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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휴전안은 가자 저항과 분리시키려는 수작

11월 25일(이하 현지 시각)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헤즈볼라와 휴전하는 방안을 ‘원칙적’으로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휴전안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제안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두 당사자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휴전을 낙관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 존 커비는 “우리는 [타결에] 근접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을 논의한 바이든의 중동 특사와 레바논 의회의장 ⓒ출처 Nabih Berri (페이스북)

사실 이런 상황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올해 들어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가자지구의 휴전 가능성을 다섯 차례 이상 언급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의 휴전 계획은 퇴임하는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둘 다 동의한 듯하다.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 론 더머를 지난 10일에 만나 레바논 휴전 협정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휴전안은 헤즈볼라가 이전에 거부했던 제안을 조금 수정한 것이다.

미국의 휴전안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이 60일간 휴전하고 국경 지대에서 철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헤즈볼라는 리타니강 이북으로 철수하고 이스라엘도 레바논 영토에서 철군해 국경 지대에는 유엔 평화유지군과 레바논 정부군만 남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레바논인들을 위한 평화 계획이 아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미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적 ‘질서와 안정’을 위해 레바논에 주둔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이번처럼 미국의 지원을 받아 레바논을 다시 침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헤즈볼라가 받아들이기 힘든 휴전안일 텐데, 만약 수용한다면 그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와 레바논 영토 내에서의 ‘자위권’ 행사 인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장관 기드온 사르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합의든 단어나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 주요 요점을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헤즈볼라가 리타니강 남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는 것이다. 둘째, 헤즈볼라가 군사조직을 재건하고 레바논에서 재무장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극우 성향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휴전 합의를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헤즈볼라를 근절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레바논 폭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1월 24일 레바논 정부군 기지를 폭격해 군인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오폭”이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주재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을 여러 차례 공격했을 때도 고의적인 공격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레바논 총리 나지브 미카티는 이스라엘의 폭격을 성토했다. “이스라엘이 휴전 노력, 남부에 레바논군을 확고히 주둔시키려는 노력, 유엔 결의 1701호 이행을 위한 노력을 모두 거부하는 피비린내 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군은 이스라엘에 직접 맞서지 않고 헤즈볼라 뒤로 물러나 있다. 전쟁이 시작되자 레바논 정부군은 이스라엘 접경지에서 후방으로 병력을 철수했다.

가자와 레바논의 저항

미국의 휴전안은 제국주의 패권 확인시키기 외에도 이스라엘을 곤경에서 구해 주려는 것이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레바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1월 10일 개전 이후 두 번째로 지상전 확대를 승인한 뒤 곧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주에도 이스라엘은 지상군 확대 투입 대신 레바논 전역을 맹폭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전쟁 패배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있고, 이미 레바논 전쟁에서 늘고 있는 인명 손실을 두려워해 지상 진격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11월 24일 하루에만 헤즈볼라는 약 340발의 로켓을 발사해 이스라엘 목표물을 최소 49회 공격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국경 지대의 전략적 도시 두 곳(나쿠라와 알바야다)을 점령하려 하다가, 헤즈볼라의 반격을 받아 후퇴했다.

또, 국경 지대의 전략적 요충지인 키암 시에서도 이스라엘군의 진격은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와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에서 군인 70여 명 등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전쟁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아마 이스라엘에 부메랑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전쟁에서 겪는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폭격을 강화하고 특히 가자 북부에서 인종 학살을 격화시키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 소재 싱크 탱크인 ‘팔-싱크 포 스트래티지 스터디’의 설립자 오마르 샤반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하마스]은 운동이고 기관들을 가지고 있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사회를 통제하고 기대한 만큼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존재하며 시민 생활에서 일부 역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스〉, 11월 4일 자)

라말라 소재 여론조사 기관 ‘팔레스타인 정책 및 조사 연구 센터’는 이렇게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인의 압도 다수는 10월 7일 공격이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세계 무대로 돌려 줌으로써 팔레스타인 국가에 더 가까워졌다고 믿는다.”(〈파이낸셜 타임스〉, 11월 4일 자)

미국은 레바논에 일시 휴전을 제안해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 60일간(즉, 트럼프가 취임할 때까지)의 휴전안은 두 가지 분열을 노리는 획책이다.

첫째, 헤즈볼라가 이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둘째, 헤즈볼라가 일시 휴전에 동의하도록 압박함으로써 레바논과 가자의 공동 저항 전선을 붕괴시키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고립시켜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식으로 항복을 강요하려는 의도다.

미국은 휴전 협정을 강요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가자지구를 맹폭해 수천 명을 죽이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은 이란이 휴전 협정을 지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11월 15일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정부효율부 장관 지명자)가 유엔 주재 이란 대사를 만났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고문인 알리 라리자니는 레바논 관리들을 만나 레바논 휴전 논의를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로이터〉 11월 15일 자).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한 뒤 이스라엘과의 저강도 전쟁에 돌입했다. 헤즈볼라는 지금까지는 레바논 휴전과 가자 휴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