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가자지구에서 온 메시지: “저희 생명, 안전, 자유를 위해 계속 거리로 나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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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팔레스타인 해방 집중 행동의 날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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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마흔세 번째 집회가 열렸다.
섭씨 33도에 이르는 폭염에도 많은 사람들이 집회 장소에 모였다. 페이스 페인팅, 후원 굿즈 판매, 외국인 참가자들을 위한 노무사 상담 부스 등 다양한 사전 행사가 사람들을 반겼다.
미국인 영어 강사 안나 씨는 사전 행사에서 평일 내내 손수 뜨개질한 수박 문양의 반다나(두건)를 판매했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저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를 표하고 싶었어요.” 준비해 온 반다나를 모두 판매한 안나 씨는 수익금 전액을 가자지구에서 고통받는 어느 가족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로 가자지구는 고통에 휩싸여 있다. 언론에서는 휴전 논의에 관한 소식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은 계속 거세지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 필리프 라자리니는 이스라엘군이 “나흘 동안 가자지구 내 학교 네 곳을 조준 폭격했다”고 규탄했다. 이 학교 다수는 팔레스타인인 피란민들이 대피해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의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도시 탈 알하와, 슈자이야, 사브라에서 격전을 벌였다. 이곳은 이스라엘이 한참 전에 저항을 소탕했다고 주장했던 곳이지만, 또다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열린 이날 집회는 뜻깊게도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아스마 씨가 보내온 메시지로 시작됐다. 아스마 씨는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의 친동생이다. 마르얌 씨는 그간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가해 왔다.
아스마 씨는 전쟁 직전 쿠웨이트에 일자리를 얻었으나 전쟁 통에 발이 묶여 9개월째 가자지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아스마 씨 같은 역내 피란민이 19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저는 지금 칸 유니스 내의 마와시 구역에 있습니다. 라파흐에서 도망쳐 나와 여덟 번째로 온 피란처입니다.
“이곳에서 저희는 깨끗한 물 한 잔, 먹을 만한 식사 한 끼가 소원인 지경에 내몰려 있습니다. 물 1리터를 어떻게 아껴 먹어야 할까 매번 고민해요.
“운이 좋으면 빵을 먹지만, 그렇지 않으면 빵 비스름한 것이라도 먹으려고 고생합니다. 요리를 하려면 나무, 종이, 비닐을 태워야 해서 거기서 나오는 유독 가스를 마셔야 합니다.
“미사일이 날아오는 소리, 참혹하게 파괴된 폐허, 탱크가 진군하는 소리에 익숙해지려고 애씁니다. 또, 목숨을 잃은 남녀노소 모두의 마지막 모습을 마음에서 떨쳐 내려고 애써요.”
아스마 씨는 그럼에도 불굴의 결의를 보이며 연대를 호소했다.
“이 모든 참상에도 저희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으려고 신께 기도합니다.
“동지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저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저희의 생명·안전·자유를 위해 계속 거리로 나와 주세요!”
아스마 씨의 호소에 참가자들은 뜨거운 연대의 함성으로 응답했다.
사회자는 집회 주최측이 8월 15일 광복절에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 집회·행진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것을 기리는 이날,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해방을 염원하며 집회와 행사를 벌입시다. 모두 참가해 주세요!”
연대를 모으자
방글라데시에서 온 술탄 사킬 씨는 “이 집회를 조직한 조직자들과, 집회에 참가한 방글라데시·파키스탄·인도·아랍·서구 등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인류애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오늘날 인류애는 어디에 있습니까? 팔레스타인을 위해 여기 모인 우리에게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사킬 씨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돕는 인도의 극우 총리 나렌드라 모디를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어린아이들을 죽이고, 병원, 학교, 대학 등 가자지구 전역을 폭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가 이스라엘에 폭탄과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을 돕는 모디도 테러리스트입니다!” 사킬 씨는 방글라데시어로 발언한 후 자신의 발언을 파키스탄 공용어인 우르두어로 통역했다.
이집트인 활동가 아흐마드 투르키 씨도 이스라엘을 돕는 이집트 독재 정권을 규탄했다.
