팔레스타인 전역에 세우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이집트인 칼리드 씨는 이집트 독재자 압델 파타 엘시시의 인종 학살 공모를 규탄했다.

”라파흐 국경을 봉쇄해 구호물자 반입을 막고 가자지구 주민을 기아에 몰아넣는 엘시시 정부를 규탄합니다! 엘시시 정부는 구금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를 전원 석방하라!”

이어서 칼리드 씨는 이집트 남쪽 수단에서 벌어지는 인종 학살도 규탄하자고 호소했다.

수단 상황에도 관심을 갖고 연대해 주십시오. 수단에서는 군벌 세력인 신속지원군(RSF)과 아랍에미리트의 지원을 받는 무장 조직이 인종 학살을 벌이고 있습니다.”

집중

참가자들은 6월 23일 전국 집중 행동의 날에 더 많이 모이자는 결의를 다졌다.

그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서울 곳곳에서뿐 아니라 인천·부산·울산·수원·원주·춘천 등지에서 꾸준히 집회와 홍보전을 벌여 왔다. 사회자와 여러 발언자가 이런 연대 활동을 6월 23일에 한데 모으자고 호소했고, 참가자들도 호응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38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준비한 팔레스타인 연대 물품을 나누고 있다 ⓒ이미진
집회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팔레스타인 몸자보를 두르는 등 온 몸으로 팔레스타인 연대를 표하고 있다 ⓒ이미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흐리던 하늘이 맑게 개어 대열의 기세는 더한층 치솟았다.

“Who is terrorist? Netanyahu terrorist!”(누가 테러리스트인가? 네타냐후가 테러리스트다!) “학살 공범 조 바이든!”

대열은 주한 미국 대사관 앞과 인사동거리를 지나며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복궁 인근에서는 여행 중이던 한 컬럼비아대학교 졸업생이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는 처음입니다. 무슬림, 학생, 노동자 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행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매우 감격스러웠습니다.”

행진 선두에는 ‘카 퍼레이드’가 있었다. 팔레스타인 깃발과 현수막을 건 자동차 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재한 이집트인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깃발과 현수막을 내걸고 차량 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대열 주변에는 다양한 국적의 자원봉사자 ‘팔봉이’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행인 한 명 한 명에게 손팻말과 6월 23일 전국 집중 행동의 날을 알리는 유인물을 건넸다.

인사동거리를 빠져나오자 대열이 불어난 것이 확연히 보였다.

매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집회에 참가해 온 프랑스인 이리스 씨는 매주 집회에서 희망과 열기를 얻어 간다고 전했다. “인종 학살이 벌어지니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절망보다 희망이 더 큽니다.

“올바른 대의를 위해 집회에 참가하는 분들을 보면 사랑을 느껴요. 응원하는 행인들이 행진에 동참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람들의 열정이 매주 점점 커지는 게 느껴져요.

“아쉽게도 다음 주에 귀국해야 해서 오늘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집회 참가입니다. 하지만 돌아가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려고 팻말을 챙겨 갑니다.”

일본인 유학생 엔도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계속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세상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알릴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오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습니다.

“오늘도 다양한 인종의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저도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에너지를 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종 학살을 멈출 힘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에서 나온다. 캠퍼스에서, 거리에서, 일터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확대하자.

팔레스타인 연대 38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준비한 팔레스타인 연대 물품을 나누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38차 집회 참가자들이 투지와 활력을 뿜어내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캠퍼스에서 연좌 농성 등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학살 공범 조 바이든!”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주한 미대사관 앞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38차 집회 참가자들이 투지와 활력을 뿜어내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인사동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대열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미진
6월 23일 전국 집중 행동의 날로 모이자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자원봉사단’이 6.23 전국 집중 행동의 날 동참을 호소하는 유인물을 나누고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