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대기업 이윤을 위한 윤석열의 의료개혁, 의료 불평등 심화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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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국가 생존을 위해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라며 4대 개혁(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 특히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의료개혁을 꼽으며 추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윤석열은 “지역에 관계없이 차별받지 않고 생명권과 건강권이 공정하게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윤석열의 의료개혁은 의료를 더욱 시장화시켜 노동계급과 서민들을 위한 지원을 줄이고,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노동을 ‘합리화’해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 주려는 것이다.
윤석열은 지난 2월부터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다. 그러고는 “당면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31곳이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선정됐고 5곳이 추가로 신청 중이다. 상급종합병원의 76퍼센트 이상이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고, 연말이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듯하다.
윤석열은 증원될 의사들은 물론이고 의대 증원에 반대해 대형병원을 떠난 의사들을 시장 의료에서 경쟁하게 해 의사들의 수익을 줄이고, 상급종합병원은 소수의 전문의와 간호사들로, 다수의 의사들은 중소병원과 의원들로 배치하려 하는 듯하다.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은 중환자와 부자들만 이용하도록 비용을 올리고 구조를 바꿔 노동자 등 서민층의 접근성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중소병원들과 의원들로 보내려 하는 듯하다. 이는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윤석열은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을 낮추고 전문의 및 진료지원간호사 등 ‘숙련 인력’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전문의 충원은 하지 않고 있다. 인력의 40퍼센트에 달하는 전공의들의 빈자리는 진료지원간호사들로 메꾸고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부터 대한간호협회의 ‘진료지원간호사 교육 지원 사업’을 통해 외과·내과·수술·응급중증·술기 등 전공의 업무를 교육하고 있다.
이는 대형 병원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일이다. 보건복지부의 직역별 의사 연평균 임금 통계에 따르면 인턴과 레지던트가 6800만~7200만 원, 전문의는 약 2억 3600만 원 수준이다. 상급종합병원들은 고임금의 전문의 증원 없이 전공의를 더 저임금인 간호사로 대체해 인건비를 감축할 수 있다.
전공의 파업 전까지만 해도 전공의 약 70퍼센트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들과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며 훈련받았다. 전공의들이 떠나고 소수의 전문의와 간호사들만 남은 상급종합병원이 더이상 전공의 수련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자 윤석열은 병의원과 지역사회에서 수련받으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대형병원에 남아 중환자들을 치료할 소수의 의사들을 제외하고, 노동자 등 서민층을 진료할 다수의 의사들은 다양한 사례와 중증도 높은 환자를 진료하며 숙련도를 높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병원비 인상
상급종합병원들도 중환자 위주로 구조를 전환하고 병원비를 인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들은 5인실을 4인실로 변경해 중환자 병상을 늘리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와 응급실 비용도 오를 것이다. 그간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이용하려면 의원급 의료기관 이상의 의뢰서가 있어야 했다.
윤석열의 계획대로 된다면 병원급 의료기관 이상의 의뢰서가 없으면 외래진료가 본인부담이 된다.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비용도 본인 부담이 90퍼센트 이상 또는 100퍼센트로 오르게 된다.
또 윤석열은 건강보험 재정 지원 없이 중증 환자들의 수가를 ‘핀셋’ 인상한다고 한다. 필수의료에 대해서만 보상을 해 주고, 노동자 등 서민층을 위한 다른 부분의 보장성은 떨어질 것이다.
또 회복기에 들어갔거나 회복 불가능해 돈벌이가 되지 않는 환자는 중소병의원으로 회송해 대형병원들의 환자 회전률을 높이려고 한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은 전공의 파업으로 환자가 없어진 틈에 말기 암환자들의 보존적 치료를 위한 완화병동은 문을 닫고 외래항암치료실을 열기도 했다. 수익이 많이 나는 급성기·중증 환자들 위주로 운영해 수익을 최대화하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들은 또, 전공의를 진료지원간호사들로 대체하면서 노동과정을 ‘합리화’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하던 일을 남아 있는 소수의 전공의들과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간호사들이 분업해 대체하도록 했다. 기존의 전공의들은 환자가 입원하면 상태를 사정하고, 수술 준비를 하고, 수술에 직접 참여하고, 수술 후 상태를 확인하는 종합적인 업무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전공의 한 명이 입원환자만 전담하고, 수술실의 진료지원간호사는 전공의가 하던 수술실 업무만 하고, 병동의 진료지원간호사는 전공의가 하던 수술 전후 처치만 맡아서 하게 됐다.
이런 조처는 대기업 병원들의 이윤 축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환자들은 더 수준 낮은 의료를 받게 되고 더 많은 의료 사고에 노출되게 될 것이다.
전공의 업무를 진료지원간호사로 대체하는 과정도 문제가 많다. 교과과정과 업무가 다른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를 하려면 심도 있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심지어 간호사가 새로운 부서에 배치받을 때에도 한 달에서 두 달 가량 훈련을 받는다.
그런데 병원들은 간호사들을 하루나 이틀, 심지어 몇시간 동안 형식적인 교육만 하고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들을 시키고 있다. 이 업무들은 환자 상태 사정, 기록, 수술과 처치, 항암제 처방 등 오류가 발생하면 환자에게 심각한 해를 가할 수도 있는 업무들이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8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주도의 ‘진료지원 인력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 중 80퍼센트 이상이 임상 경력 3년 미만의 간호사를 (사실상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는) 진료지원간호사에 투입하고 있었다. 이 조사에 참가한 간호사들은 업무에 대한 별도의 교육 없이 업무 투입 전 30분~1시간 정도의 교육만 진행한다고 답했다.
전공의 파업 이후 병동에서 일하다가 진료지원간호사로 업무가 변경된 한 대형병원 소속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공의들이 거의 다 떠났고, 진료지원간호사가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저는 병동에서 일하다가 진료지원간호사로 부서이동을 했는데, 돼지 다리에 봉합 연습을 하는 하루짜리 실습과 형식적인 교육을 받은 후에 의사 업무에 투입됐어요.”
이 모든 것들은 결국에는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져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