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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배한 나토 정상회의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는 서방의 호전성뿐 아니라 서방이 직면한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여실히 보여 줬다 ⓒ출처 NATO

지난주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는 과시와 위협으로 가득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나토가 “세계사상 가장 위대한 동맹”이라고 선언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나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그만 “푸틴 대통령”이라고 소개해, 자신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미국과 전 세계에 납득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 바이든의 악화되는 상태는 쇠락하는 서방 제국주의의 으름장 이면에 있는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성명서는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을 겨냥하고 있다. 그 성명서는 러시아를 여전히 “동맹국들의 안보에 대한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지목할 뿐 아니라, 중국이 “러시아와 ‘무제한적’ 파트너십을 맺고 러시아 방위 산업 기반에 대규모 지원을 제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결정적인 조력자” 구실을 하고 있다고 규탄한다.

나토는 냉전이 절정에 이른 1949년에 창설된 이래 북아메리카와 유럽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나토 지도자들은 이제 세계적 야심을 품고 있다. 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일본, 남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의 정상들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했다. 도쿄에 나토 사무소를 열어서 중국과의 대결을 나토의 임무로 공식화하자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다. 퇴임을 앞둔 나토 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가 대표적이다.

지난주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 남한, 오스트레일리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퍼센트 국방비 지출을 달성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역사적 일보 전진이다.” GDP 대비 2퍼센트 국방비 지출은 나토 회원국들의 목표치다. 설리번은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미국과 유럽, 인도-태평양 사이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하고 밀접하게 얽혀 있다.”

예상대로 중국은 나토를 “냉전 시대의 유물”로 일컬으며 나토의 비난이 “편향돼 있고, 거짓 비방이자 도발”이라고 일축했다. “나토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국이 꾸며낸 거짓말을 퍼뜨리고, 공공연히 중국을 헐뜯고, 중국과 유럽을 이간질하고, 둘 사이의 협력을 약화시키려 한다.”

여기서 중국이 유럽을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중국 정부는 대(對)중국 교역과 투자에 여전히 크게 의존하고 있는 유럽연합이 미국의 대중 무역 전쟁에 전면 동참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문구를 넘어서, 나토 정상회의에서 실질적으로 논의된 사안은 우크라이나였다. 러시아를 상대로 한 나토의 대리전은 잘 풀리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병력과 탄약, 공군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우크라이나군은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러시아군은 핵심적인 도네츠크 지방으로 천천히 밀고 들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무기를 보내고 있는 나토 회원국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과 공군력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나토 정상회의 성명서는 젤렌스키가 구걸하던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카드를 흔들어 보이며 젤렌스키의 애를 태웠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나토에 있다. ⋯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함해 유럽-대서양으로의 온전한 통합으로 나아가는 불가역적인 길을 계속 지지한다.”

그러나 그 성명서는 바로 다음 문장에서 약속을 거둬들인다. “동맹국들이 동의하고 조건이 갖춰졌을 때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동맹 가입에 초청하는 입장을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한다.” 만에 하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실질적 의제에 오른다 해도 그것은 모든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회보에 가까운 《포린 폴리시》가 지적하듯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전략에 있는 핵심 긴장을 여실히 보여 줬다. 서방의 군사 지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게 하는 데서 핵심적 구실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게 하지는 못했다.”

미국 외교위원회(CFR)의 유럽 전문가 리아나 픽스는 이어서 이렇게 지적했다. “사실상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일부 전과를 올리지만 아예 승리하지는 못하고 계속 싸울 수 있게만 하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전쟁 전략이 아니다.”

한편, 지평선에는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을 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나토의 오랜 비판자인 트럼프는 지난주, 유럽이 미국만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아 미국에 최소 100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군사 전문가 엘브리지 콜비 등 적잖은 공화당 인사들이 이제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자신의 군사적 필요를 알아서 충족하도록 내버려두고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토요일 암살 기도 이전에도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을 근소하게 앞섰다. 11월에 열릴 대선의 승자는 트럼프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 나토는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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