“전 세계 각국 정부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지만, 그중 가장 악랄한 자는 이집트의 독재자 압델 파타 엘시시입니다. 엘시시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생명줄인 라파흐 국경을 봉쇄해 구호 물자 반입을 막고 있습니다.
“엘시시 정권은 이스라엘인에게는 1인당 25달러만 내면 라파흐 국경 통과를 허락합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 난민에게는 1인당 무려 5000달러를 받습니다!
“정권의 탄압 때문에 이집트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단 한 차례밖에 열리지 못했습니다. 정권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한 활동가 177명을 구금했습니다. 그들을 모두 석방해야 합니다!”
투르키 씨는 연대를 지속하자고 호소했다. “지난 9개월 동안,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불굴의 투지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지난 9개월 동안 우리도 힘을 다해 43번의 집회·행진을 벌였습니다. 꺾이지 말고 계속 투쟁합시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폭염을 뚫고 거리를 행진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카 퍼레이드’ 행렬을 앞세우고 행진한 참가자들은 더위보다도 더 뜨거운 열정으로 연거푸 구호를 외쳤다.
대열은 도심 나들이를 나온 내외국인들의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광화문 앞길을 지날 때 행진 대열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직로에서 행진 대열 옆을 지나던 한 자동차의 승객들은 행진 참가자에게서 팻말을 받아 들고는 열정적으로 흔들어 보였다.
인사동길에서도 많은 행인들이 팻말을 받아 들고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인 관광객 엠마 씨와 라파엘 씨는 집회를 만나 행운이라며 기뻐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집회 참가는 처음이에요. 정말 강렬하고 인상적인 행진이에요.”
대열은 인사동을 거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향했다. 구호 선창자가 이스라엘 대사관에 당도했음을 알리자 참가자들의 구호 소리가 더 높아졌다. 특히 방글라데시인들을 비롯한 서남아시아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대사관의 위치를 알려 주며 앞장서 구호를 외쳤다. “이스라엘, 테러리스트!”
참가자들은 8월 15일 집중 행동의 날까지 계속 연대를 확대해 나가자고 다짐하며 집회와 행진을 마무리했다. 다음 집회는 7월 20일(토) 오후 2시 광화문 인근에서 열릴 예정이다.
멈춤 없는 인종 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연대를 멈춤 없이 확대하자.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양선경
경기도 연천에 있는 모스크에서 동료들과 함께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방글라데시인은 오늘 집회와 행진의 활력에 연신 감격을 표했다. 그는 6월 23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 이래로 매주 토요일 낮 퇴근 후 두 시간 넘는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와 집회에 참가하고, 평일에도 동료들과 주변 모스크들에 집회 소식을 알리고 있다.
상하이에서 공부하다 귀국한 청소년 김혜인 씨도 이번 집회가 첫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 참가였다. “중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리지 않지만, 많은 중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려고 집회가 어디서 열리는지 찾아봤어요. [오늘 집회에 참가해]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해서 기뻐요.”
이번 달부터 팔연사 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는 우즈베키스탄인 아즈마트 씨도 이렇게 전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 인류애가 살아 있다고 느껴요.
“우리 모두 침묵하지 말고 억압자에 맞서 행동에 나서기를 바라요.”
프랑스인 티판 씨는 휴가차 한국에 왔다가 집회에 참가했다. “저는 세계 어디를 가든 쿠피예, 팔레스타인 국기, ‘가자(Gaza)‘라고 적힌 티셔츠, 버튼, 스티커를 가지고 다녀요. 어디서든 집회에 참가하려고요.”
티판 씨는 프랑스 운동의 소식도 전해 줬다. “프랑스에서 저는 난민 지원 활동을 해요. 그러다가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파리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고 있어요.
”운동 초기에 프랑스 경찰은 집회를 금지하고 공격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계속 집회를 벌이고 있어요.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지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팔레스타인 쟁점으로 단결하기 시작해 또 다른 쟁점으로 투쟁을 연결할 수 있어요.
“저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뭔가 해 주기를 기대하지도 기다리지도 않아요. 우리 자신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우리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투지를 더 확산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