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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러시아 본토 타격 금지’ 레드라인이 흐려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의 학살로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위험하게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고, 이는 러시아가 병력·탄환·공군력에서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러시아가 주되게 공략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는 그간 맹렬한 폭격을 받아왔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서 받은 하이마스 다연장로켓으로 6월 2일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이를 보며 유럽의 여러 정부들은 갈수록 공황에 빠졌다. 그들은 나토가 러시아에 더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갈수록 강하게 촉구했다. 이들 중 발트해 연안 정부들이 가장 요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나라들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제2차세계대전 중 소련에 의해 침공·병합된 적이 있다.

BBC가 “에스토니아의 강철 총리”라고 부르는 카자 칼라스는 최근 러시아가 해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발언들이 크렘린의 신경증적인 망상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100만 명을 겨우 넘는 아주 작은 나라다. 반면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권력이 훨씬 더 강력한 인물이다. 지난 2월 마크롱은 만약 키이우(키예프)가 함락될 듯이 보이면 프랑스군을 우크라이나로 파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5월 초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는 분명한 전략적 목표가 있다. 그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이긴다면 유럽의 안보는 사라질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멈출 것이라고 누가 감히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한 마크롱은, 나토 정부들한테서 제공받은 무기로 러시아 내부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도 지지했다.

나토 무기로 러시아 본토 타격하는 것을 금지한 것은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과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가 설정한 레드 라인의 하나였다. 그 선을 넘었다가는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교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레드 라인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벌이는 대리전의 논리를 반영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 싸우도록 무기와 기술적 지원은 해 주지만 참전 자체는 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가장 많이 지원하는 세력들로, 각각 430억 유로와 100억 유로만큼 지원한 반면, 프랑스는 겨우 26.9억 유로만을 지원했다(킬 세계 경제 연구소). 4월 말 미 의회는 610억 달러어치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 패키지를 승인했다.

그러나 지난주 화요일(5월 28일) 마크롱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러시아 군사기지들을 우크라이나가 프랑스제 스칼프 순항미사일로 타격하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후에는 바이든이 동조했다. 미국이 제공한 대포와 하이마스(HIMARS) 다연발 로켓포를 러시아에 “반격”할 용도로 사용하도록 허락한 것이다. 다만, 하르키우 방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제한을 뒀다. 영국과 독일 정부도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다시 한 번 핵 공격을 위협했고, 이번에는 유럽연합을 구체적으로 겨냥했다. “그들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 공격을 운운하기 전에, 자기 나라들이 작고 인구도 밀집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푸틴이 우즈베키스탄 방문 중에 한 말이다.

바이든은 사거리가 더 길고 러시아 더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는 에이태큼스(ATACMS) 탄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여전히 막고 있다. 그러나 반복돼 온 패턴이 있다. 미국과 독일이 레드 라인을 설정하지만 (예컨대, 실패로 귀결됐던 우크라이나 공세에 원래는 탱크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었다) 이후 압력에 떠밀려 그 선을 지키지 못하는 패턴이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은 마크롱이 이번 주 후반에 있을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일에 맞춰 나토 정부들이 우크라이나에 군사고문단 파견을 선언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그런 행동은 실질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성격이 강할 것이다. 서방 특수부대, 기술 자문단, 교관들이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계속 약해진다면 서방 병력을 투입해 우크라이나를 떠받쳐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핵 전쟁 위험도 커질 것이다. 유럽연합은 약하고 분열돼 있고,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그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미국이 행동에 나서도록 등 떠미는 데에서는 성과를 내 왔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꼬리가 개를 흔들고 있는 형국[주객전도]이다. 쇠락하는 제국이 비틀거리면서 우리 모두를 아마겟돈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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