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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의:
미국 등 서방 지배자들의 확신 결여를 보여 주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서방은 독일 장거리 미사일 배치, 중국 규탄 등 더 위험한 행보를 내딛었다 ⓒ출처 NATO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는 미국 등 서방 지배자들의 확신 부재를 요약적으로 보여 준 국제 회의였다.

조 바이든은 인지 능력이 국내외에서 의심받게 행동하면서 불안정화 요인이 돼 있다. 바이든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후보직 사퇴 압력을 받는 와중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나토 창설 이래 가장 뜨거운 열전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열렸다. 바이든은 푸틴이라는 “괴물”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대규모 군사력 증강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인종 학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이스라엘이 미국에 “때때로 협력적이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을 뿐이다.

그동안 나토는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10월 1일 퇴임하는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우리가 지원을 강화한다고 해서 나토가 이 전쟁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고 변명했다(〈포린 어페어스〉, 7월 3일 자).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일 뿐이다. 지난주 나토 정상회의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대리전을 치르고 있음을 오히려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약속된 대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은 다음과 같다.

  •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연간 430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
  •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전반과 무기 공급을 조율할 군수 지원 사령부를 독일의 미군 기지에 설치한다.
  • 나토의 민간 주재관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에 배치한다.

역설적으로 이런 지원 방안들은 또한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벌이는 대리전이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독일의 재무장화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내려진 매우 도발적인 결정 하나는 미국이 독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은 2026년부터 SM-6, 토마호크,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 등을 독일에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이 유럽에 중·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1987년 미국과 당시 소련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체결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놓고 안심시키려고 첨단 무기를 독일에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의 사거리는 2000킬로미터가 넘는다. 베를린과 모스크바 사이의 최단 거리는 1600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는 사거리가 2776킬로미터이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에 배치될 장거리 미사일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만 타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페름, 우파, 사라토프, 카자흐스탄 서부 대부분 지역 등 유라시아 지역의 러시아 도시들에도 도달할 수 있다.

독일은 심지어 징병제를 부활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요 유럽연합 회원국들도 러시아 도시를 타격할 장거리 공격 능력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 국방장관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자체 장거리 정밀 무기 개발 의향 선언에 서명했다.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독일이 다시 재무장화의 최전선에 선 것이다. 사민당 소속 국방부 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러시아의 침략 가능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 주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이 필요하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군비 증강은 비단 ‘트럼프 방지 효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의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유럽 국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의 군비 지출 격차를 줄이려 해 왔다.

바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 해인 2020년에 9개 나토 회원국만이 국내총생산(GDP)의 2퍼센트를 국방비에 지출했다. 올해는 23개국이 최소 2퍼센트를, 다른 일부는 그 이상을 지출할 것이며, 아직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나머지 국가들도 곧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광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 스웨덴 전 총리 칼 빌트는 유럽 국가들이 그 목표를 두 배로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각국 싱크탱크들은 새로운 전략 계획을 시행하려면 3.6퍼센트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사일과 전투기를 위해 사회 복지 지출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도 했다.

바이든도 러시아의 무기 생산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동맹이 뒤처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이런 군비 증강 노력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나토가 언제든지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러시아에 전쟁 위협을 가하는 것이고, 유럽과 나머지 세계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빠뜨리는 것이다.

러시아는 즉각 “(러시아)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시사했다. 외무차관 세르게이 랴브코프는 “이 새로운 게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러시아 미사일이 베를린·런던·파리·로마·마드리드를 신속하게 폭격할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가 재앙적인 핵전쟁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는 뜻이다.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나토 정상회의는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한 계획을 내놓았다. 나토는 ‘워싱턴 정상 선언’에서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대한 “결정적 조력자”로 규정했다.

“2019년까지 공식적으로 중국을 우려한다고 언급한 적이 없었고, 매우 부드러운 언어로만 중국을 언급했던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나토] 동맹은 이제 처음으로 중국의 대러시아 군사 지원에 대한 미국의 규탄에 동참했다.”(〈뉴욕 타임스〉, 7월 10일 자)

스톨텐베르그는 “어느 시점에서 러시아의 불법적 전쟁에 대한 중국의 지지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의 중국 규탄은 나토가 유럽의 최근 역사에서 최대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도 모자라 세계적 규모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들과의 관계를 상향 조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가 나토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초청받았다.

윤석열은 나토와 인도-태평양 국가 간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과 유럽 국가들의 군비 증강 및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확대는 서로 무관한 상황이 아니다. 〈뉴욕 타임스〉(7월 9일 자)는 네덜란드 전 총리 마르크 뤼터가 나토 사무총장에 임명된 것은 두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노르웨이 출신인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달리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와 유럽연합 모두에 완전히 통합된 나라 태생이다. 전 나토 사무차장이자 현 유럽외교협회 특임 연구원인 카밀 그랜드는 이렇게 말했다. ‘두 기구가 훨씬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지금 정말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카밀 그랜드는 미국이 아시아로 향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자체 방어를 더 잘할 수 있으려면 이런 동반 상승효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 며칠 전에 상하이협력기구 회의가 카자흐스탄에서 열렸다. 러시아와 중국 등 9개 회원국이 참석했다. 이후 벨라루스도 가입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7월 8일 중국과 벨라루스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 근처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했고, 같은 날 인도 총리 모디 나렌드라가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했다.

양복을 입고 하든 군복을 입고 하든 경쟁하는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회의가 열리는 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참호와 도시들에 사병들의 시체와 관이 쌓여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에 서방 국가들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공격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자 러시아는 키예프(키이우)의 어린이병원을 포함해 5개 도시 주요 지점을 공습해 민간인 수십 명을 죽였다.

이것이 강대국 지도자들의 미소와 악수 이면에 있는 제국주의적 경쟁의 현실이다. 그리고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