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무섭게 빨라지는 한미일 군사 동맹의 발걸음

한미일 군사 협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7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은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이하 ‘한미일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세 국가의 군사 동맹이 처음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한미일 동맹 최초 제도화 7월 28일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에 서명한 3국의 국방장관 ⓒ출처 국방부

한미일 연합 훈련과 3국 고위급 회의를 정례화·체계화하기로 한 기본적인 내용에 더해, 다음의 두 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미일 군사 협력의 범위를 ‘한반도뿐 아니라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로 규정했다. 한미일 동맹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와 대결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둘째, 한미일이 군사 작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나토에 따르면) “상호운용성”은 동맹국 군대들이 같은 전략적·전술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3국은 군사 정보 공유를 위한 표준작전예규(SOP) 합의에도 거의 도달했다.

미군과 한국군 사이의 상호운용성은 예전부터 논의, 추진돼 왔다. 따라서 이번 ‘한미일 프레임워크’의 해당 내용은 한·미 간보다는 한·일 간에 더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금기와도 같던 한일 군사 동맹을 향해 잰걸음하고 있는 것이다.

미일 동맹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핵심축은 미일 동맹이다. 미일 군사 동맹은 무서운 속도로 강화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에서 일본이 중심축으로 중첩되는 여러 동맹 그룹들(쿼드, 오커스, 한미일, 미·일·필·호, IP4(일본·호주·한국·뉴질랜드) 등)을 긴밀하게 묶어 내려 해 왔다.

7월 28일 미국은 주일미군을 전투사령부로 전환하고, 일본과 지휘통제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일본은 자위대에 통합작전사령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주일미군 사령부의 파트너 격이다.

이는 전투 기능을 갖춘 미군 사령부가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에서 중국 코앞인 일본으로 전진 배치된 것이다.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이를 가리켜 “미일 동맹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진전”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동시에 미국에게서 전투기 등 무기를 대거 사들여 군사력을 강화하고, 무기 공동 개발과 생산을 논의하는 미·일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7월 30일에는 미일 외교·국방 장관들이 처음으로 ‘확장 억제’ 회의를 가지고 “일본이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워싱턴의 공약, 특히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관해” 논의했다(〈요미우리〉).

윤석열 정부는 일본 자위대와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일 프레임워크’ 회의와 같은 날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양국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의 정례협의체 등 교류 강화에 합의했다.

한편, 이번 ‘한미일 프레임워크’는 최근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기업들이 연간 20조 원 규모의 미국 군함 수리 사업을 수주하려고 경쟁하는 것과도 연관돼 있을 수 있다.

여기에는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미국의 중국 해군력 억지에 한국의 기여를 높인다는 지정학적 문제도 깔려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 지역에 파견된 군함을 수리하려면 평균 26일에 걸쳐 본토까지 옮겨야 한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손을 벌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가 “미국과의 안보 협력에 매우 중요하다”며 국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같은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나 국내 반대 여론 등을 의식해 한미일 협력이 대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정부 보도자료에도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 대신 ‘3국 안보 협력’ 또는 ‘3국 파트너십’ 등의 용어를 쓴다.

그러나 이번 ‘한미일 프레임워크’는 한국이 미국·일본이 주도하는 서방 진영의 일부로서 제국주의 간 갈등에 더 깊이 들어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 내용을 볼 때, 한미일 동맹이 아니라는 정부의 말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일 제국주의의 편에 서는 것이 곧 안전을 보장해 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전쟁의 참화 속에 있는 우크라이나와, 그 전쟁의 불씨가 튈까 두려움에 떨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폴란드(2004년 나토에 가입했고 2010년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일원이 됐다)를 보라.

그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서방 제국주의 편에 서서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하다가 결국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일부가 됐다. 한국도 ‘아시아판 나토’ 결성 노력에 가담하면서 커다란 위험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동맹 드라이브를 위해 일제 강제동원 과거사 문제를 다시 한 번 손쉽게 내쳤다. ‘한미일 프레임워크’ 발효 하루 전날, 한국 정부의 동의하에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다.(이와 관련해, 같은 호에 실린 “일본인 사회주의자가 말하는 사도광산의 진실”을 보시오.)

한미일 동맹 반대? 못 믿을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한미일 프레임워크’가 한반도를 위험하게 만들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동맹 추진을 비판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는 반제국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핵심적으로 미국 제국주의와의 동맹을 외교·안보·경제의 기본이라고 보고, 일본 제국주의와 단절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거래에서 너무 많이 양보한다고 비판할 뿐, 군사적 협력 필요성 자체를 부인한 적은 없었다.

이는 문재인 등 전임 민주당 정부들이 미국의 요청과 한일 협력 증진을 우선해 일본 위안부·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외면했던 역사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관련 기사: ‘위안부 문제는 역대 민주당 정부들에서 어떻게 외면당했나?’)

민주당은 지금 야당이기 때문에 쉽게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지만, 집권했던 시절의 배신적 과거를 반성하진 않는다. 이 점을 보면, 민주당이 다시 집권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정책이 반복될 것임을 알 수 있다.

한미일 동맹을 반대하는 좌파는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여권뿐 아니라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